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치' 하는 李대통령…'노무현 시즌2' 되나
[김기훈의 생각]
공식석상서 추가경정예산 발언 여러차례
반도체 호황 덕에 20조원 안팎 편성 전망
돈 풀기 계속하면 금융·세금 규제 백약 무효
"잇단 발언은 부동산 정책 아닌 부동산 정치"

이재명 대통령이 매일 SNS에 주택 시장과 관련된 고강도 메시지를 올리며 ‘부동산 정치’를 하고 있다. 그는 최근 엑스(X)에 정부의 다주택자 중과세 유예 종료에 대한 비판을 반박하는 글을 올리고, 집값을 안정시키는 일이 주가지수 5000을 달성하는 것보다 쉽고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비정상을 정상화할 수단과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며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고 했다. 정부가 ‘영끌 공급 대책’까지 내놓았지만 서울 아파트 가격의 상승 폭이 점점 커지자 직접 나서서 다주택자들을 공격하는 양상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 대통령의 주택시장 안정 의지가 실제로 그만한 효과를 낼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이 대통령이 최근 여러 차례 언급한 추가경정예산 발언 때문이다.
李대통령의 추경 발언
이 대통령은 올해 728조원의 본예산을 편성했다. 2025년 본예산보다 8.1%(55조원) 늘어난 규모이다. 전임 윤석열 대통령 시절에 짠 2025년 본예산이 전년보다 2.5% 증가한 점에 비추어 보면 올해 대규모 돈 풀기에 나선 것이다. 많이 쓰기 위해 적자 국채를 110조원가량 발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이 대통령이 이런 확장 기조를 임기 5년 내내 유지할 것이라는 중장기 재정계획을 발표하자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년보다 무려 8.98%나 뛰어올랐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었던 2006년(23.46%)에 이어 역대 두번째이고, 문재인 대통령 시절보다 높다. 정부가 돈을 풀 때 집값이 올랐던 과거 경험이 ‘영끌(영혼까지 담보로 잡히고 대출받음) 강남행’을 불러온 것이다.
이 대통령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가고 있다. 그는 최근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대해 언급했다. 추경은 자연재해나 심각한 경제위기 등이 발생했을 때 본예산 외에 추가로 예산을 편성해 돈을 더 푸는 조치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15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추경을 해서라도 문화·예술 토대를 건강하게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추경 기회가 있을 텐데…”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올해 내내 (추경을) 안 할 건 아니고…”라고 했다. 다만 “몇십조(원)씩 적자 국채를 발행해서 추경을 하는 건 아니다”라고 단서를 달았다.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실무자들은 “현재는 검토 안 한다”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정부가 반도체 호황에 따른 법인세 초과 수입을 빚 갚는 데 쓰지 않고 추경 편성의 재원으로 사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대통령이 작년에도 취임 직후 31조8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한 점에 비추어 ‘추경 관성’에 따라 올해 상반기에 20조원 안팎의 추경을 편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 나온다. 정부가 국채를 갚는 대신 그 돈을 시장에 풀면 사실상 새로운 국채 20조원을 발행하는 효과가 난다. 통화승수(M2 기준, 13.5배)를 고려할 때 시중에 270조원의 유동성(자금)이 증가한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돈을 점점 많이 풀기 때문에 풀린 돈이 돌고 돌아 서울 강남 아파트로 유입되고, 향후 집값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시장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유동성 관리 실패한 노무현
시장의 관측이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노무현·문재인 대통령 시절에도 정부가 돈을 풀자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꾼을 증오했다. 그는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당선되면 하늘이 두 쪽 나는 일이 있더라도 부동산 투기를 완전히 잡아 보이겠다”고 말했다. 또 취임 첫해인 2003년 11월 한 언론인 간담회에서는 “나도 사실 집이 없다. 아이 하나는 장가 가고, 하나는 시집 갔는데 둘 다 집이 없다. 그러니까 집값을 절대로 못오르게 내가 잡을 것이다”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꿈이 컸다. 그는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행정도시와 혁신도시 건설에 나섰다. 하지만 이를 위해 세종시 등에 뿌린 토지보상비는 부동산 투기를 부추겼고, 결국 서울 강남 아파트로 유입됐다. 한 경제 전문가는 “노 대통령은 혁신도시, 기업도시, 행정도시를 추진하기 위해 재임 중 토지보상비 123조원을 풀었는데, 이 보상비가 2005년 주택가격 폭등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과거 노태우 대통령 시절 분당 신도시 건설의 토지보상비가 전국 땅값을 올려놓았던 현상이 재발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말기에 자신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했다. 그 원인에 대해 “부동산과 관련된 유동성(자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강력한 유동성 규제는 다른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일단은 다른 정책 수단으로 관리하려다가 낭패를 봤다”고 말했다.
