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새벽 배송은 No, 삼겹살은 OK?

太兄 2025. 11. 5. 17:15

새벽 배송은 No, 삼겹살은 OK?

입력 2025.11.04. 23:44
서울 시내의 쿠팡 캠프에서 배송 기사들이 배송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뉴스1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새벽 배송 제한’을 주장하며 앞세운 명분은 ‘노동자 건강권’이다. 택배 기사들이 야간 노동으로 질환에 시달리고 과로사 등 위험에 처할 수 있으니, 오전 0시부터 5시까지 배송 업무를 제한하자는 논리다.

민노총은 그 근거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야간 노동을 발암 가능성이 있는 요인으로 분류했다”는 사실을 들었다.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기관의 분류를 내세우며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에 참여한 정부에 의학 연구 용역도 요구했다고 한다. 진보 언론, 노동계 인사들도 이에 동조하며 택배 기사 보호를 외친다.

IARC는 발암 위험도를 1, 2A, 2B, 3, 4등급으로 나누고 있는데 숫자가 낮을수록 위험도가 높다는 뜻이다. 야간 노동이 위험도가 꽤 높은 2A로 분류된 건 사실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야간 노동은 국가가 나서 금지해야 할 문제처럼 다가온다.

그러나 2A 등급에 포함된 다른 항목들을 보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야간 노동뿐 아니라 돼지고기나 소고기 등 적색육, 65도 이상 뜨거운 음료, 튀긴 음식에서 나오는 배출물 등이 들어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거나 접하는 것들이다. 같은 잣대라면 새벽 배송을 제한하자고 주장하는 민노총 관계자들은 당장 삼겹살, 소고기 회식 근절 선언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번 새벽 배송 논란은 ‘모든 노동자의 단체’를 표방하는 민노총의 모순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민노총 주장대로 오전 0~5시 배송을 중단하고, 5시부터 배송을 한다 해도 물품을 미리 분류하고 옮기는 사전 작업은 심야 시간에 이뤄져야 한다. ‘이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해선 왜 침묵하는가’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택배 기사들은 사업자 등록을 한 사장이지만 이들은 일용직이다. 야간 노동이 나쁜 것이라면 이들부터 보호하고 구제해야 앞뒤가 맞는다.

이쯤 되면 이런 무리한 주장을 내놓는 민노총의 진짜 의도가 궁금해진다. 노동계에선 이를 민노총 말이 먹히지 않는 업계 1위 쿠팡에 대한 ‘군기 잡기’로 해석한다. 최근 대구에서 쿠팡 배송 기사가 사망한 사건을 민노총이 곧장 ‘과로사’라며 맹비난한 것도 이런 시각에 힘을 싣는다. 민노총은 지난 7월 쿠팡 라이벌 A 업체에서 택배 기사 3명이 연달아 사망했을 땐 ‘당뇨, 고지혈증 등 기저 질환’ ‘극심한 더위’ 등을 언급하며 과로사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심지어 이들 중 2명은 출근 후 일터에서 숨졌다.

A사 대리점 연합은 최근 민노총 택배노조와 단체 협약을 체결했고, A사는 민노총 노조 불법 파업을 문제 삼아 제기했던 소송을 취하했다. 반면, 쿠팡 노조는 민노총을 탈퇴한 상태다. 군기 잡기라는 비판까지 들으며 새벽 배송 제한 주장을 고수하기엔, 민노총이 시급하게 챙겨야 할 다른 노동 현안이 너무 많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