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력 절벽만큼 심각한 軍 사기·명예 추락

우리 군이 우울한 기록을 매년 경신하고 있다. 작년만 해도 육사 생도 84%가 임관했는데 올해는 67.6%에 그쳤다. 공사와 해사 임관율도 하락세다. 지난해 전역한 5~10년 차 간부도 4486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대위·중사 등 군의 허리다. 군 간부 충원율은 2019년 94%에서 작년엔 65%로 하락했다. 부사관의 경우 같은 기간 93.5%에 51.2%로 급락했다. 충격적인 변화의 연속이다.
병장 월급은 올해 205만원으로 15년 전보다 20배 이상 올랐다. 위관급 장교는 “소위·하사 월급이 병장과 큰 차이가 없는데 일과 책임만 늘다 보니 사기는 떨어지고 군을 떠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초급 간부가 풀 깎고, 변기 교체도 해야 한다. 일선 중대장의 주 업무는 훈련이 아니라 병사 부모들의 민원 전화를 받는 것이 된지 오래다. 기업 채용 시 장교 우대는 거의 사라졌다. 장군이 돼도 정치 바람이 불면 파리 목숨이다. 군 간부 붕괴는 박봉 문제도 있지만 사기와 명예가 떨어진 것도 큰 원인이다.
훈련하지 않는 군대는 오합지졸이다. 최신예 장갑차가 배치됐지만 병력 부족으로 기동 훈련을 하려면 옆 중대에서 포수·조종수를 빌려와야 한다. 지난해 자주포 조종수 보직률은 73%에 그쳤다. 신병의 20km 야간 행군 훈련도 12km 정도만 한다. ‘밤 산책’ 수준이라고 한다. 실탄 사격과 수류탄 투척 훈련도 형식적이다. 작은 사고라도 나면 간부가 불이익을 당한다. 요즘 병사들은 생활관에서 휴대폰만 붙들고 있다. 핵 무장한 100만 이상 북한군과 대치 중인 우리 군의 실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병력 숫자만으로 우리 국방력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실제 그렇다면 세계 전쟁사를 다시 써야 할 이론이지만 진짜 그런가. 안보는 걱정하지 말자고 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우리 군이 2040년 35만명이 되는데 북한군이 아무리 낙후하고 원시적이라고 해도 100만명 이상이다. 싸우겠다는 정신 무장도 우리보다 낫다. 핵도 갖고 있다. 세계 어떤 군사 전문가가 봐도 위험한 상황이다.
로봇·AI 등 장비를 다루는 것도 사람이다. 주로 직업 군인의 임무다. 이들 사기가 바닥이면 1000억원짜리 스텔스기와 1조원짜리 이지스함도 제 전력을 발휘할 수 없다. 이 대통령은 “초급 간부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했다. 군 사기와 명예를 높이겠다는 약속은 지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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