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집회 살인자”라던 文정부, 민노총 집회는 놔둔다

2020-11-13 00: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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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집회 살인자”라던 文정부, 민노총 집회는 놔둔다

권순완 기자
입력 2020.11.12 23:25

광복절인 지난 8월 15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문재인 정권 규탄' 집회 모습.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이 이날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이 사진을 들어보이자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광화문 집회 주동자들은 살인자"라고 했다./연합뉴스


“××, 박근혜 정부보다 더한 것 같다 ××놈들아!” “○○○들아!”

12일 오후 6시 30분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민주노점상 전국연합'이란 단체가 연 집회에서 90여 명이 촛불을 들고 모여 이렇게 소리쳤다. 집회 현장에서는 공무원들이 ’참석자가 100명이 넘는지'만 감시했다. 경찰관들도 집회를 지켜만 봤다. ‘서울시내에서 99인 이하 집회’는 허용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날 국내 코로나 확진자는 143명(전일 0시~당일 0시 기준). 서울시와 경찰이 ‘코로나 확산 위험’ 때문에 정부 규탄 집회를 틀어막을 수밖에 없었다던 지난 개천절(10월 3일) 확진자는 75명이었다.

민노총 등 단체들은 14일, 서울시내 30곳을 포함한 전국 40여 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전국민중대회’를 열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 신고한 참가자는 총 1만3000명. 그러나 이들은 앞선 9일 기자회견에서 “총 10만명이 참가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개천절·한글날에는 ‘차창을 내리지 않는다’ ‘9대 이하로 다닌다’ 등 온갖 약속을 하고도 일부에 허용됐던 ‘차량 행진 시위’도 이번엔 여러 곳에서 진행된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4일 국회에서 ‘광화문 집회’(광복절) 주최자 측을 가리켜 “살인자”라고 했었다. 그런데도 이번 집회를 경찰은 제재할 생각이 없다. 경찰은 “집회 주최 측에 방역 수칙 준수를 요청했고, 집회 당일 상황을 지켜보고 필요에 따라 주변에 펜스를 치는 등 방식으로 통제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0월 정부 규탄 집회에 대한 대응은 이번과 전혀 달랐다. ‘방역’을 내세워 집회 예정일 하루 전부터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 경찰 버스 500대와 철제 바리케이드 1만여 개를 설치했고, 집회 당일엔 경찰 인력 1만2000명까지 동원해 일대를 완전히 봉쇄했다. 서울시 경계에서부터 한강 다리 등 집회 장소로 향하는 길목에 3중(重) 방어선도 구축했다. 지나가는 승용차를 세우고 창문을 내리게 해, 태극기를 소지한 시민들까지 통행을 막았다.


광화문 일대에선 집회 참가자는 물론 일반 시민 통행도 차단했다. 인적이 끊기면서 일대 상인들은 주말 영업을 포기했고, 식당들이 미리 준비했던 음식 재료 수십만~수백만원어치를 폐기하는 사태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당시 경찰은 ‘대규모 집회 우려’를 강경 대응의 근거로 내세웠지만, 실제 서울 도심 지역 개천절 집회 참여 인원은 200명 정도였다.

그랬던 경찰과 서울시에 ‘이번 민노총 집회에는 관대한 이유’를 묻자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2단계에서 1단계로 완화됨에 따라 코로나 확산 우려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부터 서울시내 집회 인원 제한도 ’10인 미만'에서 ’100인 미만'으로 완화됐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코로나 위기는 10월보다 지금이 더욱 심각하다. 개천절 집회를 앞둔 지난 10월 1일과 2일 코로나 일일 확진자는 각각 77명과 63명이었다. 반면 이달 11일 확진자는 146명, 12일은 143명이다. 하루에 발생하는 확진자 수가 10월 초의 배(倍)인데도, 친(親)정부 성향 단체들에 대해서는 대규모 시위를 허용하는 것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오는 주말 집회에도 경찰 인력 수천 명을 동원해 충분한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