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중국의 '보복 수도꼭지' 전략

다른 나라를 겨냥한 중국의 보복은 ‘물 한 바가지’로 끝나지 않는다. 원자재·농수산물·수출시장 등 상대국의 취약 지점에 밸브를 달아 제재의 유량을 수시로 조절하는, 이른바 ‘보복의 수도꼭지’를 사용한다. 미국엔 희토류, 한국엔 한한령이 대표적이다. 최근 1~2년 사이 이런 대외 압박 전략은 법·행정·시장이 겹겹이 맞물리는 구조로 더 정교해졌다. 한 번의 강공보다 일상의 관문이 더 무섭다는 사실을 중국이 터득한 것이다.
희토류를 보자. 작년 10월 1일 ‘희토류 관리조례’가 시행되면서 채굴·제련·유통·수출 전 과정이 한 틀에 들어갔다. 그해 12월 ‘양용 물자 수출 통제’ 시행령으로 허가·심사 체계가 대대적으로 정비됐다. 이 바닥판 위에서 중국은 미국을 겨냥해 올해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고, 관련 기술과 해외 생산까지 관리 범위를 넓혔다. 목록만 갈아 끼우면 언제든 유량을 조절할 수 있는 희토류 보복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중국의 세계 희토류 가공·정제 점유율은 90%에 이른다.
2016년 사드 갈등 이후 작동한 한한령은 최근 ‘전면 금지’에서 ‘유량 조절’로 보복의 성격이 바뀌었다. 2022년 11월 중국 플랫폼에서 6년 만에 한국 영화 스트리밍이 재개됐고, 그해 12월엔 한국 게임 7종이 한꺼번에 허가됐다. 그러나 2023년 이후 외자판호 명단은 매달 요동쳤고, 테마파크·영화·음원 등 산업의 중국 내 허가는 한중 외교 기류에 따라 속도와 범위가 달라진다.
더 무서운 지점은 중국이 자국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보복의 수도꼭지’를 확보한다는 사실이다. 세계 최대 대두(콩) 수입국인 중국은 2018년 이후 미국 의존을 낮추고 브라질 비율을 70% 안팎으로 끌어올렸다. 그 결과 ‘미국산 대두 수입 축소’ 카드를 상시로 쓸 수 있게 됐고, 올해는 미국산 대두 수입을 전면 중단하며 트럼프 핵심 지지층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주변국과 무수히 많은 마찰을 빚어온 중국은 일회성 제재를 시험하며 어떤 압박이 어느 나라에 잘 통하는지 학습을 마친 듯하다. 판호 명단, 희토류 쿼터, 기업 제재 리스트 같은 ‘고정 수단’의 강약을 조절해 압박과 회유를 원하는 만큼 배합하고, 다른 나라들이 일상적으로 중국 눈치를 보도록 강제한다. 법·행정·시장이 한 몸처럼 엮여 작동하는 국가 시스템을 갖춘 터라 수도꼭지의 성능은 보장된다.
‘수도꼭지’ 전략의 목표는 분명하다. 분쟁 상대를 자주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 자국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고, 내수 확대와 반도체·AI·에너지 등 전략 산업 자립에 집중할 시간을 벌어 ‘외풍 내성’을 높이는 데 있다. 이제 우리도 중국을 겨냥한 맞춤형 수도꼭지를 속히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잦은 협상에서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고 국익을 지켜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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