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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트로이 목마 퇴출"... 韓美 '크레인 동맹' 추진

太兄 2025. 5. 17. 21:30

"중국산 트로이 목마 퇴출"... 韓美 '크레인 동맹' 추진

입력 2025.05.16. 22:02업데이트 2025.05.17. 08:38
 

16일 오전 제주도의 한 호텔. 미 무역대표부(USTR)의 수장(首長)인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와 HD현대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비공개 만남을 가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직접 한국에 ‘조선 협력 SOS’를 친 가운데, 지난달 미 해군부 장관에 이어 무역·통상 정책을 총괄하는 USTR 대표까지 한국을 찾아와 ‘한미 조선 협력’을 주제로 만난 것이다. 이날 회동에선 기존 화두였던 조선을 넘어 ‘항만 크레인’ 분야의 협력도 비중 있게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미국 항만의 핵심 설비인 ‘컨테이너(STS·Ship to Shore) 크레인’의 80%를 중국 국영 기업 ZPMC가 장악한 가운데, USTR은 지난달 중국산 크레인에 100% 추가 관세를 제안하는 등 ‘중국산 퇴출’을 추진하고 있다. 각종 첨단 센서와 외부로 정보를 보낼 수 있는 모뎀 등이 달린 이 크레인은 중국의 정보 수집·유출 우려와 맞물려 ‘트로이 목마(木馬)’란 별명이 붙어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산 크레인이 ‘미국의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며 협력 논의를 이어간 것이다. 그리어 대표는 이날 한화오션 김희철 대표와도 만났다.

◇조선 이어 ‘크레인’까지 협력 확대

‘중국산 크레인’은 현재 미국의 골칫거리 중 하나다. ‘상하이진화(上海振華)중공업’으로 불리는 중국 기업 ZPMC는 서방 기업보다 싼값에 컨테이너 크레인을 판매해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미국 항구에서 사용하는 크레인의 80%가량이 ZPMC 제품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래픽=김현국

연간 5조~6조원가량의 발주가 이뤄지는 컨테이너 크레인은 항구와 선박 사이에서 컨테이너를 옮기는 데 쓰이는 핵심 장비다. 이 크레인에는 컨테이너 출처와 행방을 추적하는 정교한 센서가 달려 있는데, 중국이 이를 통해 미군의 해외 작전 동원 물자 같은 극비 정보를 수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미국 측 시각이다. 지난해엔 ZPMC 크레인에서 구매 계약에 포함돼 있지 않은 ‘모뎀(통신 장비)‘이 발견되기도 했다. 중국 상하이의 ZPMC 본사에서 원격으로 크레인을 모니터링하는 것은 물론, 중국 정부가 미 해양 인프라에 필수적인 부품이나 자재 공급을 제한하며 ‘물류 주도권’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제2의 화웨이’ 사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달 USTR이 중국산 컨테이너 크레인에 100% 추가 관세를 제안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25%인데 추가로 관세를 매겨, 사실상 시장에서 중국산 크레인을 퇴출시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지만 현재 미국 기업들 중에는 이를 대체할 만한 곳이 없는 상태다. 이날 만남에서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HD현대 계열사인 HD현대삼호의 크레인 제조 역량을 소개하며 양국의 협력을 제안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미국의 조선 산업 재건 의지와 노력을 높게 평가한다”며 “이를 위한 모든 준비를 갖춘 만큼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기꺼이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어 대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두 사람의 대화는 당초 계획보다 길게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김현국

◇한화도 “美 조선 재도약 파트너 되겠다”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통상 장관 회의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은 그리어 대표는 이날 국내 조선 업계와의 첫 회담에서 협력 논의를 심도 깊게 이어갔다. 정 수석부회장은 그리어 대표에게 미국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사(社)와의 협력 사례를 소개하며 공동 기술 개발, 기술 인력 양성 등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오션의 김희철 대표도 이날 오후 그리어 대표와 만나 미국 내 조선 생산 기반 확대와 기술 이전 방향 등을 설명하며, “미국 조선업 재도약의 전략적 파트너가 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대표는 현재 거제 사업장에 적용된 스마트 생산 시스템을 미국 필리조선소에도 도입해, 미국 현지의 선박 건조 기술과 생산성을 대폭 높이겠다는 계획을 전했다고 한다.

16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안덕근(왼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재무·통상 장관 2+2 협의’ 이후 3주 만에 만난 두 사람은 다음 주 중으로 양국 간 관세에 관한 2차 협상을 열기로 의견을 모았다./산업통상자원부

지난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한국 기업 최초로 미국 조선업에 진출한 한화오션은 현지에 추가 생산 거점을 짓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난 3월에는 국내 조선소 최초로 미 해군 군수 지원함인 ‘월리 시라’호의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인도하는 등 미국과 탄탄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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