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관세 전쟁은 세계 산업 전쟁, 우린 뭘 하고 있나

太兄 2025. 10. 31. 20:01

관세 전쟁은 세계 산업 전쟁, 우린 뭘 하고 있나

조선일보
입력 2025.10.31. 00:20업데이트 2025.10.31. 07:32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대통령실

한미 관세 협상이 전격 타결됐다는 소식에 30일 주식시장은 자동차·조선주 등이 급등했다. 경제 단체들도 최악을 피하고,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며 일제히 환영했다. 급한 불을 끈 것은 다행이지만, 안도만 할 때가 아니다.

세계는 자국 산업을 지키고 키우기 위한 ‘기업 유치’ 전쟁 중이다. APEC 비즈니스 서밋의 핵심 화두 역시 ‘AI 시대의 공급망 재편’이었다. 미국은 IRA(인플레이션감축법)와 칩스법(반도체법)으로 전 세계 공장을 자국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트럼프 관세 역시 기업 유치의 일환이다. 일본도 SMR(소형모듈원자로)과 AI 인프라, 핵심 광물 확보에 수천억 달러를 투입하며 제조업 부활에 나서고 있다. 그 결과 미국은 2021년에만 1800개 기업을 자국으로 유턴시켰고, 일본도 최근 매년 600여 개 기업이 돌아오는 상황이다.

우리 현실은 어떤가. ‘투자 유치’ 대신 ‘기업 엑소더스(탈주)’가 한창이다. 올 상반기에만 2437개의 국내 기업이 해외 직접 투자에 나섰다. 1년 전보다 63% 넘게 급증했다. 반면 상반기 중 해외에서 국내로 돌아온 ‘유턴 기업’은 5곳에 불과했다. 나간 기업이 돌아온 기업의 480배가 넘는다. 정부가 2014년 ‘유턴 기업 지원법’까지 만들었지만, 12년간 돌아온 기업은 200개다. 그나마 2021년 26곳이던 것이 올해는 9월까지 11곳으로 쪼그라들었다.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차라리 폐업하고 싶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런 환경에서 트럼프발 관세 전쟁은 우리 기업의 해외 이전을 더 부채질할 것이다.

우리 기업이 떠날 이유는 차고 넘치는데, 머물 이유는 찾기 어렵다. 경쟁국들이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로 레드 카펫을 까는 동안, 우리는 폭력 노조와 이를 옹호하는 정권, 극도로 경직된 노동 시장, 과도한 형사 처벌(중대재해처벌법 등), 높은 세금 부담으로 기업을 옥죄고 있다.

관세 협상 타결은 문제의 새로운 시작이다.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근본 처방에 나서지 않으면 국내 산업은 껍데기가 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파격적 규제 혁신과 노동 개혁, 과감한 세제 지원으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기업 하기 좋은 나라가 되면 외국 기업도 몰려온다. 고용이 늘어나 청년층에 희망이 생기고 출산율이 올라간다. 관세 협상을 마무리한 정부가 이 동력으로 국내 산업 선순환의 바퀴를 돌렸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