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 사고 나면 정치 이용만

太兄 2025. 11. 21. 18:06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 사고 나면 정치 이용만

조선일보
입력 2025.11.21. 00:20업데이트 2025.11.21. 09:14
20일 오전 전남 목포시 삼학부두에서 해경과 국과수가 2만6천t급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에 대한 감식을 하고 있다. 제주에서 267명을 태우고 목포로 향하던 퀸제누비아2호는 전날 신안군 장산면에 있는 족도(무인도)에 좌초됐다. 중대한 인명피해 없이 탑승 267명 전원 구조됐다. 해경은 선장 등 3명을 입건해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연합뉴스

전남 신안군 장산도 인근 해상에서 대형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무인도를 들이받고 좌초된 사고는 항해 책임자가 휴대전화를 보는 등 딴짓을 하다 벌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항해사는 뱃길이 좁은 협수로인데도 운항에 집중하지 않은 채 3분 동안이나 휴대전화를 보느라 방향 전환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이 여객선엔 승객 246명 등 267명이 타고 있었다. 자칫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문제는 수많은 승객의 생명을 책임진 사람들이 딴짓을 하느라 한눈을 파는 일이 이뿐이겠느냐는 것이다. 주변에서 버스 기사가 운전 중 휴대전화를 보거나 통화하는 것은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2022년 11월엔 경기 의왕시 오봉역에서 화물열차 기관사가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사망 사고를 냈다. 근래 2년 반 동안 코레일 기관사의 징계 사유 2위가 ‘휴대전화 사용’이었다는 자료도 있다. 수십 명, 수백 명의 안전을 책임진 사람들이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나마 버스와 열차는 각각 도로교통법과 철도안전법에 따라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항해사의 휴대전화 사용 규제는 마땅한 법규도 없는 실정이다.

굳이 대중교통 시설로 가지 않더라도 옆 차로에서 운전자가 휴대전화를 보느라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출발하지 않는 경우를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위험한 횡단보도를 건너면서도 휴대전화를 보느라 고개를 숙이고 걷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현대차 울산 공장에서 근무자들이 휴대전화로 영화나 유튜브를 시청하다 회사가 안전사고 위험을 이유로 와이파이를 차단하자 노조가 강력 반발한 것이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사회 곳곳에 안전불감증이 만연해 있다.

사고 발생 전에 어느 한 부문에서라도 기본을 지키고 대비하면 대형 참사는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그런데 그동안 세월호 침몰, 핼러윈 참사 같은 대형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사고는 언제라도 터질 수 있다는 인식 아래 기본을 지키고 대비했더라면 피할 수 있는 사고였다. 정치권도 기본을 정비하고 예방책을 세우기보다 그런 사고를 정치에 이용하기에 바빴다. 신안 여객선 좌초는 천만다행으로 일부 승객이 경상을 입는 데 그쳤지만 각 부문에서 기본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으면 그나마 전화위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