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버블붕괴 직전과 닮은 민간 부채, 그런데 더 악성이다
한국은행 "민간 부채 위험" 경고
한국 가계와 기업 등 민간 부채가 경제 규모의 2배를 넘어, 일본의 1990년대 거품 붕괴 직전에 근접했다는 한국은행의 진단이 나왔다. 한은이 5일 내놓은 ‘일본 경제로부터 되새겨 볼 교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가계와 비금융 기업이 진 빚을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한 값이 2023년 기준 207%를 기록했다. 일본의 거품 붕괴가 본격화한 1992년(208%)과 비슷한 수준이다.
일본의 GDP 대비 민간 부채 비율은 1985년까지만 해도 162%였다. 그러나 ‘부동산 불패’처럼 자산 가격이 계속 오르리라는 기대와 일본은행의 금리 인하가 겹쳐 민간 부문이 급격히 빚을 늘리기 시작했다. 결국 1989년 3월 일은이 연 2.5%였던 기준금리를 이듬해 8월까지 6%로 올리자, 빚으로 쌓은 부동산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후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30년’이라고 하는 긴 침체로 빠져들었다. 2005년 도쿄의 주택 가격은 거품의 정점이었던 1990년과 비교해 40%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한국이 가계 부채를 잘 관리하지 않으면 이런 일본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뜻이다.

◇민간 부채 중 절반이 가계 부채
한국의 민간 부채는 일본보다 악성일 수 있다. 우선 민간 부채 중 가계 부채 비율이 절반에 육박한다. 버블 붕괴 전 일본의 가계 부채는 전체 민간 부채의 3분의 1 정도였다. 기업의 빚은 투자 자금 성격도 있는 반면, 가계의 빚은 소비 여력을 줄여 경기 침체를 부르기 쉽다. 성장률이 떨어지면 임금과 소득이 낮아지고 부채가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진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90.7%로 조사 대상 44국 중 다섯째로 높았다. 미국(70.5%), 일본(65%) 등 G20이라는 주요 20국 평균(61.2%)을 웃돌았다.

한국 민간 부채가 일본에 비해 부동산에 너무 쏠려 있다는 점도 문제다. 부동산에 대한 대출 집중도(업종별 대출 잔액을 업종별 GDP로 나눈 값)가 2023년 기준 3.65로, 일본(1992년 1.23)을 크게 웃돈다.
작년 말 기준 부동산 부문에 투입된 빚은 1932조원으로 전체 민간 부채의 절반가량이다. 부동산 빚은 2014년 이후 연간 100조원 이상 증가해 10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부풀어 올랐다. 금융회사의 대출이 생산성 낮은 부동산 부문에 집중될 경우 경제의 중장기 성장 동력은 떨어진다. 만약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하락할 경우 담보 가치가 하락하고 연체율은 오르며,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망가진다.
◇민간 부채 중 절반이 부동산 빚
급증한 부채로 홍역을 앓았던 국가가 일본만은 아니다. 스페인 가계 부채는 부동산 시장 활황을 등에 업고 2000년부터 10년간 3배로 늘어, 2010년에는 GDP 대비 85% 수준이 됐다. 유로화 도입 이후 장기 저금리로 주택 투기 심리가 확산해 2000~2007년 주택 가격이 매년 약 20% 이상 상승했기 때문이다. 한때 유럽 내 신규 주택의 30%를 스페인에서 짓는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후 돈줄이 마르자 파티는 끝났다. 결국 유로존 4위 경제 대국이었던 스페인은 2012년 유럽연합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 3국은 1990년대 초에 비슷한 경험을 했다. 1980년대에 끼었던 부동산 거품은 금융기관 가계 대출 비율을 크게 늘렸지만, 1990년을 전후해 글로벌 경기 침체와 수출 주 종목인 석유 가격 하락 등으로 외부 여건이 나빠지자 부실 채권으로 돌변했다. 핀란드는 1990년부터 4년간, 스웨덴은 1991년부터 3년간 마이너스 성장하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한은은 “한국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64%에 이를 정도로 높아 부동산 가격 급락은 가계 경제에 매우 큰 충격을 미칠 수 있고, 바로 부채의 대규모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경기가 좋지 않으니 사람들이 생계형 빚을 내고, 부동산 값이 자꾸 오르니 ‘더 늦으면 못 산다’는 생각에 빚으로 집을 사게 된다”며 “가계 부채를 잡으려면 성장을 촉진하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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