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이 혼인율 1위… '9년 1위' 세종 제친 비결은
작년 일반 혼인율 전국 최고

대전이 지난해 세종을 제치고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혼인율 1위로 올라섰다. 2023년까지 9년 연속 혼인율 1위였던 세종은 2위로 밀려났다. 기업들을 유치해 청년층 일자리를 늘린 데다 결혼 장려금 등 지방정부 차원의 적극적 결혼 지원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6일 통계청의 인구 동향 통계에 따르면, 작년 대전의 일반 혼인율(남녀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은 남성 12.6건, 여성 12.4건으로 전년 대비 모두 4.3건씩 늘었다. 남녀 모두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위로 집계됐다. 2015년부터 1위를 지켜왔던 세종은 작년 남성 11.7건, 여성 11.5건으로 2위로 밀렸다. 남성 3위는 서울(10.5건), 여성 3위는 경기(10.5건)였다.

1990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혼인율 1위 지역은 주로 대기업이 많은 서울이나 경기, 울산이었다. 이후 2015년부터 9년 연속 남녀를 통틀어 세종이 혼인율 1위 지역으로 떠올랐다. 행정 수도 이전으로 안정적 직업인 공무원이 늘며 세종의 혼인율이 오른 결과다. 하지만 작년 대전의 혼인 건수가 급증해 순위가 바뀌었다. 작년 대전의 혼인 건수는 7986건으로 1년 전보다 53.2% 급증했다. 증가 폭이 전국 평균(14.8%)의 3.6배에 달한다.
대전이 혼인율 1위 지역으로 올라선 이유로는 머크·SK온·LIG넥스원 등 대기업 유치로 20·30대 청년층 인구가 늘어난 점, 대전시의 최대 500만원 결혼 장려금 일시불 지원 등이 꼽힌다. 전국구 빵집인 성심당을 앞세운 ‘대전 빵 축제’ 같은 차별화된 이벤트도 젊은 층 인구 유입에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 유치, 원샷 지원금… 혼인율 올린 ‘대전의 쌍끌이’
대전의 고교 교사 배모(34)씨는 작년 7월 동료 교사와 결혼했다. 대학은 서울에서 나왔지만 서울·경기 등 수도권보다 저렴한 집값과 서울 못지않은 편의 시설 인프라 때문에 대전에서 교편을 잡기로 했다. 배씨는 “경북 본가와 충청권 처가의 부모님들과 왕래하기에도 대전이 낫다는 생각에 대전 사람이 되기로 했다”며 “성심당 때문에 대학·고향 친구들이 수시로 놀러 온다”고 했다.
서울과 경기, 울산, 세종이 번갈아 차지해 온 혼인율 1위 타이틀을 대전이 꿰찬 가장 큰 요인으로는 20·30대 청년층 유입이 꼽힌다. 통계청·조달청 등 정부대전청사 공무원들과 카이스트 등 이공계 박사들의 ‘노잼 도시(재미없는 도시)‘로 불렸던 대전은 2020년대 들어 SK온 등 대기업이 대전에 둥지를 틀면서 ‘젊은이의 도시‘로 탈바꿈했다. 대전시청 청년정책과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대전에 들어서면서 청년층 일자리가 늘었다”며 “2014년 이후 세종으로 옮겼던 청년층도 다시 대전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대전에서는 20·30대 인구가 서울·세종 등 다른 시도로 주소지를 옮기는 ‘청년층 엑소더스(탈출)‘가 2014년부터 2021년까지 8년간 이어졌다. 하지만 2022년부터 작년까지 3년간은 연평균 약 200명의 청년층 순 유입이 이어졌다. 비만 치료제 개발 업체로 유명한 알테오젠과 올 들어 삼성전자 자회사로 편입된 산업용 로봇 제조 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상장사들도 늘면서, 대전 소재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2월 말 기준 64조5000억원으로 울산·광주·대구·부산 등 비수도권 광역시 중 압도적인 1위다. 2위인 울산(35조9219억원)의 2배에 육박한다. 대전에서 지난 2년간 상장한 기업만 17곳에 달한다.
◇기업 도시치고 저렴한 집값
대전이 서울이나 울산 등에 버금가는 기업 도시로 떠오른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집값도 청년층과 신혼부부가 덩달아 늘어나는 요인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대전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3억7367만원으로 세종(5억2625만원), 경기(5억5493만원)의 67~71% 수준이다. 3년 차 신혼부부인 백모(37)씨는 “집값이나 도시 혼잡도 등 면에서 서울이나 다른 대도시보다 여유롭고 드세지 않은 점 때문에 대전에 둥지를 트는 2030세대가 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여론조사 전문 기관 리얼미터가 매달 조사해 발표하는 자연환경, 교통 편의 등 주민 생활 만족도 평가 결과를 보면, 대전시는 지난해 12개월 중 6개월(2·3·4·5·10·12월) 1위를 차지했다. 올해 1월 조사에서도 서울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500만원 일시금에 ‘위장 미혼’ 줄어
대전시의 ‘결혼 장려금 일시 지원책‘도 대전의 혼인율을 끌어올린 또 다른 요인이다. 결혼식을 올리고도 혼인신고를 미루던 남녀들이 이 장려금 때문에 뒤늦게 혼인신고를 하면서 다른 지역보다 가파른 속도로 혼인율이 늘었다는 것이다. 대전시는 작년 1월 1일 이후 혼인신고를 한 19~39세 남녀에게 결혼 장려금 500만원을 일시불로 지급하고 있다. 대전시청 여성가족청소년과 관계자는 “다른 지자체는 3~5년에 나눠서 주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대전은 한꺼번에 지급하다 보니 반응이 좋은 편”이라며 “매월 1000~1300건의 신청이 들어온다”고 했다. 대전시에 따르면, 작년 8월 499건, 9월 679건에 불과했던 혼인 건수가 결혼 장려금 지급이 시작된 작년 10월 1133건으로 급등했다.
결혼에 대한 청년층의 인식도 긍정적인 편이다. 대전세종연구원이 최근 대전의 18~32세 청년 198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67.2%인 133명이 결혼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현재 결혼 의향이 없다는 응답은 14.1%(28명)에 불과했다.
☞일반 혼인율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 인구수가 다른 지역 간 혼인 추이 비교 등에 쓰인다. 작년 남성 일반 혼인율은 9.9건으로 그해 혼인 건수(22만2412건)를 15세 이상 남성 인구(2245만9000명)로 나눈 후 1000을 곱한 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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