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훈련 잇달아 연기·축소하며 "자주국방" 한다니

합참이 이달 20~24일 예정이던 연례 야외 기동 훈련인 ‘호국훈련’을 다음 달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경주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여건을 위한 군사 대비 태세 유지를 위해”라는 것이다. 그런데 경주 APEC 회의는 호국훈련이 끝나고 일주일 뒤인 10월 31일에야 시작한다. 호국훈련의 핵심 전력인 ‘기동군단’은 전방 경계 임무도 맡지 않는다. 훈련 시기, 동원 부대 성격 등이 APEC 회의와는 관계가 없는데도 미룬 것이다.
군은 지난 8월 한미 연합 훈련 때도 야외 기동 훈련 40여 건 중 20여 건을 9월로 연기한다고 했다. 그런데 연기한 훈련 20여 건 중 10여 건은 지금까지 실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전차·자주포 등을 동원한 실사격 훈련이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합참은 ‘폭염’을 이유로 오래전부터 준비한 실기동 훈련을 돌연 연기했다. 더우면 전쟁도 안 일어나나.
북한 김여정은 올해 발표한 대남·대미 입장문에서 군사훈련 중단을 한 번도 빠짐없이 요구했다. 그러자 통일부 장관은 “군사분계선 일대 사격 훈련과 실기동 훈련은 중지하는 것이 맞는다”고 했다.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이 “훈련을 해야 한다”고 했지만 한미 훈련과 실기동 훈련은 줄줄이 연기·축소되고 있다. 김정은이 ‘핵 공격’을 위협하며 러시아 파병으로 실전 경험까지 쌓고 있는데도 남북 이벤트를 염두에 두고 우리만 대비 태세를 낮추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자주국방은 필연” “자주국방의 길을 가야 한다”고 했다. “외국 군대 없으면 자주국방이 불가능한 것처럼 생각하는 굴종적 사고”라는 글도 올렸다. 스스로 나라를 지키려면 강한 군대가 기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맹훈련을 하지 않거나 훈련 흉내만 내는 군대는 오합지졸이다. AI 무기 같은 미래 전력일수록 더 치열한 훈련이 필요하다. 이렇게 군사훈련을 연기·축소하면서 자주국방을 한다면 모순이다.
지금 미국은 주한 미군 역할의 대대적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군의 장비는 좋아졌지만 내실은 문제투성이다. 자주국방의 첫째 조건이 실전 같은 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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