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시설에 초강력 벙커버스터 투하? 트럼프, '참전' 선택할까
지하 80~90m의 포르도 우라늄 고농축 시설, 이스라엘 단독으론 파괴 불가
북핵 파괴용으로 만든 3만 파운드짜리 GBU-57 벙커버스터 수 발 떨어뜨려야
B-2 스텔스 폭격기ㆍ폭탄 동원하는 순간, 미국은 전쟁 당사자로 변해
NYT "설득과 협박 모두 실패하면, 트럼프는 누구의 전쟁인지 결정해야"
WSJ "미국은 군사 개입해, 이스라엘의 신속한 승리 도울 책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경제 7국(G7) 정상회의를 예정보다 하루 빠른 16일 떠나면서 “여러분도 내가 본 것을 봤을테고, 가능한 한 빨리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격화되고 있는 이스라엘ㆍ이란 충돌과 관련한 발언이었다. 그는 “여기를 떠나자마자, 뭔가 해야 한다. 지금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날 “모든 사람은 즉시 테헤란을 떠나야 한다” “이란은 미국과의 협상안에 서명을 했어야 했다”고도 말했다. 트럼프는 귀국 즉시 상황실에서 백악관 안보보장회의(NSC) 회의를 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
트럼프가 귀국 즉시 어떤 행동을 취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트럼프는 J D 밴스 부통령과 자신의 중동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에게 이번 주에 이란 협상팀에게 만나자는 제안을 하라고 지시했고, 이날도 “이란이 현재 기본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고, 그들은 딜을 맺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 이란핵을 해결하는 외교 노력을 재개할 것인지, 이스라엘의 요청대로 오직 미국만이 보유한 최강의 벙커버스터를 이란 포르도의 산악지대 지하에 위치한 우라늄 고농축시설을 파괴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시점에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B-2 폭격기를 동원해 지하 60m까지 뚫고 들어갈 수 있는 이 벙커 버스터를 이란의 포르도 시설에 투하하면, 미국은 이 전쟁에 공식적으로 개입하게 된다.

공식 명칭이 Massive Ordinance Penetrator(MOP)인 벙커버스터 GBU-57은 산속 깊숙한 지하 80~90m에 설치된 포르도 고농축 우라늄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다. GBU는 유도폭탄(Guided Bomb Unit), 57은 57번째 개발된 모델이라는 뜻이다.
◇유일하게 남은 이란의 우라늄 고농축 시설
이란은 나탄즈와 포르도, 이스파한 세 곳에 주요 우라늄 농축시설을 갖고 있다. 이 중에서 이스파한의 시설은 우라늄 광석에서 정제한 노란색 분말의 우라늄 화합물(옐로우 케이크)을 농축을 위한 초고속 원심분리기에 쓸 수 있도록 기체로 전환시키는 시설이다. 우라늄 농축 과정의 ‘초기 단계’에 해당한다. 나탄즈는 이란의 최대 우라늄 농축시설로, 이스라엘의 이번 폭격으로 상당 부분 파괴됐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포르도는 수도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140㎞ 떨어진 쿰주(州) 산악 지형의 지하 80~90m에 설치된 핵탄두급 우라늄 농축을 위한 시설이다. 애초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신고하지 않고 건설했다가 2009년 서방 정보기관이 그 존재를 발견했다. 윗부분은 암반ㆍ강화 콘크리트ㆍ토사로 덮여 있어, 웬만한 군사 공격은 충분히 견딜 수 있다.
이스라엘로선 이 포르도 핵시설만 파괴하면, 이란의 핵개발 능력을 없앤다는 이번 전쟁의 목표를 이루게 된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보유한 벙커버스터로는 이 시설을 파괴할 수 없다.
이번 전쟁에서 포르도 시설이 끝내 살아남는다면, 이란은 핵무기 제조를 위한 기술 기반을 여전히 유지하게 된다. 이란은 이미 이스파한에 핵탄두 9~10개를 제조할 수 있는 양의 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고, 이스라엘은 이번에 방사능 피해를 우려해서 이 저장시설을 파괴하지 않았다. 이란은 이 핵연료와 포르도의 농축 시설을 계속 보유하는 한, 언제든지 핵무기 제조를 할 수 있다.
◇포르도 파괴하려면, GBU-57도 여러 발 떨어뜨려야
GBU-57 벙커버스터는 무게만 약 13.6톤(약 3만 파운드)로, B-2 스텔스 폭격기만이 탑재해 운반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이 벙커버스터도, B-2도 없다.
트럼프가 GBU-57 투하를 승인하지 않는다면, 이스라엘은 이번 전쟁의 최대 목표인 포르도 핵시설 제거를 하지 못하게 된다.
