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구호' 대고 공짜 밥 먹는 중국 청년들
‘후추 소고기 볶음, 겨자 절임 채소와 생선’. 평범한 메뉴 같지만 중국 청두의 한 식당에서는 ‘공짜 식사’를 할 수 있는 암호로 통한다. 손님이 점원에게 이 메뉴 중 하나를 말하기만 하면 국수나 만두를 무료로 먹을 수 있다. 경제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사정이 어려운 청년들을 돕기 위해 음식을 무료로 제공하는 중국 식당들이 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가 19일 보도했다.
다중뎬핑 등 음식점 리뷰 앱이나 중국판 인스타그램 샤오훙수에서는 ‘공짜 식당’을 쉽게 찾아낼수 있다. 식당의 선행을 칭찬하는 리뷰와 함께 암호나 무료 식사 제공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기 때문이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는 ‘가난뱅이 식사’라는 별칭으로 저렴한 세트메뉴를 파는 식당도 늘었다. 모두가 예전보다 가난해지니 대놓고 가난을 말하는 것이 더 이상 금기시되지 않는 것이다.
공짜 식사를 제공하는 청두의 식당 주인 황밍은 “올들어 매일 수십 그릇의 음식을 2030 청년들에게 대접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에 말했다. 몇 년 전만 해도 하루에 10건이 넘지 않았던 ‘암호 주문’이 급증한 것이다.
취업난에 내몰린 청년들은 낮은 월급을 받고 일하는 ‘직업 다운그레이드’를 받아들이거나 대학원으로 ‘도피’, 만취업(천천히 취업을 준비하는 백수 생활)을 선택해야 한다. 재정난에 공무원들이 월급을 제대로 못 받는 경우가 태반인데도 공시생은 늘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국가 공무원 시험 ‘궈카오’에 젊은이들이 대거 몰려들어 8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20일 전했다.
중국 당국은 올해부터 재학생을 집계 대상에서 제외한 청년(16~24세) 실업률을 발표하고 있지만, 올해 초 14~15% 수준이던 청년 실업률은 지난 8월 18.8%까지 치솟았다. 지난달에도 16.1%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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