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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黃眞伊, 1506 ~ 1567)는 조선 중기의 시인, 기녀, 작가, 서예가, 음악가, 무희이다. 중종·명종 때(16세기 초, 중순경) 활동했던 기생으로, 중종 때 개성의 황씨 성을 가진 진사의 서녀(庶女)로 태어났으며, 시와 그림, 춤 외에도 성리학적 지식과 사서육경에도 해박하여 사대부, 은일사들과도 어울렸다. 시를 잘 지었고, 그림에도 능하였다. 많은 시와 그림을 작품으로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으로 인해 대부분 실전되었고 남은 작품들도 그가 음란함의 대명사로 몰리면서 저평가되고 제대로 보존되지도 않아 대부분 인멸되었다.
뛰어난 재주와 출중한 용모로 더욱 유명하였다. 학자 화담 서경덕을 유혹하려 하였다가 실패했다고도 한다. 서경덕, 박연폭포와 함께 송도 3절로도 불렸으며, 대표작으로 《만월대 회고시》, 《박연폭포시》 등이 있다. 조선시대 내내 음란함의 상징으로 여겨져 언급이 금기시되었으나 구전과 민담의 소재가 되어왔다.
* 황진이 <제1話>
올해(1535년)로 명월(明月:황진이 妓名)이 스무 살이 되었다.
기생 된지 만5년이 되는 해다.
명월은 어느새 송도(松都·현 개성)를 넘어 한양의 사대부와 한량들에게까지 입에 침이 마르도록 회자 되었다.
상림춘(上林春)·관홍장(冠紅粧)·소춘풍(笑春風)등과 명월이 당대 다섯 손가락에 들어가는 명실상부한 명기(名妓) 반열에 올랐다.
그 중에서도 명월이 단연 빼어난 미모와 경국지색의 아우라(Aura·고고한 분위기)에 시·서·화·노래·춤·시조 등에 뛰어났으며 고려의 맥을 잇는 거문고의 명인으로 독보적 존재로 인정받고 있다.
나라의 이름난 한량등과 풍류를 즐기는 고관대작들도 명월과 풍류를 즐기러 송도로 발길이 바쁘다.
하지만 명월과 만리장성을 쌓으며 화촉동방의 기회를 얻기란 그야말로 하늘에 별 따기보다 더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개성 유수룰 통해 기회를 잡으려는 눈치 빠른 인사들도 있었다.
당시 개성 유수는 이귀령(李龜齡·1482~1542·字 미지(眉之))이다.
미지는 문정왕후(文定王后·1501~1565)의 외삼촌으로 여러도에 관찰사를 거쳐 사십대 초반에 개성 유수로 부임하였다.
풍류를 즐기지만 그에겐 어린 동기(童妓)가 있어 명월에게 무리한 접근은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방 토호(土豪)세력을 대하듯 서먹서먹하게 분위기를 잡았다.
그런 와중에 소세양(蘇世讓·1486~1562) 애기가 나왔다.
“내 오늘 너를 보자 한 것은 간곡한 부탁이 있어서다.”
명월은 유수의 부탁이란 말에 짐짓 놀라는 표정을 억지로 숨기며
“예, 유수대감! 무슨 말씀이신지 하명 하시지요...”
라고 고개를 숙여 보였다.
“율시(律詩”한시의 한 종류)로 명나라와 일본 사신을 영접하여 문명을 떨치시고 특히 대명외교에 성과를 올려 임금의 총애를 받으시는 분이셔... 송설체(松雪體)에 뛰어났으며 효자에다 풍류에도 남달라 화담(花潭:서경덕 호) 스승을 뵈러온다고 했으나 실은 명월의 화려한 소문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 내려오셨어...“
유수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양곡(陽谷:소세양 호)을 치켜세웠다.
목이 타는지 자작으로 술을 따라 단숨에 마신 후
“너도 한 잔 하려무나.”
라고 말한 후 스스로 따라 술잔을 건넸다.
“아니옵니다. 소녀는 괜찮으니 나머지 말씀을 다 하시지요!”
도도한 태도다.
