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대구 산불 진화 중 헬기 추락...70대 조종사 1명 사망

太兄 2025. 4. 6. 19:32

대구 산불 진화 중 헬기 추락...70대 조종사 1명 사망

입력 2025.04.06. 16:18업데이트 2025.04.06. 19:25
6일 오후 3시41분께 대구 북구 서변동 일대 야산에서 산불을 진화하던 헬기가 추락해 있다./뉴시스

대구 북구 서변동의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던 헬기가 추락해 70대 조종사 1명이 숨졌다. 지난달 26일 경북 의성에서 산불을 끄던 헬기 조종사가 추락해 숨진 지 11일 만이다.

6일 경찰과 산림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12분쯤 북구 서변동 야산에서 불이 났다. 소방당국은 헬기 5대를 띄우고 차량 24대, 진화 인력 69명을 투입해 오후 4시 18분쯤 불길을 잡았다.

이 과정에서 오후 3시 40분쯤 대구 동구 소속 임차 헬기 1대가 추락해 조종사인 남성 A(73)씨가 숨졌다. 헬기와 A씨는 산불 현장에서 100m 가량 떨어진 농지의 비닐하우스 근처에서 발견됐다. 이 헬기에는 A씨만 타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를 목격한 김영호(70)씨는 “헬기가 저수지에서 물을 퍼서 전봇대 높이만큼 낮게 날아가다 멈칫했고, 갑자기 물주머니가 헬기 몸통 앞으로 기울었다”며 “이후 헬기 꼬리쪽 프로펠러가 비닐하우스 천에 걸려 헬기가 뒤집히더니 그대로 추락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헬기가 인근 저수지에서 물을 담은 뒤 선회하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경위는 조사 중”이라고 했다.

A씨 사고를 목격한 일부 시민들이 A씨를 구조하기 위해 달려갔으나 헬기에 불이 번져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 시신은 사고 발생 약 2시간만인 오후 5시 30분쯤 경찰과 소방당국 등이 수습했다.

A씨가 탔던 헬기는 1981년 미국의 벨 헬리콥터(BELL HELICOPTER) 사(社)에서 제작된 ‘BELL 206L’ 기종으로,  올해 기령(機齡)은 44년인 것으로 파악됐다. 물 550L 가량을 담을 수 있는 헬기로, 길이 12.96m, 너비 2.33m, 높이 3.56m다. 동구가 올해 1월 1일부터 오는 6월 30일까지 봄철 산불 예방을 위해 민간 헬기 업체에서 임차했다.

A씨는 지난 1986년부터 39년간 경찰청과 민간업체 등에서 헬기를 조종해왔다. 2017년부터는 대구 동구와 계약한 민간 헬기 업체의 조종사로 일했다. A씨는 책임감이 강하고 후배들에게 다정한 선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국토교통부 등은 A씨의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산림 당국과 북구청은 산불 현장에 인력을 보내 뒷불 감시작업 중이다.

앞서 지난달 26일 경북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의 한 야산에서도 산불을 진화하던 강원 인제군 임차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박현우(73)기장이 순직했다. 박 기장도 비행 경력 40년의 베테랑이었으며, 혼자 헬기를 운행하다 숨졌다. 박 기장이 몰던 헬기도 미국 시코르스키사가 1995년 제작한 S-76A 기종으로 연식이 30년 정도였다. 당시 사고 목격자는 “헬기가 진화 작업을 하다 전깃줄에 걸려 추락했다”고 진술했다.

한편 이날 대구 외에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이날 낮 12시 35분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의 한 야산에서 산불이 났다가 1시간 10분만인 오후 1시 45분쯤에 큰 불이 잡혔다. 울산 울주군 온양읍에서도 오후 1시 48분쯤 산불이 났다가 오후 3시 30분쯤 불길이 잡혔다. 산림청 관계자는 “풀을 깎는 기계인 그라인더 작업을 하다 바람에 불씨가 날리면서 산불로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전남 순천시 상사면에서도 오후 2시 22분쯤 산불이 났다가 오후 3시 10분쯤 진화됐다. 이날 오후 5시 42분쯤엔 강원 영월군 남면에서도 산불이 났다가 46분만인 오후 6시 28분쯤 큰 불이 잡혔다.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봄철 건조한 날씨와 강풍으로 작은 불씨도 대형 산불이 될 수 있으므로 모든 국민들이 불씨를 철저히 관리해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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