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의 아이들은 이렇게 길러진다
교양
2015-12-16 00:10:41
자연은 인간에게 가혹한 시련을 내려서 바위처럼 강인하고 불덩이처럼 뜨거운 인간을 만들어 낸다.
정착문명의 인간들이 자연의 혜택 속에서 풍요를 누리고 있는 동안 유목민들은 그 북방 잿빛 시련의 들녘에서 강인하게 벼려지고 있었다.
그것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이어져 오는 몽골 아이들의 성인식 행사에서 엿볼 수 있다.
몽골에서는 한 해에 있어서 처음으로 눈보라가 몰아치는 날을 중요시한다.
그 눈보라가 사흘째 몰아치는 날, 그러니까 가장 엄혹한 추위가 닥치는 날 성인식을 치른다.
그 광경은 말 그대로 한편의 장엄한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영하 40도의 허허벌판, 눈을 뜨고 있기 어려울 만큼 세찬 바람이 몰아치는 들녘.
그 한복판에서 두터운 가죽옷을 입고 털모자를 눌러쓴 10여 명의 몽골 아이들이 말 위에 앉아 무언가를 기다린다.
이제 갓 열 살이 된 그 앳된 소년들이 살을 에는 추위와 바람에 볼을 발갛게 물들이며 우주의 점 한 톨처럼 막막한 공간을 체험하는 것이다.
이윽고 신호가 떨어지면 소년들은 말을 달리기 시작하는데, 눈보라를 뚫고 왕복 80킬로미터를 달려야 한다.
소년들은 출발한 지 두 시간이 지나서야 저 먼 지평선 끝에서 점점이 모습을 드러내며 말발굽 소리와 함께 무언가 알아들을 수 없는 고함 소리를 들려준다.
너무나 추운 나머지 아이들은 마지막 도착 지점을 바라보면서 울분과 환희에 휩싸여 목청껏 소리를 지르며 달려온다.
그 고함 소리는, 인내력의 한계를 넘는 시련의 고문을 이기느라 내지르는 비명 소리이면서 동시에 그 시련의 끝을 발견한 자의 환희와 격정의 소리이기도 하다.
이 같은 성인식의 결과는 즉석에서 확인된다.
눈보라 속을 뚫고 온 아이들의 눈빛은 출발할 때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돌아온 소년들과 말의 모습은 참혹하다.
어떤 소년은 너무나 힘든 나머지 고삐를 놓쳐 말에서 떨어지기도 하지만, 숨이 끊어지는 법은 있어도 말 타기를 포기하는 법은 없다.
스스로 일어나 다시 말의 등에 오르지 않으면 그 추위를 벗어날 길이 영영 없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돌아왔을 때 입김이 얼어붙어서 말의 입가는 온통 허옇게 고드름이 맺혀 있고, 말의 온몸은 흘린 땀이 그대로 얼어붙어 얼음이 맺혀 있다.
그러면서도 온몸에는 뜨거운 김이 펄펄 난다.
또 말의 고삐를 쥐었던 소년들의 손은 얼어붙어서 퍼렇게 동상에 걸려 있다.
고삐를 놓치지 않는 유일한 길은 동상 걸린 손이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다.
소년들은 다 돌아와서야 동상 걸린 손을 눈 속에 파묻고 비빈다.
이열치열(以熱治熱) 같은 것이다.
동상 든 손은 눈 속에 파묻어야 다시 피가 돌기 시작한다.
이것은 조상들로부터 전해져 오는 지혜이다.
푸른 늑대의 후손, 몽골 유목민의 아이들은 이렇게 길러진다.
김종래 지음 <유목민 이야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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