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병장 월급 205만원, 소위 1호봉 189만원...초급간부들 軍 등진다

太兄 2024. 9. 8. 17:18

병장 월급 205만원, 소위 1호봉 189만원...초급간부들 軍 등진다

[주간조선]

오기영 기자
입력 2024.09.08. 05:30
 
지난 2월 29일 경북 영천시 육군3사관학교 충성연병장에서 열린 제59기 졸업 및 임관식에서 임관장교들이 경례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이럴 거면 누가 간부 하나요. 그냥 병사로 가서 목돈 모아 나오지.”

대학교 4학년 1학기까지 ROTC(학군사관후보생)로서 군 장교 생활을 준비했던 김모(24)씨는 끝내 임관을 포기했다. 그는 “(병사보다) 단순히 복무 기간이 길었던 것도 이유였지만, 간부로서 받는 봉급과 처우 수준이 너무 열악한 탓이 컸다”고 말했다. 2025년 육군 병장 기준 ‘매달 최대 205만원 봉급’ 시대. 병사 봉급 인상은 반가운 일이지만, 장교와 부사관을 포함한 군 초급간부 처우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결국 군 초급간부 이탈과 충원 부족으로 이어지면서 장기적으로는 방위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낮은 봉급, 턱없는 수당… 숙소도 열악

정부는 지난 8월 2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2025년도 국방예산을 확정했다. 이번에 책정된 예산에서 가장 큰 특징은 병사 봉급이 월 최대 200만원을 넘어선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병장의 경우 올해보다 25만원 오른 150만원이며, 상병은 120만원(20만원 인상), 일병 90만원(10만원 인상), 이병 75만원(11만원 인상)으로 모든 계급에서 봉급이 인상된다. 여기에 더해 전역 후 병사의 목돈 마련을 위해 제공되는 ‘내일준비적금’을 통한 지원금도 월 최대 55만원까지 오른다. 봉급과 내일준비적금을 모두 합하면 병장 기준 1인당 최대 205만원(150만원+55만원)을 받을 수 있다. 빠르게 증가한 병사 봉급을 통해 병역의무 이행에 대한 합당한 수준의 보상 계획이 실현됐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반면 간부의 봉급 인상은 어떨까. 2024년 소위 1호봉은 189만2400원, 하사 1호봉은 187만7000원이다. 내년 공무원 보수 인상률 3%를 기준으로 할 경우, 하사 1호봉의 기본급은 193만원이 된다. 병장 봉급이 하사 기본급을 제친 것이다. 이에 국방부는 “초급간부는 수당을 받기 때문에 병장과 월급이 역전되는 현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직급보조비나 당직근무비 등 각종 수당을 더하면 병장보다 실수령액이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세금과 건강보험료 등을 뺀다면 실수령액은 병장 봉급과 큰 차이가 없다. 병사의 경우 각종 세금을 떼지 않고 봉급을 온전히 받지만 간부의 경우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병사 봉급이 급격하게 인상된 만큼 간부 봉급도 이에 상응하게 인상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육군 장교로 복무 중인 A씨는 주간조선에 “병사 봉급 인상은 잘한 일이지만, 초급간부 봉급도 함께 발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봉급으로는) 초급간부 입장에서 솔직히 혼자 생활하기도 빠듯하고, 저축이나 미래를 꿈꿀 수도 없는 금액이라고 본다”고 토로했다. 이어 “(병사와 달리) 간부는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기 위해 군 복무를 하는 직업 군인인데, 참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방부가 언급한 각종 수당 역시 경찰과 소방공무원 등 다른 공무원에 비해 열악한 상황이다. 지난해 국방부가 국회 양경숙 전 의원실에 제출한 당직근무비 자료에 따르면, 군 간부는 당직근무를 할 경우 평일 1만원, 휴일 3만원을 받았다. 반면 경찰과 소방의 경우 평일 3만원, 휴일 10만원이 지급됐다. 올해 군 간부 당직근무비는 평일 2만원, 휴일 4만원으로 올랐지만, 여전히 경찰과 소방공무원보다 턱없이 낮은 상황이다. 2년 전 장교로 전역한 이모(27)씨는 주간조선에 “경찰이나 소방은 당직비가 (휴일의 경우) 10만원인데, 군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동기들 중 소방이나 경찰공무원을 준비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병사들의 인권 보장과 노후화된 숙소 등도 초급간부들이 버티기 어려운 이유로 지적된다. A 장교는 “최근엔 병사들의 처우 개선이나 군 특유의 조직 문화도 초급간부들이 군 생활을 오래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사에게 지시하기에는 제한사항이 많이 생겼고, 위에서는 계속 누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숙소처럼 환경적인 부분도 (전역을 고민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임관 직후 1970년대에 지어진 간부숙소를 배정받았는데, ‘내가 일을 하러 온 건가 아니면 잡혀온 건가’ 싶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다행히 내년도 국방예산에는 노후 간부숙소 개선과 1인 1실 확보를 목적으로 6048억원이 편성됐다. 이를 통해 앞으로 총 1만3460호의 간부 주거시설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A 장교는 “말단 부대까지 예산이 쓰이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다행”이라고 전했다.

