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떠나고 외교관만 혼자… 안보리 시작 전 '통역 해프닝'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오후 3시(현지 시각)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AI와 국제평화·안보’를 주제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공개 토의를 주재했다. 이 대통령은 토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국내외 언론을 상대로 짧은 한글 성명(statement)을 냈는데, 한국 측 관계자가 이를 영어로 바꿔 전달하는 가운데 대통령이 회의장 안으로 들어가면서 이 관계자만 혼자 남아 연설문을 읽는 어색한 상황이 연출됐다.

주유엔 한국 대표부는 이날 오전 9시 37분 유엔 출입 외신 기자들에게 이 대통령이 안보리 토의를 주재하기 10분 전 언론 대기 구역에서 성명을 낸다고 알렸다. 안보리 회의 때는 각국 정부 관계자(주로 외교관)가 회의 전 또는 직후 회의장 바로 앞에 있는 미디어 구역에서 준비한 성명을 읽고 기자들과 질문·답변을 주고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각 대표부는 기자들이 참고하도록 일정을 사전에 공지한다. 대표부는 이날 공지에서 “이 대통령은 순차 통역(Consecutive interpreting)과 함께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순차 통역’은 화자(話者)가 몇 문장 또는 한 단락 정도 말하고 멈추면 통역사가 이를 통역하는 방식으로 이어 나가는 방식이다.

오후 2시 50분 안보리 회의장 앞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한국 정상으로 처음 안보리 공개토의를 의장석에 앉아 직접 주재하는 것에 대한 의의 등을 담은 한글 성명을 읽기 시작했다. 두 발자국 정도 떨어진 곳에는 통역을 담당한 한국 외교관이 영문 성명을 들고 마이크 앞에 서 있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멈추지 않고 성명을 단숨에 읽은 뒤 성명이 적힌 종이를 양복 왼쪽 주머니에 넣었다. 통역 담당은 그제야 영문 성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 대통령은 바로 안보리 회의장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대통령이 움직이자 조현 외교부 장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차지훈 주유엔 한국 대사 등 여러 명의 한국 관계자들이 우르르 뒤를 따랐고, 이 대통령을 찍던 카메라 일부는 철수하기도 했다. 외신 기자도 와 있던 상황이어서 통역 담당은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상황에서도 혼자 서서 약 1분 동안 영문 성명을 끝까지 읽었다. 이 상황을 본 사람들이 옆에서 멋쩍게 웃었다.

현장에 있던 외신 기자에게 “(순차 통역한다는) 공지 내용과 다른 것 같은데 이렇게 하는 것을 본 적 있느냐”고 물으니 “본 적 없다”고 했다. 통역 담당은 영문 성명을 읽은 뒤 가방을 챙겨 서둘러 회의장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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