이 무기는 애초 2004년 조지 W 부시 행정부때 북한과 이란의 지하 핵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설계를 시작했고,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시험 발사됐다. 미국이 개발한 가장 파괴력이 큰 재래식(비핵) 폭탄으로, 60m(200피트) 두께의 강화 콘크리트나 40m 이상의 암반을 관통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부시 행정부 때부터 이 무기를 제공 받기를 원했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와의 통화에서도 계속 이 무기를 거론했다. 트럼프는 이스라엘에 대한 GBU-57 제공에 대한 질문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
NYT는 미 군부도 포르도 시설의 전략적 중요성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고, 지난 2년 간 이를 파괴하는 작전을 계속 다듬어왔다고 보도했다. 그 결과, 한 발의 벙커버스터만으로는 부족하고, 동일한 지점에 여러 대의 B-2 ‘스피릿’ 폭격기가 떠서 연속적으로 여러 발을 투하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B-2 폭격기는 대당 이 폭탄을 두 발 장착할 수 있다. 또 B-2 폭격기를 조종하는 미군이 직접 작전에 투입돼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지난 13일 새벽 “임박한 위협을 발견해, 선제 공격이 필요했다”며 전면적인 공습에 나섰다. 임박한 위협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나 증거 제시는 없었다. 반면에, 미 정보당국은 핵탄두 제조까지의 기간을 단축하는 이란 과학자들의 노력에도 ‘결정적 진전’은 아직 없다고 판단한다.
◇트럼프, 지금까지는 GBU-57 옵션을 ‘협상 끌어내기’용으로만 써
NYT는 미국이 포르도 농축시설 공격에 가담할 경우, 트럼프가 희망한다고 말하는 협상을 통한 핵군축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진다고 보도했다.
16일 핵협상 딜 가능성을 내비친 이란 협상팀의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에 진심이고, 이 전쟁을 끝내기를 원한다면, 미국의 다음 스텝은 결정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네타냐후 같은 사람은 워싱턴이 전화 한 통만 해도 통제할 수 있다. 그게 외교 복귀의 길을 열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이스라엘의 전(前)국방장관 요아브 갈란트는 CNN 인터뷰에서 “이 일은 이스라엘과 미국이 함께 해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중동을 바꾸고 세계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연방상원의원도 CBS 방송에 “외교가 실패하면, 폭탄 제공이든 폭격기 운용이든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 핵시설을 완전히 무력화할 때까지 이스라엘을 전면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화당 내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기반에서는 중동 전쟁 개입을 극구 반대한다. 비(非)개입주의의 대표 주자인 팟캐스터 터커 칼슨은 “이스라엘이 전쟁을 원하면 그건 주권 국가인 그들이 결정할 권리지만, 미국의 지원 없이 혼자 싸워야 한다. 미국은 그들의 전쟁에 말려 들어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국방부 고위 관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GBU-57 반복 투하 외에도, 대안(代案)이 존재하기는 한다. 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폭격이나 사이버 공격으로 포르도 핵시설로 가는 전력을 끊어서, 결과적으로 초고속 회전하는 고농축용 원심분리기를 망가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60% 농도의 우라늄을 소량 생산하던 나탄즈의 지상(地上) 시험 시설이 파괴됐다. 그로시 총장은 또 “이스라엘이 나탄즈 지하 시설의 전력 공급을 파괴했으며, 이로 인해 대부분의 우라늄 농축이 이뤄지던 지하 시설의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가 손상된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주저하는 이유
트럼프가 이스라엘의 포르도 공격에 협조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은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미국이 ‘중립’을 유지할수록 전쟁은 길어진다. 그러나 미국이 GBU-57 벙커버스터 폭탄을 투하하는 순간, 이란과 그 대리세력들이 중동 지역의 미군 부대와 기지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는 주저한다.
NYT는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와 무력 위협에 각각 한 발씩 걸치는 ‘양다리 전략’을 취할 수 있었다”며 “MAGA 지지자들에게는 외교적 해결을 위해서 GBU-57 사용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하고, 이란에는 협상이든 GBU-57을 통해서든 조만간 우라늄 농축을 그쳐야 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외교적 설득과 협박이 모두 실패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쟁이 이스라엘의 전쟁인지, 미국의 전쟁인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을 맞게 될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망했다.
트럼프가 B-2 스텔스 폭격기와 GBU-57을 투입해도, 이란이 얼마나 중동의 미군 기지에 실질적인 타격을 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미 이란의 군사력은 상당히 약화됐기 때문이다. 또 이란의 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은 이란의 해군, 석유-가스 생산시설, 수출 터미널을 파괴할 수 있다.
보수적인 월스트리트저널은 16일 “전쟁이 이미 시작됐으니, 미국은 전략적, 도덕적 측면에서 이란의 핵 위협을 제거하고 이스라엘의 신속한 승리를 도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의 정치 기반인 MAGA의 팟캐스터들도 트럼프가 군사 개입을 통해 전쟁을 신속하게 끝낼 수 있다면, 그 비판의 강도는 심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는 14일 “이란 핵을 막기 위해서 아무런 행동도 하지 말라는 사람들에게 ‘그건 진짜 평화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고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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