내부는 이탈, 충원은 미달… 인력 ‘비상’

부족한 여건 보장과 개선되지 않는 처우는 결국 군을 떠나는 간부들이 급증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역한 군 간부는 9481명으로 10년 전인 2013년(5630명)보다 1.5배 이상 늘었다. 특히 5년 이상 10년 미만 근무자인 ‘중기복무 제대군인’ 수는 2022년 2999명에서 지난해 4061명으로 1년 만에 급증했다. 지난해 장교로 전역했다는 김모(26)씨는 주간조선에 “군은 희생이 따르는 직업인데, 이에 대한 적절한 대가나 보상이 따르지 않다 보니 오래 있겠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며 “업무 강도는 높지만 보상은 적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사회에 나와 다른 일 하겠다고 마음먹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군 내부에서 초급 간부들의 이탈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외부에서 초급간부를 확보해 인력을 충원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8월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허영 의원실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육·해·공군과 해병대 부사관 지원인원은 2019년 4만7874명에서 지난해 2만1760명으로 반 토막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선발인원 역시 2019년 1만288명에서 지난해 7691명으로 매우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육군의 경우 부사관 모집인원이 8800명이었으나 4000여명만 최종 선발됐다.

장교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각 군 사관학교(육·해·공·3사관) 퇴교자 수는 2020년 90명에서 2022년 141명으로 세 자릿수를 넘어섰고, 지난해엔 174명까지 증가했다. 각 대학에서 모집해 장교를 양성하는 ROTC 미달률 역시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2019년 11개(전체의 10%)에 불과했던 ROTC 정원 미달 대학은 지난해 81개(75%)까지 늘어나면서 인력 충원에 난항을 겪고 있다. 2019년 3.2 대 1이던 경쟁률 역시 매년 떨어지면서 2023년 1.8 대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앞서 학군장교 임관을 포기했다는 김씨는 “(ROTC 지원하라고) 후배들에게 함부로 권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신입생이었던) 불과 4~5년 전과 상황이 너무 바뀌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내부에서 유출되는 인력이 늘어나고 외부에서 충원되는 자원이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수록 군 간부의 질적 하락도 우려된다는 점이다. 남궁승필 우석대 군사학과 교수는 주간조선에 “간부 모집이 미달인 상황에서 단순히 인력만 충원해 임관한 간부들이 많아지는 것은 군 전체적으로 매우 불행한 현실”이라며 “이마저도 임관을 포기하는 간부 후보생이 생기는 상황인데, 후보생들에게 과연 돌을 던질 수 있겠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인력 부족 상황이 계속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군의 수준과 사기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 장교 역시 “능력이 있거나 사회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있는 간부들은 이미 군대를 전역하고 있다”며 “만약 처우 개선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간부들의 수준이 하락하고 결국 군대 전체적으로 질이 떨어질 것 같은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최소한 당직비라도 올려야”

한때 ‘60만 대군’으로 불렸던 국군 병력은 50만명 시대를 거쳐 현재 40만명대까지 감소한 상태다. 지난해 한국국방연구원(KIDA) ‘병역자원 감소 시대의 국방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2022년 말 병력은 48만명으로 추락했다. 인구 감소에 따른 병사 감소는 이미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문제는 이를 지탱해야 할 간부들까지 흔들린다는 것이다.

남궁 교수는 “얼마 전 임관한 장교로부터 한 병장이 군마트(PX)를 다녀오고 나서 당직 근무 중인 소위에게 음료수를 한 병 사다줬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단순히 고생한다는 의미를 넘어,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하는 간부를 바라보는 안타까운 현실처럼 느껴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본질은 처우 개선”이라며 “초급간부들이 자신의 시간과 몸을 바쳐 군 복무를 수행하는 만큼 이들이 보람을 느끼고 자부심을 가지며 군 생활을 오래할 수 있도록 합당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세대에게 ‘충성, 명예, 헌신, 용기’와 같은 단어만을 이야기하며 독려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서 “봉급 인상이 당장 어렵다면, 최소한 당직 근무비를 경찰이나 소방공무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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