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일반상식

태양광·철강 좀비기업 연명 시킨 中..."부동산 붕괴처럼 공멸 위기"

太兄 2025. 3. 2. 20:16

태양광·철강 좀비기업 연명 시킨 中..."부동산 붕괴처럼 공멸 위기"

[온차이나]
작년 태양광 12조원, 철강 6조원 적자
태양광 공급 능력, 전세계 수요의 2배
공급과잉에 가격 경쟁으로 손실 확대
美재무 "디플레 전가 안돼" 관세 폭탄 예고

입력 2025.03.02. 00:00업데이트 2025.03.02. 08:05
중국 장쑤성 옌청시의 퉁웨이 태양광 생산 기지의 공장 내부. 퉁웨이는 작년 태양광 공급 과잉 속에 70억 위안(약 1조4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벌찬 특파원

중국의 대표적인 공급 과잉 업종인 태양광 업계와 철강 업계가 작년 각각 우리 돈으로 12조원, 6조원이 넘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연초에 주요 상장 기업들의 실적이 속속 공개되고 있는데, 중국 언론이 잠정치를 집계해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해요.

중국은 지난 수년간 국내 경기 침체 속에 원가에도 못 미치는 출혈 수출로 세계 각국의 산업 생태계를 교란해왔습니다. 이른바 ‘디플레이션 수출’이죠. 그 핵심 원인이 바로 공급 과잉입니다. 수요보다 공급이 턱없이 많다 보니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제살깎아먹기식 가격 인하 경쟁을 하는 거죠. 미국 등 서방국가는 물론 브라질, 태국 등 중국에 우호적인 개발도상국들도 관세 장벽을 높일 정도로 그 폐해가 심각했습니다.

중국 국내외에서는 이런 디플레이션 수출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요. 중국 지방정부는 그동안 퇴출당해야 할 좀비 기업에 계속 보조금을 주면서 공급 과잉을 부추겨 왔는데, 부동산 침체로 재정 상황이 어려워져 지원이 쉽지 않다는 겁니다. 새로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도 “국내 소비 부진에 따른 디플레이션 압력을 다른 나라에 전가해서는 안 된다”며 강도 높은 관세 전쟁을 예고하고 있죠.

◇상장 기업 60~70%가 적자

중국 태양광 업계는 작년 사상 최악의 실적을 냈습니다. 1월말까지 잠정 실적을 발표한 태양광 분야 30개 상장사 중 20개가 적자를 냈고, 적자 액수를 합치면 600억 위안(약 12조원)을 넘는다고 해요. 최대 실리콘 웨이퍼 제조업체인 TCL 중환은 손실액이 89억 위안(약 1조7700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최대 폴리실리콘 업체 통웨이를 비롯해 론지, 트리나솔라, JA솔라 등 중국 태양광 산업을 대표하는 다른 업체들도 큰 규모의 적자를 냈어요.

주요인은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입니다. 태양광 산업은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이를 가공해 제조한 실리콘 웨이퍼, 웨이퍼에 들어가는 태양전지 셀, 셀을 연결해 만드는 모듈 등으로 구성돼요. 중국태양광산업협회(CPIA)에 따르면 작년 초부터 10월까지 다결정 실리콘은 35%, 실리콘 웨이퍼는 45%, 태양전지 셀과 모듈은 25% 가격이 내려갔다고 합니다.

중국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태양광 산업이 급성장했어요. 중국 정부가 2011년부터 2022년까지 태양광 발전 용량 증가에 500억 달러를 쏟아부은 덕분입니다. 국내의 풍부한 연료와 값싼 전기료에 정부 보조금까지 더해지면서 중국 태양광 업계는 세계 시장을 휩쓸었죠. 미국과 유럽, 일본 업체들이 중국 업체의 가격 공세에 줄줄이 무너졌습니다. 중국의 세계 태양광 시장 점유율은 80%를 훌쩍 넘어가요.

중국 계면신문이 지난 1월27일 집계해 보도한 중국 주요 철강업체의 작년 실적. 대부분의 업체의 실적이 2023년보다 크게 악화됐다. /계면신문

◇지방정부 지원에 좀비 기업 청산 어려워

문제는 정부 보조금으로 손쉽게 돈을 벌다 보니 생산 용량이 수요보다 너무 많아졌다는 점입니다. 중국 태양광 제조 능력은 작년 기준 1200기가와트(GW)를 넘었어요. 전 세계 한해 설비 수요 500~600GW의 2배 이상의 공급 능력을 가진 겁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많다 보니 중국 업체들끼리 치열한 가격 경쟁이 벌어졌고, 이것이 천문학적인 손실로 이어졌어요.

공급이 넘치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를 도태시키는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중국은 이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값싼 부지 제공, 저리 자금 융자, 보조금 지원으로 지역 내 태양광 업체를 키워온 지방정부가 지역 경제 축소와 실업률 증가 등을 우려해 좀비 기업의 도산을 막고 있어요. CPIA 주도로 출혈 경쟁 자제, 업계 구조조정 등이 추진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합니다.

철강산업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1월27일까지 실적을 발표한 상장 기업 중 18곳 중 14곳이 적자를 냈고, 적자 규모를 모두 합치면 308억 위안(약 6조1000억원)에 이른다고 해요. 안산강철은 작년 적자액이 71억 위안(약 1조4000억원)이나 됐습니다. 중국 철강산업은 가뜩이나 공급 과잉인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침체의 직격탄까지 맞았어요.

중국 닝샤 북부 텅거리 사막에 위치한 중국 최대 사막 태양광발전소. 끝 없는모래사막 위에 태양광 패널 수천개가 설치돼 있다. /AFP 연합뉴스

◇“공급 과잉, 부동산 거품처럼 터질 것”

중국 국내에서 소화되지 못한 태양광, 철강 제품은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국제시장에 쏟아져 나와 많은 나라에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브라질은 남미의 대표적인 친중 국가이지만 작년 10월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결정했어요. 우리 정부도 중국산 후판에 대해 최고 38%의 덤핑 방지 관세 부과를 추진 중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덤핑 수출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어요.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2월25일 미국을 방문한 짐 차머스 호주 재무장관에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설명하면서 “중국은 더 많은 내부 소비가 필요하다”면서 “내부의 디플레이션 압력을 지구 상의 다른 나라에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중국산 덤핑 제품이 쏟아져 들어오지 않도록 관세 장벽을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거죠.

중국에서 30년을 거주한 요르케 우트케 전 주중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 회장은 2월24일 스위스 일간지 기고문에서 “중국의 과잉 생산 문제가 임계점에 가까워지고 있으며 부동산 거품 붕괴 때처럼 수천개 기업이 파산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과잉 생산을 지탱해온 지방정부의 자금원이 고갈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도 고조되고 있다”면서 “과잉 생산 체제가 해체되는 과정은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했어요.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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