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의 '새집 품귀' 현상

太兄 2025. 11. 13. 17:57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의 '새집 품귀' 현상

지금 서울 주택 10채 중 3채는
1만달러 안 될 때 지은 낡은 집
업그레이드된 눈높이 충족할
주거 質 개선으로 수요 분산해야

입력 2025.11.12. 23:47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성동구와 광진구 등 한강벨트 인근 아파트 단지들./뉴시스

“신축 대단지 아파트가 주변 시세보다 비싼 이유를 실감했습니다.”

대기업 부장으로 일하는 지인이 “새집으로 이사 가자고 조르는 중학생 딸 때문에 엄청 스트레스 받는다”며 들려준 이야기다. 그는 서울 송파구에 15년 넘은 30평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데, 얼마 전 딸이 인근 신축 아파트로 파자마 파티(친구 집에서 하룻밤 자면서 노는 일)를 다녀왔다고 한다. 요즘 신축 아파트 커뮤니티센터는 게스트하우스와 독서실, 수영장 등 최신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딸이 우리 집에서 파자마 파티 할 때는 좁은 자기 방에서 부모 눈치 보느라 맘껏 못 놀았는데, 호텔 수준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한 뒤로는 완전히 ‘새 아파트 예찬론자’가 됐어요.”

정부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한 서울 아파트 값 급등세는 신축이 주도하고 있다. 같은 동네에서 같은 대기업 브랜드 아파트라도 신축과 구축의 시세 차가 거의 2배까지 벌어지고 있다. 최신 통계는 없지만, 작년 11월 조사 때 서울에서 건축 5년 이내 아파트의 평당 매매가가 5559만원으로 5년 초과(평당 3960만원)보다 40% 비쌌다. 신축 급등 현상은 강남 3구뿐 아니라 10·15 대책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서울 전역과 경기 지역 12곳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택 보급률은 정부가 공급이 충분하다고 주장할 때 근거로 내놓는 단골 통계다. 지난해 기준 전국 주택 보급률은 102.5%, 서울은 93.6%였다. 수적으로는 부족하지 않은데도 많은 국민이 ‘살 만한 집’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양(量)에서 질(質)’로 바뀐 주거 수요를 정부 통계가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11년 전인 2014년 3만달러를 넘었다. 반면 주택은 소득 1만달러를 처음 돌파한 1994년 이전에 지은 것이 많다. 서울에 30년 이상 된 노후 주택이 90만호에 육박한다. 전체 주택(317만호)의 28.3%다. 20년 이상으로 범위를 넓히면 전체 주택의 59%인 187만호다. 서울 주택 10채 중 6채가 2만달러(2005년) 시대 전에 지어진 셈이다. 30년 이상 된 아파트는 외관이 개성 없이 성냥갑처럼 생겼고, 국민 평형(84㎡)도 화장실이 하나인 곳이 대부분이다. 심각한 주차난과 층간 소음, 상하수도 누수 등 3만달러 시대의 눈높이에는 맞지 않는다.

세계적 도시경제학자인 하버드대 에드워드 글레이저 교수는 ‘도시의 승리’라는 책에서 “비싼 주택의 해법은 더 많은 주택을 짓는 것”이라며 “공급 규제가 주택 가격을 끌어올리는 핵심 원인”이라고 했다. 그런데 한국은 문재인 정부부터 거의 10년간 서울 핵심 지역 공급을 눌러 왔다. 소득 수준 상승에 따라 고급 주택 수요는 폭증했는데 공급이 받쳐주지 않는 불일치가 신축 광풍을 부른 것이다.

이런 수급 불균형 속에서 대출을 옥죄고 갭투자를 금지하는 수요 억제 대책으로는 집값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3만달러 시대에 걸맞은 새집을 많이 지어 강남으로 집중되는 수요를 분산해야 한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서울 강남 집값이 하락한 것은 결정적으로 서초구와 강남구의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1만5000호의 대규모 보금자리주택을 지은 데다, 과천 정부 청사의 세종시 이전으로 과천과 강남권 주택 수요가 분산됐기 때문이다. 꼭 강남이 아니라도 위례와 김포 등 이미 개발한 신도시의 광역 교통망과 교육 인프라를 개선해 주거 질을 높이고, 이미 노후화가 심각한 서울 핵심 지역의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과감히 완화해야 한다. 강력한 수요 억제가 아니라 업그레이드된 주거 수요를 충족할 공급 확대가 3만달러 시대 주택난을 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