개성 유수관아(官衙)에서 이토록 허리하나 굽히지 않고 제 말을 다하는 기생을 처음 본 유수는 적이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역시 소문대로구나... 참으로 네가 곱구나! 하늘에서 잠시 휴가 내려온 선녀(仙女) 같구나! 내 팔도를 돌아 풍류를 즐겼으나 너 같이 재색(才色)이 뛰어난 여인은 처음 봤느니라! 역시 한양은 물론 중국의 사신들까지 송도를 꼭 들르려 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구나...”
유수는 입술이 마르는지 다시 술을 한 잔 더 마셨다.
말과는 반대로 유수의 독사 눈초리가 명월의 아래위를 통째로 삼킬 듯 훑었다.
하지만 명월은 그런 정도의 시선엔 마동도 하지 않는다.
어서 본론이나 말하란 눈치다.
“사실은 양곡대감께서 명월 너에게 한양 선비들과 내기를 하셨데... 너와 30일을 지내는데 단 하루라도 더 있으면 사람이 아니다 라고 약속을 했다는 거야! 어떻게 하려느냐?”
겨우 말을 마친 유수는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명월을 보자 욕심이 생겼을게다.
양곡을 소개하다 보니 본인이 먼저 잠자리에 들고 싶은 음심이 발동하여 아랫도리가 팽팽하여 졌을 것이다.
명월은 사내들의 표정을 보고 몸과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를 어미가 젖먹이의 동태를 보듯 들여다보고 있다.
지금 유수의 옥경(玉莖)이 팽창되어 침을 흘리고 있으리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양곡 대감께서 언제 오신다는 것인가요?”
바다 속 같은 침묵이 찰나적이지만 견디기 어려워 명월이 말을 꺼냈다.
“벌써 이곳에 와 계시지... 지금 당장 뵐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시죠! 그런데 이곳이 아닌 명월관에서 모시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시게...”
개성 유수가 일개의 기생에게 대하는 태도가 아닌 저명 여류문인을 대하듯 깍듯한 예우다.
명월이 유수가 내준 가마를 타고 명월관으로 와서 준비에 들어갔다.
역시 명월은 평소대로 차림새다.
명월이 명월관에 도착하자 양곡도 들이 닥쳤다.
한양까지 이름이 자자한 시기(詩妓) 명월을 촌음이라도 빨리 보고 싶은 것이다.
“과연 명월(明月)이구나... 하늘에 높이 떠 누구도 잡을 수 없는 명월...그 명월을 내 앞에서 직접 보니 눈이 부시구나!”
양곡은 명월을 두 동공에 잡아 두려는 듯이 시선을 떼지 않았다.
“양곡 대감! 소녀 앉아도 될는지요?”
양곡은 그 사이에 지필묵을 준비하여 시를 쓰고 있었다.
“너의 집인데 네 마음대로 하려무나. 나는 객이 아니더냐?”
풍루의 달인 양곡은 역시 달랐다.
“내 너의 《반달》이란 詩를 쓰고 있느니라...”
‘누가 곤륜산 옥을 깎아 내어/
직녀의 빗을 만들었던고/
견우와 이별한 후에/
슬픔에 겨워 벽공에 던졌다오.’
송설체의 대가답게 힘이 있고 아름답게 티 하나 없는 박속같은 한지에 썼다.
“소녀도 양곡대감의 詩를 외우고 있습니다.
‘모랫벌에 뜬 달을 사랑하나니/
한밤에 술잔 멈추고 앉아보네/
강물은 씻은 거울처럼 밝게 비치고/
은하수는 구름한 점 없구나/
울어대던 귀뚜라미 소리 그치고/
아득히 들려오는 학의 울음/
맑고 텅빈 기운타고 따라오는 듯한데/
먼지 긴 속세는 멋대로 어지럽네
명월은 거문고를 타며 양곡의 詩를 천상의 목소리로 낭송하였다.
옥골선풍(玉骨仙風)의 양곡 얼굴에 무지갯빛의 웃음이 피어났다.
“역시 명월이구나! 내 하늘에 있는 명월을 품을 수 있다니 내 인생에 절정이로다!”
양곡은 두 팔을 벌려 명월을 뜨겁게 안았다.
쌍나비 등잔의 불을 끄고 얇은 비단 속적삼도 벗고 비녀를 뽑아 머리를 풀어 화장끼 없는 얼굴 모습을 드러냈다.
