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선수들 땀으로 실속 챙기는 횡포, 배드민턴협회뿐이겠나
문화체육관광부의 배드민턴협회에 대한 조사에서 회장의 ‘배임·횡령’ 의혹 등 각종 불공정한 협회 운영이 드러났다. 후원사 용품 사용을 강제하고 복종을 강요하는 등 선수들을 옭아맨 정황도 밝혀졌다. 지난 파리 올림픽 여자 배드민턴 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안세영 선수가 협회 운영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자 문체부가 조사단을 구성해 협회를 점검한 결과다.
협회 회장 등은 지난해와 올해 후원사로부터 셔틀콕 등 물품을 구입하면서 협회 직원들 몰래 후원사에 구매 금액의 30%에 해당하는 물품을 추가 후원받기로 하고 약 3억원 상당 물품을 지급받아 임의로 배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문체부는 “횡령과 배임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임원은 보수를 받을 수 없는데도 일부 임원은 후원사 유치 기여 명목으로 유치금의 10%를 인센티브로 챙기기도 했다. 세계적인 선수가 속한 협회가 구멍가게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선수들을 옭아맨 규정도 적지 않았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라켓과 신발 등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용품은 본인이 원하는 것을 사용하길 희망하지만 협회는 후원사 용품을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었다. 미국·일본·프랑스는 용품 사용을 강제하지 않는다. 배드민턴협회는 전체 후원금의 일정 비율을 국가대표 선수단에게 배분하도록 명시한 규정도 선수들도 모르게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대표 선수의 복종을 규정한 조항도 여전히 갖고 있었다. 문체부는 국가대표 선수 선발 방식의 공정성 문제, 비국가대표 선수의 국제 대회 출전 제한 문제, 실업연맹 신인 선수 연봉 상한과 지나치게 긴 계약 기간 등도 문제로 지적했다. 시대에 맞지 않는 비합리적 규정은 없어져야 한다.
땀을 흘리는 선수들이 따로 있고 이를 이용해 실속을 챙기는 어른들이 따로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문제들이 배드민턴협회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은 배드민턴과 태권도·사격 등 종목에서 협회 비리와 뇌물 수수, 성폭력, 승부 조작 등 70여 건의 체육계 비리 제보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다른 협회에도 이런 문제들이 만연하고 있다면 관리 감독 역할을 해야 할 대한체육회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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