재정지출 중독됐던 문재인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국정 운영의 목표로 삼았다. 개개인의 소득을 늘리기 위해 정부가 공공 일자리를 많이 만들었다. 이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가며 재정지출을 늘렸다. 문 대통령의 재정지출은 2019년 12월 코로나 사태가 발발한 이후 절정에 달했다.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향해 갔다. 전 세계가 재정지출에 나섰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코로나 사태가 끝났을 때 급증한 통화량을 걷어들여 경제를 정상화시키는 대책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문 대통령 시절에 대규모로 푼 돈은 주택시장으로 유입됐고, 서울 아파트 가격은 수직 상승하면서 ‘벼락거지’가 속출했다. 한 30대 회사원은 “아무리 많은 빚을 내서라도 비싼 집을 반드시 사야 한다는 교훈을 그때 얻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 실패로 물러나고 배턴을 이어받은 윤석열 대통령은 재정긴축 기조를 천명했다. 하지만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주택 정책자금 대출은 확대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이 정책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임기 막판에 어렵게 마련한 부동산 규제 정책을 너무 일찍 풀어버렸다. 부동산 시장의 풍부한 자금은 문 대통령 시절인 2021년 1차 영끌을 일으킨데 이어, 윤 대통령 시절인 2024년에 규제완화 바람을 타고 2차 영끌로 나타났다.
노무현 닮아가는 이재명
문 대통령이 남긴 과잉 유동성은 여전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여기에 더해 돈을 더 푸는 정책을 택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푼 돈이 기업의 생산활동에 투입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시중의 투자자들은 돈이 많이 풀리면 집값·주가·환율 등 시장의 자산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고, 과잉 유동성은 결국 안전하고 장기투자수익률이 높은 서울 강남 아파트로 유입될 것으로 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점에서 이 대통령이 최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 부활을 계기로 보이고 있는 집값 안정 의지가 실현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근거는 4가지이다.
첫째, 세금, 특히 집주인들이 가장 관심이 많은 양도소득세는 집값이 오르면 상승분 중 일부를 세금으로 내고 나머지는 집주인이 갖게 된다. 정부가 돈을 풀어 집값이 오르면 세금을 많이 내도 집주인이 얻는 소득 역시 그만큼 커지므로 세금 중과 제도의 효력이 떨어진다. 보유세를 올려도 집값이 보유세 납부액보다 더 큰 폭으로 오르면 효과가 없다. 세금 제도가 강력한 주택시장 안정 수단이기는 하지만 돈 풀기 정책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이다. 긴축정책의 바탕 위에서 금융·세제 규제책을 동원해야 제 효과를 발휘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둘째,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는 다주택자에게 한해 적용된다. 하지만 주택가격 상승을 통해 대규모 양도차익을 바라는 집주인들은 대부분 1세대 1주택 실소유자이다. 그러니 이 대통령이 강력한 다주택자 정책을 시행해도 1세대 1주택자가 주축인 ‘영끌 강남행’을 막을 수가 없다. 주택이 거주용 생필품이 되도록 한다는 궁극적인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면 1세대 1주택자를 포함한 새로운 형태의 세제 개편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셋째, 이 대통령은 집권 과정에 약점이 많아서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이 대통령은 올해 지방선거에 이어 2028년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정치적 생명을 이어갈 수 있다. 대선에서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한 이 대통령이 아파트 소유자들의 표심을 잃어 총선에서 패배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임기 말까지 과감한 정책을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경제 전문가는 “지난해 취임 직후 집값이 폭등할 때 공급·금융·세제를 종합한 과감한 주택시장 안정책을 내놓고 선거 전에 정착시켰어야 했다”며 “부분적인 대책만 내놓고 시장 반응을 보다가 골든 타임을 놓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넷째, 이 대통령이 꼭 필요한 부분에 쓰겠다며 재정자금을 풀면 반대로 한국은행이 전반적인 통화관리 차원에서 자금을 흡수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오는 4월 퇴임 예정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 대통령의 대규모 재정확대 정책에 어떠한 대응책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이 최근 SNS에 쏟아내는 부동산 관련 발언을 보면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꾼과 벌인 전쟁을 연상시킨다. 게다가 노 대통령의 실패 원인인 유동성 관리 부재는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그래서 이 대통령의 재정지출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으면 ‘노무현 시즌2’가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돈 풀기 정책이 이어지는 한 대출 제한·토지거래허가제·세제 개편 등 다른 정책들이 의도된 효과를 지속적으로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최근 잇단 SNS 발언에 대해 “부동산 정책이 아니라,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주택 보유자와 비보유자를 갈라치기 하는 부동산 정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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