창문으로 은빛 달빛이 들어와 그녀의 나신을 더욱 신비롭게 빛냈다.
명월은 양곡을 열손가락을 활짝 펴 척추와 등을 부드럽게 쓸어안았다.
그리고 사내를 깊이깊이 받아들였다.
양곡은 명월의 사타구니를 덮은 소담한 체모를 쓸며 꽃(여음 : 여자의 음부)을 토닥이었다.
그 속엔 이미 사내를 맞을 꿀이 흐르고 있었다.
그들이 잠에서 깨어났을 땐 따가운 가을햇살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뒤엉켜있는 벌거숭이를 내려 쬐고 있었다.
* 황진이 <제2話>
아침을 명월과 겸상하여 그윽하게 마친 양곡은 개성 유람에 나섰다.
그러나 그의 눈엔 선녀(仙女)같은 명월의 모습이 앞을 가려 아름다운 개성 가을 풍광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점심때도 넘기지 못하고 허둥지둥 명월관으로 돌아왔다.
명월은 양곡이 말을 타고 명월관을 나갈 때부터 개성의 절경을 절반도 못보고 말고삐를 되돌릴 것을 생각하고 일찌감치 몸치장을 서둘렀다.
엊저녁엔 선비체면에 소극적으로 명월의 독특한 선향(仙香)이 아침안개처럼 풍기는 몸을 문만 열었을 뿐 오늘은 들소모양 덤벼들 것이 뻔해서다.
명월도 꽃잠(첫날밤)에서 사랑의 지혜를 첫 장면만 보여주었을 뿐 퇴기 옥섬 이모가 가르쳐 준 잠자리 기술을 시작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유수한테 들은 “30일을 넘기면 인간이 아니다.”란 약속을 깨도록 하려는 속내다.
명월 자신을 두고 내기를 했다는 데에 체면을 중시하는 사대부들의 콧대를 보기 좋게 꺾어 주려는 심보다.
열린 창문 밖 모과나무 위로 찬란한 가을 햇빛이 소나기처럼 쏟아지고 있다.
명월은 직접 점심상을 들고 들어갔다.
양곡은 명월을 보자 피로했던 표정이 봄꽃같이 갑자기 화색이 돌았다.
“송도 팔경을 다 보시지는 못하신 것 같네요?”
명월이 무지개빛 미소를 지으며 점심상을 들고 방으로 들어오며 던지는 말투다.
내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다.
“그랬느니라... 내 명월과 더 많은 시간을 가지려고 잠시 개성 저잣거리만 보고 돌아왔느니라! 네가 익제(益齊·李齊賢(1287~1369)의 호)의 《송도팔경》을 말하는 모양이구나! 풍류객이 이곳에 오면 첫째는 명월을 보러 오는 것 외엔 송도팔경인 곡령의 개인 봄, 용산의 늦가을, 자하동의 스님찾기, 청교의 손님 보내기, 웅천에서 술계, 용산의 들에서 봄을 찾아, 감포의 어옹, 서강의 배가 아니더냐? 참으로 아름답고 멋이 풍기는 시(詩)로다.”
의기양양한 표정이다.
네가 시를 안다고 하지만 나를 당하지는 못할 것이란 태도다.
명월의 점심상엔 태상주(太常酒:개성의 고급술)와 안주론 잉어찜과 산채, 그리고 요기를 할 두부추탕이 놓여있다.
양곡은 배가 고팠는지 두부추탕을 맞바람에 게 눈 감추듯 선비의 체면도 아랑곳 않고 단숨에 먹어치웠다.
“천천히 드세요! 체하시면 어찌하시려고 그렇게 서두르세요! 즐거운 밤은 어찌하시려고요...”
여유가 있는 명월의 태도다.
두부추탕은 가을밤이면 양반댁 마님이 은밀히 사랑채로 나갈 때 미리 내보내는 사랑의 묘약으로 통하는 음식이다.
양곡은 그윽한 표정으로 명월을 쳐다본다.
사내가 계집을 보는 표정이 아닌 신뢰와 경의가 섞인 얼굴의 분위기다.
