갈 길 바쁜데 원전 가동 중단, 뼈아픈 탈원전 자해 여파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인공지능)용 데이터센터를 지으며 전력 확보 해법을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원자력발전은 매우 훌륭한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빅테크 기업들은 탄소 중립적이면서 안정적 전력 공급원인 원전을 주목하고 있다. 오픈AI는 소형 모듈 원자로(SMR)를 대안으로 삼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과거 원전 사고로 폐쇄됐던 뉴욕주 스리마일섬 원전을 재가동해 향후 20년간 전력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원전 이상의 대안이 없다는 뜻이다.
AI 혁명이 도래하면서 전 세계가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다. 지구온난화 문제로 무탄소 에너지원 필요성이 커진 데다, AI 산업의 비약적 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프랑스, 체코, 네덜란드 등 세계 17국에서 원전 60기가 건설되고 있다. 미국, 일본 등에선 기존 원전의 가동 연한을 연장하거나, 정지된 원전을 재가동하기 시작했다.
국내 원전 산업은 24조원 규모 체코 원전 수주로 부활을 예고했지만, 정작 국내에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가동 연장을 위한 보수가 끝났던 월성 1호기 조기 폐로, 다른 원전 가동 연장 취소 등 각종 원전 자해 정책을 5년 내내 실행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탈원전을 폐기하고 신한울3·4호기 신규 허가 등으로 정책 방향을 틀었으나 작년 4월 고리 2호기에 이어 지난달 28일엔 고리 3호기가 운영 허가 만료로 가동이 중단되는 등 ‘5년 자해’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문 정부 5년간 중단된 원전 가동 연한 연장 절차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원전은 가동 연한이 있지만 이는 설계상 잠정적 수치일 뿐 실제로는 연장 운영하는 것이 상식에 가깝다. 미국엔 설계 가동 연한의 두 배를 운영하는 원전이 숱하다. 주요 장비를 정비하면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신한울 3·4호기 신규 허가 업무에 집중하느라 고리 2·3호기 가동 연장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는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안정성 평가를 위한 법적 절차는 준수하되 그 기간을 단축하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2038년까지 신규 원전 3기와 SMR 1기를 추가 건설하겠다는 ‘11차 전력 수급 계획안’도 부족하다. 탄소 중립, AI발 전력 수요 급증을 감안하면 20년 내 원전 발전 용량을 기존(원자로 24기)의 2배 이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그에 맞춰 원전 부지를 미리 확보해야 한다. 시간을 놓치면 후회해도 소용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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