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경제 고꾸라지길 원하나" 맞불… 때린 野가 울고 간 '철벽 총리'

太兄 2024. 9. 11. 17:26

"경제 고꾸라지길 원하나" 맞불… 때린 野가 울고 간 '철벽 총리'

정치권 "한덕수의 재발견"

한덕수 국무총리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및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국회방송
입력 2024.09.11. 00:55업데이트 2024.09.11. 11:12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총리가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우리 경제가 도약하지, 고꾸라집니까? 위원님, 그걸 원하시는 건 아니지요?”

지난 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이 “도대체 무슨 근거로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하느냐”고 따지자 한덕수(75) 국무총리가 목소리를 높였다. 한 총리는 경제 회복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는 지표가 “차고 넘친다”며 성장률과 무역수지 등 지표를 하나씩 설명했다. 장 의원이 ‘민생이 어렵다’며 “총리가 경제에 대해 이렇게 인식하니까 국민이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자, 한 총리는 “성장, 국제수지, 고용, 물가가 안정되면 경제가 잘되는 것이지 어떤 것이 잘되는 것이냐. 위원님이 경제를 잘못 보는 것”이라고 했다.

평소 언성을 높이지 않기로 유명한 한 총리가 최근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과 연일 설전을 벌이고 있다. 22대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 첫 정기회가 시작돼 야당의 대(對)정부 파상 공세가 시작되자 한 총리가 전면에 나서 격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관가에선 “40년 넘는 그의 공직 생활에서 볼 수 없었던 한덕수의 재발견”이란 말도 나온다.

한 총리는 지난 9일 시작된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도 야당 의원들과 충돌했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세계 경제가 좋아졌는데 대한민국만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하자, 한 총리는 “어떤 통계가 대한민국 경제가 엉터리라고 하느냐”고 맞받았다. 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일본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정부가 동의해준 것과 관련해 “제정신이냐”고 하자, 한 총리는 “한국인이 사도광산에 징용돼 고생했다는 것을 확실하게 전시하자고 일본과 합의했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한 총리는 10일 대정부 질문에서도 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브리핑 발언 중 ‘독도’라는 단어가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고 하자 “우리 대통령이 독도는 우리 영토가 아니라고 얘기한 적 있느냐. 의원님이 문제를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일본 총리 같다’고 소리치자 “작년에 후쿠시마 갖고 싸울 때도 그런 얘기 많이 들었다. 그런 모욕을 하지 마라. 정치의 힘은 모욕과 능멸에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래픽=양진경

한 총리는 여당 의원 질문 시간에 “저희가 정권을 인수할 당시에는 ‘나라가 망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실정(失政)으로 인한 후유증이 심각했다는 주장이다. 한 총리는 그 예로 “한미 관계는 삐걱거리고, 한일 관계는 최악이었고, 국가 채무 비율은 36%에서 49.4%까지 올라가 있었고, 물가상승률은 5.3%에 달했었다”고 했다. 한 총리는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수사 검사들을 탄핵소추한 것과 관련해서는 “그로 인해 사법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2022년 5월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임명된 한 총리는 그동안 국회에서 야당 의원 질의에 조곤조곤 답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지난 4월 총선 이후 강공을 곁들이기 시작하더니 최근엔 격전도 불사하는 스타일로 변모했다. 한 총리는 ‘뉴라이트를 알고 있느냐’는 야당 의원 추궁에 “모른다. 관심도 없다”고 하거나, “색깔 칠하지 말라” “미몽에서 깨어나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논리적 대응만으론 야당 공세를 차단하기 어렵다고 보고 정치인 화법도 구사하기로 한 것 같다”고 했다.

한 총리가 최근 들어 국회 답변에서 자주 쓰는 말이 “가짜 뉴스” “거짓 선동”이다. “정부가 라인을 일본에 내줬다” “정부가 계엄령을 준비한다” “김건희 여사가 권력 1위” 같은 야당 의원 공세에 “완전한 가짜 뉴스고 선동”이라며 맞받은 것이다. 한 총리는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김 여사 녹취록을 거론하며 “국정 농단”을 주장하자 “남의 가정에서 일어난 일을 왜 그렇게 열심히 홍보하느냐”고도 했다.

현 정부 방어에만 머물지 않고 민주당 집권 시절 실정을 부각하는 것도 한 총리에게서 전에는 보기 어려웠던 화법이다. 박지원 의원이 지난 9일 대정부 질문에서 “‘응급실 뺑뺑이’로 국민이 죽어간다. 누가 국민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느냐”고 하자 한 총리는 “의료계와 과거의 정부들”이라고 맞받았다. “(의대 증원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안 했던 과거 정부들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한 총리는 지난 3일 예결위에선 “중증 환자와 난치병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가장 잘못된 행동을 한 것”이라고 했다.

한 총리가 국회에서 윤 정부의 ‘방패’를 자임한 배경을 두고, 의정 갈등 등으로 인해 정부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위기 의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총리는 지역·필수 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은 물론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는 것과 관련해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자 한 총리가 정부 입장을 적극 대변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다.

한 총리는 지난 4월 총선 직후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를 수리하지 않았고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선 “한 총리가 그동안 잘해 오셨기 때문에 당분간은 한 총리를 중심으로 한 내각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총리는 오는 21일로 취임 2년 4개월을 맞는다. 재임 기간이 약 2년 8개월을 재직한 이낙연 전 총리 다음으로 길고, 노무현 정부 시절 총리 재임 기간(10개월)을 더하면 민주화 이후 최장수로 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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