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집값 안정' 모두 동의하는데 방법 이견에 '마귀'라니

太兄 2026. 2. 4. 19:52

 '집값 안정' 모두 동의하는데 방법 이견에 '마귀'라니

조선일보
입력 2026.02.04. 00:20업데이트 2026.02.04. 15:06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부동산 관련 강한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그 어조가 정책을 넘어 격앙과 분노를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 정치 행위라는 뜻이다.

이 대통령은 “수십만 다주택자의 눈물이 안타까우신 분들께 묻는다”며 “이들로 인한 높은 주거 비용 때문에 결혼·출산을 포기하는 수백만 청년의 피눈물은 안 보이느냐”고 했다. “마귀에게 양심마저 빼앗긴 것 아니냐”는 말까지 했다. 이 대통령이 ‘다주택자의 눈물이 안타까운 사람’이라고 한 것은 야당이나 언론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정치적 시각으로 본 편견이다. 우리 사회에서 집값 안정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직접 이해관계자인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선거에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득표해야 하는 정당이 집값 안정에 반대한다는 것은 선거를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 말처럼 집값 문제는 우리 사회의 암적인 고질병이 돼 있다. 반드시 잡아야 하고 집으로 돈을 벌겠다는 풍조 자체를 없애야 한다. 다만 어떻게 해야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느냐는 방법론에선 수요 억제 우선이냐, 공급 확대 우선이냐는 차이가 있다.

노무현·문재인 정권은 수요 억제 위주 정책을 폈다. 그런데 집값은 도리어 폭등했다. 얼마나 폭등했는지 ‘미친 집값’으로 불렸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출신으로서 그 미친 집값으로 수백만 청년이 흘린 피눈물은 보이지 않나. 지금의 미친 집값을 만든 정당의 대통령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면 자신들 정책의 문제가 무엇인지 다시 살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격정의 SNS 문자부터 시작했다.

지금 야당 등은 집값 안정은 대규모 공급이 우선돼야 가능한 문제라고 본다. 그러려면 공공 위주 공급으로 역부족이고 재개발, 재건축 규제 완화로 민간 차원에서 공급이 대규모로 일어나게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규모 공급 대책이 나온 이명박 정부 때 집값은 안정됐다. 물론 이 정책에도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견을 놓고 얼마든지 토론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상대를 ‘마귀’라고 한다.

이 대통령은 야당의 집값 대책 비판에 대해 “언어 해득 능력이 유치원생 수준”이라고 했고, 언론을 향해서도 “억까(억지로 까기)”라고 했다. “왜 망국적 투기를 편드느냐”고 했다. 미친 집값을 만든 정당이 망국적 투기를 불러일으킨 것 아닌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코스피 5000에 이어) 집값까지 잡을까 두려운 것은 아닌가”라고도 했다. 언사가 도리에 맞지 않고 ‘유치하다’는 말은 여기에 써야 한다.

집값 안정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많다. 지금 부동산 제도는 다주택자가 집을 팔려고 해도 팔 수 없게 돼 있다. 4년 거주가 보장된 세입자를 내보내지 않는 한 전세 놓은 집을 팔 수 없기 때문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일부 보완책을 발표했지만 부족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부동산은 정책을 제대로 못 만든 사람이 문제”라고 했다. 그것이 노무현·문재인 정부였다. 그 정부 때도 야당과 언론을 비난했었다. 집값은 정치가 아니라 정책이 잡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