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원전 업무 뺏겼는데… '원전 국제회의' 주재 나서야 하는 산업부

太兄 2025. 9. 9. 21:22

원전 업무 뺏겼는데… '원전 국제회의' 주재 나서야 하는 산업부

원전 산업 '환경부 이관' 후폭풍

입력 2025.09.09. 00:49업데이트 2025.09.09. 10:25
지난 7일 정부가 발표한 조직 개편으로 원전 산업에서 수출을 뺀 주요 정책 상당수가 환경부로 이관되면서 원전 산업 전체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부산 기장군 장안읍의 신고리 원전 1·2호기의 모습./박상훈 기자

산업통상자원부의 원전 산업 정책 기능이 환경부로 넘어가면서 ‘탈원전 시즌 2’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원전 신규 건설 및 산업 진흥을 논의하는 장관급 국제 행사에 의장국으로 나서야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산업부는 이달 18일(현지 시각)부터 파리에서 열리는 제3차 원자력 장관 회의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원자력청(Nuclear Energy Agency·NEA)과 함께 주관한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윌리엄 매그우드(Magwood) NEA 사무총장이 공동 의장을 맡는다.

올해 3회째를 맞는 원자력 장관 회의는 신규 원전의 적기 건설을 위한 로드맵을 논의하는 자리다. NEA는 원전 산업 정책을 모범적으로 수립한 국가에 의장국을 제안해 왔다. 초대 의장국은 세계 최대 원전 시장을 보유한 미국, 2회는 탈원전에서 원전으로 회귀한 스웨덴이었다. 매그우드 사무총장은 지난해 NEA가 한국을 3회 의장국으로 지목하면서 “한국의 원전 분야 성과는 다른 국가들에 모범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그래픽=양인성

◇원전 모범 사례라며 의장국 맡겼더니

행사를 목전에 두고 산업부는 의장국을 맡기 민망한 처지가 됐다. 7일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원전 수출 정책은 산업부에 남지만 수출의 근간이 되는 원전 건설·운영 등 국내 산업 정책은 환경부(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되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원전 산업의 중심축 역할에서 밀려나 수출 전담 부처라는 어정쩡한 역할만 남게 된 것이다. 원전 산업 정책은 탈원전을 일관되게 주장해온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주관하게 됐다. 그는 서울 노원구청장이던 2017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옹호하면서 “원전과 대형 석탄 발전소를 더 짓지 말아야 한다”고 했고, 윤석열 정부 때인 지난해 4월엔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은 세계적 추세에 맞지 않고 우리 경제를 망치는 길”이라고 했다.

한 에너지 분야 전문가는 “국내 원전 운영 역량 없이는 해외 수출도 불가능한데 산업과 수출을 전혀 다른 철학을 가진 부처가 나눠 맡게 됐다”며 “원전 산업 생태계의 연결 구조 자체를 흔드는 조치”라고 우려했다. 안에선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와 원전 조기 폐쇄를 추진하면서 해외에선 원전 수출 세일즈를 벌였던 문재인 정권 때도 원전 건설·운영과 수출은 산업부로 통합돼 있었다. 이를 분리한 건 문 정권의 탈원전 소극(笑劇)보다 K원전 경쟁력에 더 치명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NEA 측도 이번 개편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원전 관련 기업들도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원전 사업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국내 건설과 수출, 기술 개발을 아우르며 산업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상대해왔다. 이제 환경부까지 부처 셋을 시어머니로 모시는 기형적 구조에 놓이게 됐다. 한전도 마찬가지다. 국내 전력 사업 및 원전 건설·운영 관련해서는 환경부 지시를 받아야 하고, 해외 원전 수출 관련은 산업부와 협의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이다.

◇K원전 러브콜 여전한데 ‘탈원전 시즌 2′

한국 원전을 향한 세계 시장의 러브콜은 계속되는 상황이다. 지난달 말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에너지 장관 회의 참석차 방한한 제임스 댄리 미국 에너지부 차관은 김동철 한전 사장 등을 만나 자국 신규 원전 사업에 한국이 적극 참여해 주길 희망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2030년까지 신규 대형 원전 10기를 착공하고, 2050년까지 원전 발전 용량을 100GW(기가와트)에서 400GW까지 4배로 늘리겠다고 밝힌 상태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미국으로선 한국의 원전 건설 능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원전의 핵심 정책 기능을 분리하는 것은 상당한 비효율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원전 건설 선진국의 이미지가 훼손될 것 같아 염려스럽다”고 했다.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도 “원전 건설·운영과 수출의 이원화를 정부 조직에 명시적으로 새기는 건 탈원전을 주창한 문재인 정권 때도 없던 일”이라며 “미래 성장 동력이 될 가능성이 큰 원전 산업이 해외 수주를 하는 과정에서 발목을 잡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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