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나랏돈 푸는 정부에 KDI 경고 "반복적 경기 부양으로 인한 재정 적자 만성화 유의해야"

太兄 2025. 11. 12. 21:17

나랏돈 푸는 정부에 KDI 경고 "반복적 경기 부양으로 인한 재정 적자 만성화 유의해야"

KDI, 2025년 하반기 경제 전망 발표
"확장적 재정 정책 기조를 점차 정상화해야"

입력 2025.11.11. 16:00업데이트 2025.11.12. 07:43
 

국책 연구 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728조원 규모의 ‘수퍼 예산안’을 짜는 등 나랏돈을 과감히 풀고 있는 정부에 경종을 울렸다.

지난달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 /뉴스1

KDI는 11일 ‘2025년 하반기 경제 전망’에서 “재정 정책은 경기 회복 속도에 맞춰 확장적 정책 기조를 점차 정상화해 나가는 방향으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재명 정부가 내년 예산을 역대 가장 큰 폭인 55조원 늘린 것을 비롯해, 지난 3분기(7~9월) 13조원을 투입해 민간 소비 쿠폰을 뿌리는 등 현금성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을 ‘비(非)정상적’ 상황으로 규정한 셈이다.

확장 재정 기조로 국가 채무 비율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올해 49.1%인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내년에 사상 처음 50%를 넘어 4년 뒤 58%까지 상승한다.

그래픽=백형선

KDI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이 매년 GDP 대비 4%를 상회하고, 국가 채무 비율도 연평균 2.2%포인트씩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큰 폭의 재정 적자 흐름이 고착화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초연금 대상 줄이고, 지방교육 재정도 저출생에 맞게 조정해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확장 재정’을 모두 부정적으로 본 것은 아니다. 급격하게 경기가 하강할 때는 서민, 소상공인, 취약 계층 등을 돕기 위한 재정 투입은 필요하다고 봤다. 실제 시장금리 하락세와 함께 소비 쿠폰 지급 등 정부 지원 정책의 영향으로 “민간 소비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재정 투입이 고착화하는 경우다. 낮은 생산성, 방만한 복지, 경직된 노동시장 등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는 손을 놓은 채 재정 지출만 늘려 봤자 저성장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것이 KDI의 지적이다. KDI는 “현재의 낮은 성장률이 경기 순환적 측면에 일부 기인하고 있음이 사실이나, 보다 장기적으로는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하락하는 데 기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기 부양책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저성장을 탈피하려면 ‘재정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픽=양인성

◇기초연금,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줄여야

KDI가 이날 작심한 듯 재정 개혁 대상으로 지목한 것은 기초연금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다. 2014년 7월 시행된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현금을 주는 제도다. 올해 기준 월소득 228만원 이하인 1인 가구, 364만8000원 이하인 부부 가구가 대상이다. 1인 가구는 월 34만2510원을, 부부 가구는 둘이 합쳐 54만8000원을 받는다. 올해 734만명에게 배정된 기초연금 예산은 26조1000억원에 달한다.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지난 10년간 기초연금 예산은 2.6배(10조90억원→26조1000억원)로 늘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1060만명인 65세 이상 인구가 1900만명까지 늘어나는 2050년에는 기초연금 예산이 연간 최대 12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KDI는 기초연금에 대해 “취약 노령층에 집중해 지원하고, 노인 연령을 상향 조정하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65세인 지급 연령을 높이거나 사정이 더 열악한 노인을 지원하는 데 한정해 재원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저출생 흐름에 맞게 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KDI의 제언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 수입의 20.79%를 초·중등교육에 무조건 할당하는 제도다. 이에 학생 수가 빠르게 줄고 있는데도 전국 시·도 교육감들이 남아도는 돈을 포퓰리즘 정책에 쓰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 왔다.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이 전국 시·도교육청 17곳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국 교육청의 현금성 지원 예산 규모는 총 5991억원으로 2021년(2800억원)의 2배로 늘었다. 5년간 전국 교육청이 지급한 현금을 다 합하면 2조2208억원에 달한다. KDI는 “저출생 기조를 감안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규모를 내국세 수입보다는 학령 인구에 연동되도록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 중독 벗어나 ‘구조 개혁’ 서둘러야

KDI는 현재 1%대인 잠재 성장률(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재정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구조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각한 부진에 빠진 철강과 석유화학 등 국내 주요 산업을 구조 조정해 효율을 높이고,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좀비 기업’을 정리해 제 몫을 하는 기업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국내보다 해외 투자를 선호하면서 내수 침체가 길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낮은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KDI에 따르면, 국민소득 대비 순(純)해외투자 비율은 2000∼2008년 연평균 0.7%였지만, 2015∼2024년엔 4.1%로 6배가량 늘었다. 순해외투자는 우리나라 사람이 해외에 투자한 돈에서 외국인이 국내에 투자한 돈을 뺀 것이다.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유망한 혁신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고 한계 기업은 퇴출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KDI는 인력 재배치와 조정을 더 쉽게 하고, 성과 중심으로 바꾸는 노동 개혁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KDI는 “유연한 노동시장을 구축함으로써 경제 전반의 생산성 개선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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