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배임죄는 과도한 적용이 문제, 범죄가 아닌 것은 아니다

太兄 2025. 10. 1. 18:19

배임죄는 과도한 적용이 문제, 범죄가 아닌 것은 아니다

조선일보
입력 2025.10.01. 00:10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뉴스1

민주당과 정부가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배임죄가 과도한 경제 형벌로 작용해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판단을 어렵게 만드는 만큼 조항을 폐지하는 대신 기업 경영에서 발생한 손해 등에 대한 민사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배임죄 폐지·완화는 재계에서 꾸준히 요구했던 것이고,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주장해왔다.

1953년 형법 제정과 함께 도입된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해 이익을 취하거나 타인에게 손해를 끼쳤을 때’ 처벌하는 조항이다. 악덕 기업주나 경영진이 기업을 사유물처럼 여겨 회사에 손실을 끼치는 전횡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법 조항이 모호해 경영 판단이나 단순 과실까지 처벌하다 보니 경영진이 새로운 투자나 과감한 경영 결정을 꺼리게 만든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수사기관들은 기업인들을 수사하다 잘 안 되면 손쉽게 배임죄로 거는 관행이 있었다. 최근 10년간 배임죄로 기소된 인원은 한국이 연평균 965명으로 일본(31명)의 30배가 넘는다고 한다.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일본은 기업인이 개인적 이득을 취하거나 회사에 손실을 끼칠 의도가 분명한 경우에만 배임죄로 처벌하고 있고, 독일은 고의가 아닌 경영상 판단은 면책해주고 있다.

하지만 배임죄의 과도한 적용이 문제이지 배임이 범죄가 아닌 것은 아니다. 폐지에 따른 처벌 공백이 생길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A회사 대표가 1000억짜리 핵심 기술을 자기 가족 회사에 1억에 팔아넘기는 죄가 배임죄”라고 했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헌법재판소가 2015년 전원일치로 배임죄 합헌 결정을 내린 것도 그 필요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배임죄 처벌 범위를 축소해 별도 조항을 다른 법률에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입법 내용과 일정을 밝히지 않고 있다. 자칫하면 처벌 공백이 생길 수 있다. 국민의힘은 배임죄 폐지가 “이재명 구하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대장동 사건에서 배임죄로 기소된 이 대통령에게 면소 판결을 받게 하려는 조치라는 것이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그런 의심을 하는 국민도 적지 않다. 정부가 배임죄 보완 내용과 입법 일정을 밝히면 사라질 의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