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 사고 나면 정치 이용만

전남 신안군 장산도 인근 해상에서 대형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무인도를 들이받고 좌초된 사고는 항해 책임자가 휴대전화를 보는 등 딴짓을 하다 벌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항해사는 뱃길이 좁은 협수로인데도 운항에 집중하지 않은 채 3분 동안이나 휴대전화를 보느라 방향 전환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이 여객선엔 승객 246명 등 267명이 타고 있었다. 자칫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문제는 수많은 승객의 생명을 책임진 사람들이 딴짓을 하느라 한눈을 파는 일이 이뿐이겠느냐는 것이다. 주변에서 버스 기사가 운전 중 휴대전화를 보거나 통화하는 것은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2022년 11월엔 경기 의왕시 오봉역에서 화물열차 기관사가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사망 사고를 냈다. 근래 2년 반 동안 코레일 기관사의 징계 사유 2위가 ‘휴대전화 사용’이었다는 자료도 있다. 수십 명, 수백 명의 안전을 책임진 사람들이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나마 버스와 열차는 각각 도로교통법과 철도안전법에 따라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항해사의 휴대전화 사용 규제는 마땅한 법규도 없는 실정이다.
굳이 대중교통 시설로 가지 않더라도 옆 차로에서 운전자가 휴대전화를 보느라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출발하지 않는 경우를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위험한 횡단보도를 건너면서도 휴대전화를 보느라 고개를 숙이고 걷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현대차 울산 공장에서 근무자들이 휴대전화로 영화나 유튜브를 시청하다 회사가 안전사고 위험을 이유로 와이파이를 차단하자 노조가 강력 반발한 것이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사회 곳곳에 안전불감증이 만연해 있다.
사고 발생 전에 어느 한 부문에서라도 기본을 지키고 대비하면 대형 참사는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그런데 그동안 세월호 침몰, 핼러윈 참사 같은 대형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사고는 언제라도 터질 수 있다는 인식 아래 기본을 지키고 대비했더라면 피할 수 있는 사고였다. 정치권도 기본을 정비하고 예방책을 세우기보다 그런 사고를 정치에 이용하기에 바빴다. 신안 여객선 좌초는 천만다행으로 일부 승객이 경상을 입는 데 그쳤지만 각 부문에서 기본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으면 그나마 전화위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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