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어퍼컷 후보 되면 망한다”...중국 측, 조직적 댓글 공작

太兄 2023. 12. 28. 16:09

“어퍼컷 후보 되면 망한다”...중국 측, 조직적 댓글 공작

2022 대선 등 개입 정황… 보수 쪽엔 악플, 진보 쪽엔 응원글

입력 2023.12.28. 03:00업데이트 2023.12.28. 09:18
 

중국인이 포털 사이트 ‘네이버’ 댓글을 통해 조직적으로 우리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국내 연구팀에 의해 발견됐다. 댓글 활동을 벌인 이들은 국민의힘 후보를 비판하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지했다. 작년 20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룸살롱 어퍼컷’이라고 부르며 “윤석열이 되면 나라가 망하고 전쟁이 난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황제 폐하’라고 했다. 주로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60대 이상과 20대 남성, 영남 지역을 비하하는 내용도 많았다.

윤민우 가천대 경찰안보학과 교수 연구팀은 네이버 뉴스 댓글을 빅데이터 분석 기법인 크롤링(데이터 추출)으로 확인한 결과, 중국 측의 조직적인 댓글 활동으로 의심되는 움직임을 다수 포착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팀은 중국 우월주의와 한국 비하, 한미·한일 관계 비판 성격의 댓글을 대량으로 쓰는 50여 개 계정을 찾아냈다. 이들은 특히 지난 9~11월에만 3만 건이 넘는 댓글을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참붕어빵’이라는 이름의 계정은 이 기간에 하루 평균 130여 개의 댓글을 달았다. 하루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10분에 한 개꼴로 댓글을 남긴 셈이다.

연구팀이 찾아낸 이 계정들은 미국 국무부 글로벌관여센터(GEC)와 유럽연합(EU) 대외관계청(EEAS)이 공개한 중국 댓글 공작 추정 계정과 같은 특징을 보였다. 계정 이름에 ‘Chen Yang’ 등 중국식 병음이나 어법이 반영된 경우가 많았고, 댓글에 맞춤법 오류가 일관성 있게 나타났다. ‘못 벋어난다’ ‘할 수 박에 업다’ 등이었다.

일러스트=이철원
그래픽=이철원

윤민우 교수는 “해외에서 확인된 중국의 댓글 공작 활동과 거의 똑같은 내용이 한글로 작성돼 유포되는 등 조직적 개입을 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이 계정들은 서로를 팔로해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었다고 한다. 이들이 서로의 댓글에 ‘좋아요’를 누르면 댓글은 기사 상위에 노출되게 된다.

연구팀은 중국 측 공작 댓글을 내용에 따라 크게 8가지 종류로 분류했다. 친중국적 내용, 중국적 시각의 국제 관계 분석, 한국 문화·국민 비하, 친중국 인사 지지 및 반중국 정치인 비방, 반미·반일 선동 등이었다. 연구팀은 공작 댓글 계정 50여 개 중 네트워크 허브 역할을 하는 3개를 선별해 이들이 네이버 뉴스 페이지에 남긴 댓글을 전수 조사했다. 지난 2019년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이 3개 개정이 남긴 댓글은 2만6207개였다.

그 결과 중국 측이 2021~2022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각종 네거티브성 댓글을 남긴 사실이 확인됐다. 반대로 민주당 후보에게는 지지 댓글을 달았다. 이들은 비슷한 내용을 일부 변형해 여러 관련 뉴스에 반복적으로 달았다.

아이디 ‘포도대장’은 대선 한 달 전인 작년 2월 10일 “20대 애들은 극우들에 선동당해서 반중이 심함”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국민의힘 지지 성향이 강한 20대 남성들을 비하하는 내용이었다. 이 계정은 2월 11일 “윤석열 되면 나라 망하고 전쟁 난다. 국민들이여 각성하자”며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비판하는 댓글을 썼다. 대선 3일 전인 작년 3월 6일엔 “룸살롱 어퍼컷 되면 우리나라 망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반대로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대해서는 “이재명 황제 폐하 납시오” 등 응원 댓글을 남겼다. 대선 이틀 전에는 “사전 투표가 1번인 이유 대세가 이재명으로 기울어졌다는 증거다. 대선 후 룸살롱 어퍼컷이 당선되면 백 프로 조작이다”라는 댓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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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대장’은 지방선거를 두 달 앞둔 작년 4월 21일엔 “우리 개딸들 해보자 이번엔 송영길 이길 수 있다”며 민주당 송영길 후보 지지를 독려했다. 아이디 ‘하나의 중국’은 내년 총선을 겨냥해 “총선 압승으로 윤석열 탄핵까지 2년 안에 끝내자”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들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윤미향 의원 등 야권 유력 인사도 응원했다. ‘하나의 중국’은 작년 1월 27일 “힘내세요 조국 교수님. 굿짐당(국민의힘)에게 정확히 3배로 갚아줄 것입니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참붕어빵’은 광복절인 2021년 8월 15일 “독립 투사 윤미향 선생님에 반대하는 인간들은 모두 친일파입니다”라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 문제에서 중국에 우호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려는 시도도 보인다. 작년 10월 29일 ‘하나의 중국’은 “독도가 한국의 고유 영토이듯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의 고유 영토”라는 댓글을 남겼다. ‘포도대장’은 작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러시아 땅, 대만은 중국 땅, 독도는 우리 땅 팩트”라는 댓글을 달았다. ‘참붕어빵’은 올해 2월 27일 “우크라와 러시아가 같은 민족인 것처럼 한국과 중국도 같은 뿌리를 지닌 하나의 민족이다. 한국도 중국인의 품속에 안겨야 행복하다!”라는 글도 썼다.

연구팀은 “2022~2023년에는 윤석열 정부가 본격적으로 탈중국·친미적인 행보를 취하자 현 정부와 집권 세력을 비난하고 한국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함으로써 현 정부와 집권 세력에 부담을 주고 정책 수행을 마비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기와 비교해볼 때 현 정부 들어 중국의 댓글 공세가 눈에 띄게 강화되고 있다고 한다. 문 정부 시절엔 중국에 대한 홍보 댓글이 주였지만 윤 정부 땐 반정부적 댓글이 많았다.

다만, 연구팀은 이들 댓글 작성 계정이 중국 공안이나 당국과 연관돼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작성 IP와 가입자 정보 등으로 확인해야 하는데, 추적이 어려운 데다 경찰 등의 수사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윤민우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중국이 한국의 정책 결정을 어렵게 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뉴스 댓글과 소셜미디어에서 공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윤 교수는 “내년 총선을 맞아 중국의 여론전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한 법령 및 조직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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