총명한 이마와 조는 듯 고운 눈썹, 그 아래에 눈부시게 희고 검은 두 눈은 비온 뒤 나뭇잎 위에 작은 벌레집처럼 고요하고 깊은 숲속에 핀 작은 꽃 같이 향긋하며 검은 비단 모양 잔바람이 이는 연못의 파문처럼 아련하며 가녀리고 단정한 콧날은 오연하면서도 사랑스럽다.
입술은 적당한 크기로 아물게 꼭 닫혀 얌전하지만 의지가 느껴지고 갸름한 턱은 안아주고 싶도록 연약해 보이며 가늘고 긴 목은 그 곳에 파고들고 싶은 충동으로 벌써부터 가슴이 뛰고 낭심이 허리 밑에서 날뛰고 있다.
명월은 고수다.
학문만 높은 것이 아니라 남자들의 성정도 독심술(讀心術)로 읽듯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
사실 양곡은 두부추탕을 허겁지겁 먹으며 독주인 태상주 몇 잔에 어느새 정신이 혼미해졌다.
하지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여 겨우 명월을 직접 품게 되었는데 섣불리 서둘렀다 체면을 구길까 마음이 복잡하다.
명월의 표정을 유심히 살피던 양곡이 출사표(出師表)를 던진 장수모양 비장한 표정의 긴장된 어투로
“내 실은 한양에 있는 친구들과 내기를 했느니라... 너와의 사랑을 30일을 넘기면 사람이 아니란 장담을 했느니라... 내 그 약속을 꼭 지키리라...”
라고 말하는 표정이 자못 진지하고 비장해 보이기까지 하다.
명월은 원앙 한 쌍이 지나가며 파문을 일으킨 연못 위의 물결 같은 미소를 지여 보일 뿐 입을 떼지 않았다.
가소롭다는 표정이다.
네가 내 품에 들어왔는데 어떻게 내 뜻과는 상관도 없이 네 마음대로 30일 만에 내 품을 벗어날 수 있겠느냐는 반문 같은 표정으로 양곡을 쳐다봤다.
석가가 수제자 가섭을 보는 눈초리다.
태상주 한 병이 바닥을 드러냈다.
명월도 태상주 두 병의 바닥이 보이자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사실 명월은 고금을 통 털어 우리나라 최고의 주선(酒仙)으로 선정되었다.
평생 술과 시와 자기 이상에 취해 평생을 살다가 간 수주 변영로(卞榮魯)가 2위이며 김삿갓 4위, 김시습(金時習) 5위, 임제(林悌) 6위, 임꺽정(林巨正) 8위, 원효(元曉) 10위 등이 겨우 10위권에 들었다.
명월은 15세에 기생이 되고 3년 만에 기적(妓籍)에서 빠져 나왔다.
그 후론 자기 영혼을 찾아 소위 페미니즘적 자유인이 되었다.
그래서 기생이면서 기명인 명월(明月)을 쓰지 않고 진이(眞伊)란 본명으로 끝까지 불리였으며 진이로 파란만장한 40평생을 살았다.
술은 역시 여자나 남자나 꽁꽁 묶어두었던 마음을 열어 놓는다.
“이제 주무시죠! 그렇게 시만 쓰고 계실 것입니까?”
명월이 양곡에게 잠자리를 재촉하였다.
창밖의 보름달이 창공에 두둥실 떴다.
양곡이 명월을 힐끗 쳐다 본다.
네가 웬일로 잠자리를 재촉하느냐는 표정이다.
그리고는 기쁨이 넘치는 목소리로
“그렇게 하자구나...”
하고 응수해 왔다.
불이 꺼지자 휘영청 밝은 달빛만이 꿈틀대는 남녀의 알몸뚱이를 지켜보고 있다.
“어져 내일이야 그릴줄을 모르던가/
이시랴 하더면 가랴마는 제 구태여/
보내고 그리는 정은 나도 몰라 하노라...
이시가 명월이 네 시더냐?”
“그러하옵니다! 대감의 시에 비해 졸작 부끄럽습니다.”
그때 대장간의 풀무모양 뜨거운 양곡의 손이 명월의 가슴을 훑고 허리 밑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명월의 두 다리도 견우를 맞으려 자연스럽게 벌어졌으며 허리와 엉덩이도 덩달아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때 창밖 뜨락 오동나무 위에서 짝짓기를 하던 접동새가 푸드득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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