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국민연금 투입에 '빚투' 조장, 위험한 '증시의 정치화'

太兄 2025. 11. 12. 21:19

국민연금 투입에 '빚투' 조장, 위험한 '증시의 정치화'

조선일보
입력 2025.11.12. 00:00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국회(정기회) 정무위원회 제8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당초 국민연금은 올해 전체 자산의 최대 17.9%까지 국내 주식을 보유할 수 있도록 정했다. 그런데 올 들어 코스피가 70%가량 급등하면서 주식 평가액이 목표에 육박하자 한도를 19.9%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내부 규정상 2%포인트 증액은 가능하지만 중간에 한도를 올린 것은 거의 전례없던 일이다. 이렇게 하면 국민연금은 1450조원 자산의 2%인 29조원을 국내 주식에 더 투자할 수 있게 된다.

한국 증시 최대의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의 추가 투자는 외국인 이탈로 조정을 받는 주식시장에 단기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 노후 자산인 국민연금을 고위험·고수익인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다. 주가가 오르면 다행이지만, 떨어질 경우 2057년으로 예정된 연금 고갈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 보장 장치로, 정부의 주가 부양 수단이 아니다.

국민연금이 ‘코스피 5000’을 내건 정부와 민주당 눈치를 본다는 비판도 있다. 민주당은 국민연금에 국내 투자 확대를 요구해왔다. 이재명 대통령도 “국내 연기금은 왜 국내 주식은 적게 사고, 외국 주식만 잔뜩 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당정은 증시 부양을 위해 배당소득세 최고 세율을 25%로 낮추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1400만 주식 투자자 표심을 의식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5일 코스피 4000선이 무너지자 “붕괴라는 단어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붕괴’가 과도한 표현이라고 해도 정치인이 나설 일은 아니다. 지금 정부와 민주당은 점점 더 증시 지수를 지지율과 동일시하는 듯하다.

지금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6조원을 넘으며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은행 신용대출도 이달 들어 7일 만에 1조1800억원이나 늘었다. 기록적인 증가세다. 상황이 이런데도 가계 부채를 관리해야 할 금융위 부위원장은 ‘빚투’에 대해 “레버리지(대출을 지렛대 삼아 투자하는 것)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며 도리어 조장하는 언급을 했다.

기업 실적이 아니라 유동성과 빚으로 쌓아 올린 주가는 외부 충격에 쉽게 무너질 수 있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 3000선을 돌파했던 2021년에도 신용 융자가 25조원을 넘은 뒤 6개월 만에 코스피가 1000포인트 넘게 곤두박질쳤고, 개인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봤다. 주가를 정치적 업적으로 만들려는 ‘증시의 정치화’가 도를 넘으면 결국 그 정당에도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