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홀수 문화 -
<홀수>는 우리 민족 정신문화(精神文化)의 <깊은> 뿌리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까마득한 시절부터 조선의 혼(魂)속에 묻혀 내려온 민족문화(民族文化)다.
자연스런 일상생활의 넉넉한 관습(慣習)에서 얻어진 지혜(智慧)의 소산으로
<홀수>는 딱 맞아 떨어지는 <짝수>에 비해서 넉넉하고 여유롭다.
홀수 중에서도 특히 < 3 >을 선호(選好)하고 있지만,
1, 3, 5, 7, 9 모두가 우리 생활 속 깊이 맥(脈)을 내리고 있다.
우선 <국경일(國慶日)>이라든가 명절(名節)이 모두 <홀수 날>이다.
뿐만 아니라, 때 맞춰서 돌아오는 절기(節氣)가 거의 <홀수 날>에 들어있다.
<설날>과 <추석>이 그렇고, 정월 대보름(1월15일), 삼짇날(3월3일), 단오(5월5일), 칠석(7월7일), 백중(7월15일)이
그렇다.
9월 9일은 <구중>이라 하여, 남자들은 시(詩)를 짓고, 여자들은 <국화전>을 부쳤다.
천고마비(天高馬肥)의 살찌는 계절을 즐기던 조상님들의 흐뭇한 얼굴이 떠오른다.
생활 곳곳에 뿌리내린 < 3 >의 의미는 더욱 다양하다.
사람이 죽으면, 3일장(葬) 아니면 5일장(葬)을 치르는 것이 보통이지, 4일장이나 6일장은 없다.
역시, 삼우제(三虞祭)가 있고, <49제>라는 추모(追募)의 날이 있다.
망자(亡者) 앞에서는 홀수 날을 택하여 최대의 예우를 지키는 것이 뿌리 깊은 전통이다.
심지어 祭物(제물)을 올려도 <홀수>로 올리지, <짝수>로는 차리지 않는다.
돌탑을 쌓아도 3 5 7 9 홀수 층으로 올렸을 때에, 시각적으로 안정감이 들면서 보는 마음을 편케 한다.
애기를 낳고 금줄을 쳐도 세이레(三七日)동안 출입을 삼갔다.
신성한 생명을 지키면서 축복하자는 삼신할미의 준엄한 고지(告知)다.
봉투에 돈을 넣어도 우리 서민들은 두 자리 수가 아닌 이상, 3만원 아니면 5만원을 넣었지
4만원이라든가 6만원짜리 <기부 촌지>는 보기 어렵다.
상납금을 강요하는 교장이 교감에게 넌지시 말씀하셨다고 한다.
‘짝수로 인사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
여지껏 그런 것도 모르느냐?
호통을 치는 바람에, 백만 원을 더 얹어서 바쳤다고 한다. 쥑일 놈 같으니라구!
이렇듯 < 3 >이라는 숫자가 우리들 생활 중심에서 축(軸)을 이루고 있다.
춥고 긴긴 겨울을 삼동(三冬)이라 했고, 무더운 여름을 건너가려면 삼복(三伏)을 견디어야 한다.
무리를 일컬어 <삼삼오오>라 했고, 색깔을 이야기할 때도 <삼원색>이 근원이다.
상고(上古)시대에 우리나라 땅을 마련해 준 삼신(三神)이 있다 하여 생명신으로 섬긴다.
삼재(三災)가 있는가 하면, 또 삼재(三才)가 있다.
현대에는 시위문화에서 삼보일배(三步一拜)라는 것이 새로 생겼다.
간절하고 지극한 정성의 극치다.
가까운 <이웃>을 일컬어 <삼 이웃>이라는 좋은 표현이 있는가 하면,
잘 하면 술이 <석 잔 >, 못 하면 뺨이 <석 대>다.
힘겨루기 판을 벌여도 <5판 3승 제>를 하며, 만세를 불러도 삼창(三唱)까지 해야 속이 후련했다.
<짝수>는 죽은 자(者)의 숫자란 말이 있고, <홀수>는 <산 사람>의 숫자란 말도 있다.
그래서 <제사상(祭祀床)>에는 과일을 홀수로 올리고, <절>을 두 번 하지만,
산 사람에겐 절을 <한 번만> 하면 된다.
삼 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목적한 것이 이루어진다는 믿음은 생활 속 곳곳에 숨어있다.
그만큼 < 3 >이라는 숫자는 우리 생활의 <디딤돌>이요, 구름판으로 안정된 균형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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