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의도 천사상' 사기꾼, 대치동 성당·성지 등에도 조각품 설치
세계적 작가라며 곳곳에 전시
수억 원 챙긴 70대 남성에 징역형 선고
천주교 "대책 논의"
프랑스 파리7대학 교수 등 허위 경력으로 활동한 최바오로(71)씨의 조각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성당을 비롯 김대건 신부 묘소 등 한국 천주교 주요 성당과 성지 등에 설치돼 있는 것으로 24일 나타났다. 최씨의 조각이 설치된 성당들은 “우리도 최근에서야 최씨가 사기 전과자라는 사실을 알았다”며 “이른 시일 내에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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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성당 1층 로비에는 지난 1983년 최씨가 제작한 ‘그리스도의 만찬’ 부조가 있다. 가로 5m·높이 3m의 대형 부조다. 한때는 성당 2층 제대(祭臺)에 설치되었다가 1층 로비로 옮겨졌다. 이 앞에는 탁자와 의자가 있었으나 부조 자체는 가려지지 않은 상태다. 대치동성당 측은 천주교 서울대교구를 통해 “최근에서야 최씨의 사기 행각을 인지했다”며 “사안에 대해 진상을 파악한 뒤, 향후 계획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이 성당을 다니는 신자들도 이 조각을 만든 최씨가 사기 전과자라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신자들은 “예전부터 이 성당에 있던 조각이라 이런 문제에 엮인 줄은 몰랐다”며 “진실과 성실을 중요시하고, 거짓말을 금기(禁忌)로 삼는 천주교 성당에 사기꾼의 조각이 있다면,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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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가 관장으로 있던 강원 영월군의 종교미술박물관은 현재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최씨가 지난해 2월 신안군에 의해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한 이후인 지난해 4월부터 영업이 중단됐다고 영월군 관계자는 밝혔다. 최씨가 지난 2009년 ‘최바오로 성상(聖像) 목조각전’을 열었던 경기 수원시 북수동성당에서도 최씨의 작품은 모두 철거됐다. 신안군도 최씨가 설치한 천사장 318점을 어떻게 할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씨는 지난 201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신안군 하의도에 천사상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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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는 과거에도 학력과 경력을 모두 위조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최씨는 2017년 한 종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이가 나를 사기꾼이라고 비난해 인터뷰를 하게 됐다”며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내 자신이 성화(聖畵) 작가라는 게 매우 자랑스럽다. 성화로 평화와 진리의 한 부분을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고, 나를 만드신 분의 말씀을 전하는 게 부끄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원 판결에 따르면, 최씨는 10대 초반부터 서울 중구 신당동과 철공소, 목공소 등에서 일했고 20대 초반부터 상습 사기죄로 수차례 교도소에서 복역했다. 최씨는 1992년 파리7대학 명예교수로 재직했다고 했지만 이 시기 그는 청송교도소에서 사기 혐의로 복역 중이었다.
이 외에도 최씨는 경기 안성 미리내성지 김대건 신부 묘소 아래 공터에 피에타상과 길이 25m의 ’227위(位) 성인 복자 부조‘, 서울 양천구 목4동성당에는 십자가의 길 14처를 제작했다. 최씨는 일본 아키타 성모성지와 나가사키 피폭 위령탑 등 세계 70여 성지 및 성당에 자신의 조각을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한 천주교 신자는 “한국 천주교가 작가를 사칭한 사기꾼에게 농락을 당한 것”이라며 “이전에도 계속 최씨의 경력 등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이는 여론이 있었지만 모두 묵살됐다”고 했다. 한 천주교구 관계자는 “이 사람 조각이 성당에 있다는 걸 신자들이 알게 될까 걱정된다”며 “예수의 이름이 안 좋은 곳에 쓰이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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