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고발' 요구한 정부 "공산국가냐" 목소리 듣길

정부가 이른바 ‘내란’에 관여한 공무원을 조사하는 TF(태스크포스)를 출범시키며 총리실과 각 부처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공무원들에게 12·3 계엄의 전후 과정에 참여·협조한 동료를 고발하라는 것이다. 총리실은 “제보자는 철저한 익명성을 보장하고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했다. ‘동료 고발’을 정부가 장려하는 것이다. 휴대폰도 ‘자발적’으로 제출하라고 했다. 이걸 ‘자발’로 듣는 공무원은 없을 것이다.
공무원이 내부 부정부패, 비리 등을 알리는 공익 신고는 장려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정부가 하려는 것은 그게 아니다. TF 조사 대상이 중앙 행정기관 49곳 소속 공무원 75만여 명이다. 문재인 정부도 ‘적폐 청산’을 한다며 19부처에 TF를 만들고 100명이 넘는 전 정권 인사를 수사했지만, 이번처럼 범정부 차원에서 일률적 방식으로 내부 제보를 받지는 않았다.
75만명 거의 전부가 계엄을 선포하는 줄도 몰랐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상대로 계엄 참여·협조자를 골라내겠다는 발상부터 비상식적이다. 평소 전 정부에 협조적이고 현 정부에 비판적인 공무원을 솎아내기 위한 ‘밀고 장려’에 가까운 것 아닌가.
계엄에 가담한 공직자는 이미 강도 높은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그들의 지시에 따른 공무원이 혹시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을 계엄 참여나 협조자라고 한다면 너무 가혹하다. 지금 계엄과 무관한 부처의 공무원도 이번 조사로 불이익을 당할까 봐 걱정이라고 한다. 동료 고발이 진급 경쟁자를 음해하는 도구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 투서와 비방이 난무한다고 한다.
내부 고발을 정권 유지·강화 수단으로 쓰는 것은 공산국가에서 하는 일이다. 그런 나라에서도 고발 중 상당수가 개인적 원한이나 사적 이익을 위한 것으로 나중에 드러났다. 실제로 지금 공무원 사회에선 “공산국가냐”는 수군거림이 있다고 한다. 정부는 이런 목소리를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현대 민주국가에서 이런 식의 내부 고발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는 없다. 공직자 줄 세우기, 정치 보복이라는 걸 다 알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부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공무원을 솎아낸다면 나라가 어떻게 유지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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