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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따로 행동 따로… AI 발목 잡는 국회

太兄 2025. 2. 23. 17:21

말 따로 행동 따로… AI 발목 잡는 국회

입력 2025.02.21. 23:54

“과학기술 발전을 제도가 막아서는 안 된다.”

1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경기도 성남의 네이버 1784 사옥을 방문한 자리에서 최민희 위원장이 한 말이다. 이날 네이버에는 최 위원장과 야당 간사 김현 의원을 비롯해 김우영, 이정헌, 이해민, 정동영 등 과방위 소속 야당 의원 11명이 함께했다. 네이버 창립 이래 가장 많은 국회의원이 모인 것이다.

정치권에서 지난해 가짜 뉴스 유통을 막겠다며 항의 방문한 것 외에 의원들이 현장 애로 사항을 듣겠다며 네이버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네이버는 글로벌 빅테크 틈바구니 속에서 한국의 대표 인공지능(AI) 기업으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자체 개발한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비롯해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데이터인공지능청(SDAIA)과 손잡고 아랍어 기반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나서고 있다.

최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국회 원칙은 기업이 활동하는 데 민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이 말이 무색하게 과방위는 지난해 방송 4법을 둘러싼 여야 대립으로 AI 기본법 논의를 반년 가까이 외면했다. AI 기본법이 제정돼야 정부 주도의 지원 대책이 탄력을 받게 되지만, 국회 문턱에 걸려 시간을 끌었던 것이다. 논의 과정에서 제외됐지만 일부 야당 의원들은 법안에 과태료는 물론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도록 처벌 조항을 만들었다. AI 사업자의 학습 데이터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안건도 올라왔다.

지난해 가까스로 AI 기본법이 통과됐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사람의 생명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AI를 ‘고영향 AI’로 분류해 엄격하게 관리하도록 조치했지만, 범위가 광범위하다. 의료, 에너지, 보건, 원자력, 범죄 수사, 교통안전 등 무엇이든 고영향 AI에 넣을 수 있다. AI 사업자가 법 위반 등 신고를 받으면 언제든 현장 조사도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AI로 무엇이든 해봐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 불확실성은 기업들이 선뜻 도전하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AI 산업을 지원해 달라고 핏대 높일 때는 듣지 않더니, 선거를 앞두자 너도나도 AI 육성을 말하는 데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 스타트업은 지난해 내내 AI 산업을 위해 국가 차원의 인프라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아무런 응답도 듣지 못했다. 한국의 AI 산업이 발목을 잡히는 동안 글로벌 빅테크들은 천문학적 투자를 이어가며 AI 모델 고도화에 속도를 붙였다. 이제 네이버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AI 산업의 중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의원들에게 “네이버는 매우 절박하고 중차대한 시기에 서 있다”고 했다. 한국의 AI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도와주지 못하겠다면 발목은 잡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