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간첩법, 이번엔 상관없는 '법 왜곡죄'에 발목 잡혔다니

太兄 2026. 2. 3. 21:24

간첩법, 이번엔 상관없는 '법 왜곡죄'에 발목 잡혔다니

조선일보
입력 2026.02.03. 00:10업데이트 2026.02.03. 00:35
일러스트=김성규

간첩죄의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으로 넓히는 간첩법(형법 98조) 개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현행법은 북한을 위한 행위만 간첩 처벌 대상인데 이를 ‘외국’으로 확대하는 것이 이 법안의 핵심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조속한 개정을 원한다고 한다. 그런데 수개월째 처리가 안 되고 있다. 민주당이 간첩죄와 ‘법 왜곡죄’가 같은 형법에 속한 조항이라며 한 개정안에 묶어버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따로 논의되던 두 법안을 법사위에서 하나로 합쳤다. 그런데 간첩죄와 법 왜곡죄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법 왜곡죄는 민주당 정권 마음에 들지 않는 수사나 재판을 하는 판사·검사를 처벌한다는 법이다. 간첩죄는 여야 간에 이견이 없고 법 왜곡죄는 여야 간 이견이 첨예하다. 이 두 법을 묶어 놓았으니 국회 처리가 될 수 없다. 민주당이 간첩죄 개정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면, 간첩죄만 먼저 본회의에서 처리하면 됐을 일이다. 그런데 왜 두 법을 묶어 간첩죄 처리까지 발목을 잡는지 알 수 없다.

간첩죄 처리는 시급한 문제다. 중국인들은 자신들이 간첩죄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용해 우리 군 부대와 무기 체계를 무단으로 촬영하고 있다. 해마다 10여 건이 넘는데 “취미 활동”이라며 풀려나고 있다. 해외 기술 유출도 대부분 중국인이 범인이다. 간첩 행위가 명백하지만, 북한이 아닌 중국을 위해 일했기 때문에 간첩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 중국은 이미 2023년 반(反)간첩법을 개정하고, 반도체 관련 정보를 한국에 유출한 우리 국민을 간첩 혐의로 구속했다. OECD 38국 중 간첩죄를 적국으로 한정한 나라는 우리뿐이다.

이에 비해 법 왜곡죄는 급한 일이 아니다. 법원행정처는 법 왜곡죄가 통과되면 판·검사들이 복잡하거나 어려운 사건은 미루거나 뭉갤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은 법 왜곡죄를 “문명국가의 수치”라고까지 했다. 2월 중 간첩죄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6월 지방선거에 밀려 기약 없이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민주당은 두 법을 분리해 이견 없는 간첩죄를 먼저 처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