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하늘에 있니 땅에 있니" "왜 전화가 안돼"...지워지지 않는 '1'

太兄 2024. 12. 30. 19:43

"하늘에 있니 땅에 있니" "왜 전화가 안돼"...지워지지 않는 '1'

[무안 제주항공 참사]
29일 오전 9시 3분에 영원히 멈춘 카톡

입력 2024.12.30. 13:41업데이트 2024.12.30. 18:57
무안공항 사고기 탑승자 조건영씨가 어머니 장안숙씨와 마지막으로 나눈 카톡 내용./독자 제공
무안공항 사고기 탑승자 조건영씨가 어머니 장안숙씨와 마지막으로 나눈 카톡 내용./독자 제공

“하늘 위에 있니, 땅에 있니”

장안숙(59)씨는 지난 29일 오전 9시 24분 아들 조건영(35)씨에게 “하늘 위에 있어? 땅에 있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아들이 탄 비행기는 오전 8시 30분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장씨의 휴대전화에 조씨는 ‘작은 왕자님’으로 저장되어 있다. 조씨는 귀국 전날인 28일 “컨디션 괜찮냐” “구경 안 나갔냐”는 어머니의 메시지에 곧바로 “한숨 잤더니 컨디션이 좋다” “밥 먹으러 돌아다니는 중”이라고 답하는 살가운 아들이었다.

장씨는 지난 29일 무안 공항에서 “내가 60살 먹으면 파티하자더니 어디갔어, 내 새끼”라며 가슴을 붙잡고 울었다. 장씨는 “왜 엄마 버리고 먼저 갔니. 손 한번 더 잡아 줄 걸. 얼마나 뜨겁고 아팠을까”라며 아들과 마지막으로 나눈 메시지를 거듭 들여다봤다. 광주에 거주하는 20대 A씨는 사고 직전 여객기 안에 있던 어머니와 카톡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A씨의 어머니는 오전 9시에 “새가 날개에 껴서 착륙 못 하는 중”이라며 상황을 전했다. A씨가 “언제부터 그랬느냐”고 되묻자 어머니는 오전 9시 1분 “방금, 유언해야 하나”라며 마지막 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곧바로 “어쩐대”라며 걱정하는 메시지를 보냈고 오전 9시37분 “왜 전화가 안돼”냐는 메시지를 다시 보냈지만 답을 받을 수 없었다.

김경학(61)씨는 “29일 오전 9시 48분 ‘OO(딸 이름) 도착했는가?’라는 톡을 남겼지만 답이 없다. 숫자 1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김씨는 “연락이 없어서 딸에게 전화를 수십 통 했는데 받지 않았다”며 “이후 속보가 떴고 가슴이 무너졌다”고 했다. 김씨의 휴대전화에 조씨는 ‘OO공주’로 저장돼 있다. 김씨는 “딸이 어제 비행기를 타고 간다면서 연락했다”면서 “우리 집사람한테는 비행기를 타기 전 공항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무안항공 사고기 탑승자 강성미씨가 가족 단체카톡방에 남긴 메시지./독자 제공
무안항공 사고기 탑승자 강성미씨가 가족 단체카톡방에 남긴 메시지./독자 제공

강성훈(60)씨는 동생 강성미(51)씨가 여행 직전 가족 단체카톡방에 “어머니 옷을 사드렸다”며 자랑한 메시지를 보며 눈물지었다. 동생 강씨는 “마실 다닐 때 입고 다니라고 샀다, 엄마가 옷이 예쁘다며 만족하해셨다”고 했다. 강성미씨는 다섯 남매의 막냇동생으로, 집안의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고 한다. 오빠 강씨는 “맏아들인 내게는 딸같은 동생”이라며 “여행을 가던 당일에도 동생이 ‘다음에는 오빠도 같이 해외여행을 가자’며 전화가 왔다”며 눈물을 훔쳤다.

1년간의 암 투병을 이겨내고 건강이 좋아져 친구들과 태국으로 여행을 떠난 50대 어머니는 태국에 도착한 후에도 “아들 필요한 거 있니?”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한국에 남은 남매를 살뜰히 챙겼다. 어머니 김씨는 자녀들에게 집에 도착한 ‘택배 정리’ 등을 부탁하기도 했다. 아들 김모(22)씨와 그의 동생(15)은 “어머니가 오랜 투병생활로 고생하셨고, 여행사에서 ‘크리스마스 방콕 여행 패키지’가 출시돼 친구들과 여행을 떠났다”면서 “여행 중에도 틈틈이 안부 등을 나눴었는데,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사고 소식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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