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짓누른 관세 갈등, 이대로는 안 된다

교착 상태인 미국과 관세 협상에 대한 불안감이 금융시장을 덮쳤다. 어제 코스피는 두 달 만에 가장 큰 폭(2.45%)으로 떨어졌고, 달러 대비 원화 환율도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 선을 뚫고 크게 올랐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에서 7000억원 가깝게 순매도하며 주가와 원화 가치 하락을 이끌었다.
경제에 특별한 단기 악재가 없는데도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것은 관세 협상 말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그것(한국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은 선불”이라며 압박 강도를 높인 데다,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한국 투자 금액을 일본 수준(5500억달러)으로 늘리라고 요구했다는 외신 보도가 악재로 작용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미국이 7·31 합의 때와 다른 말을 하고 있다”며 “무제한 통화 스와프는 필요조건”이라고 했다. 양국 간 입장 차가 좁혀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벌어지는 형국이다.
협상 결렬은 주요국 중 무역 의존도가 가장 높은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이 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협상이 결렬될 경우 상호 관세를 25%가 아니라 50% 이상으로 높일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외환시장 불안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일본처럼 미국 요구대로 3500억달러를 현찰로 조달해 넘길 방법이 없다. 우리 외환보유액은 4100억달러대로 일본(1조3000억달러)의 31%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일본은 추가로 기축통화국 지위와 미국과 무제한 통화 스와프라는 보험까지 갖고 있다. 만일 우리가 3500억달러를 외환시장에서 조달하려 할 경우 원화 가치가 폭락해 외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가 미국에 무제한 통화 스와프를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우리 능력을 훨씬 넘어선 무리한 요구를 하는 미국이다. 하지만 반미 감정으로 문제를 풀 수는 없다. 한미 관계는 경제뿐 아니라 안보 동맹으로도 깊이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어느 쪽이 더 큰 피해를 볼지는 뻔하다. 한미 동맹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최대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한국 입장에서 왜 3500억달러 직접 투자가 불가능한지 설명하고, 트럼프의 체면을 세워줄 수 있는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국내 정치적 문제 때문에 협상 카드로 꺼내지 않았던 쌀과 소고기 등 농축산품 시장 개방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관련 농가 피해가 있다면 국민 세금으로 보상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까지 참석하는 경주 APEC 정상회의가 불과 한 달여 남았다. 그 전에 미국과 큰 틀 합의를 이뤄 양국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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