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만능주의가 부른 공사 중단, 근로자 생계는 어찌되나

이재명 정부 출범 후 4개월간 사고로 공사가 중단된 건설 현장이 10대 건설사만 289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 달 평균 72곳꼴이다. 이 정부 출범 전 17개월간 중단된 현장이 26곳(한 달 평균 1.5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50배다.
대규모 공사 중단의 원인은 중대재해 처벌과 관련 있다고 봐야 한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산재 사망 사고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 규정하고 징벌적 손해배상과 대출 규제, 면허 취소 등 강도 높은 규제를 주문했다. 이후 건설사들은 현장 한 곳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다른 현장까지 일제히 공사를 중단한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제정됐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경영자는 잠재적 범죄자’라는 왜곡된 인식을 낳고 있다. 이 법은 경영진에게 광범위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부과하지만, 구체적 기준이 모호하다. 결국 사고가 발생하면 고의나 중대한 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최고경영자가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이런 처벌 만능주의가 경영자로 하여금 조금의 위험이 있어도 사업을 기피하도록 만든다.
공사 중단의 피해는 현장 근로자와 국민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행은 올해 저성장의 가장 큰 요인으로 건설 경기 부진을 지목했다. 건설 경기 부진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중대재해법도 관련이 있다. 10대 건설사가 공사 일정을 맞추지 못해 늘어난 이자 비용 등 각종 손실이 5221억원에 달한다. 현장의 일용직 근로자 19만2150명도 일감이 사라져 5358억원의 인건비를 받지 못하게 됐다. 안전을 강화하는 정책이 결과적으로 근로자들의 일터와 생계를 빼앗고 있는 것이다.
산재 사고는 반드시 줄여야 할 우리 사회의 과제다. 그러나 강력한 법을 시행한 지 3년이 지났지만 기대한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부작용만 커졌다면 다른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처벌 중심의 법 집행에서 벗어나 예방 중심의 안전 관리 강화로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 안전은 강도 높은 처벌이 아니라 현장의 자율적인 예방 노력과 과학적 시스템을 통해 확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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