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한동훈 사태가 해부하는 대한민국 검찰 엘리트의 자기파괴
한 문장이 드러낸 민낯
"건희는 개목줄 채워서 가둬놔야 돼."
"윤석열은 알콜성 치매 같고 김건희는 걸레짝 같습니다."
이 문장들의 저자로 지목된 인물의 이력을 나열해 보자.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시험 37회 합격. 대한민국 검사. 박영수 특검팀 부장검사. 서울중앙지검 3차장.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제69대 법무부 장관. 국민의힘 제3대 당대표.
만약 이 글들이 정말 그 또는 그의 가족에 의해 작성된 것이라면,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인물이 어떻게 익명의 그늘에서 이토록 저급한 언어를 구사하게 되었는가. 그리고 더 본질적인 질문—이러한 인물이 20여 년간 검찰권력의 핵심에서 대통령들을 기소하고, 재벌 총수들을 구속하며, 이 나라의 정의를 심판해왔다면, 그 '정의'의 실체는 과연 무엇이었는가.
배은망덕의 해부학
한동훈이라는 정치적 존재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탁 없이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법무부 장관이 되었고, 당대표까지 올랐다. 검사 시절부터 함께했고, 정권 창출의 동지였으며, 대통령이 직접 중용한 인물이었다.
그런데 당원게시판에서 발견된 글들을 보면, 자신에게 법무부 장관직을, 당대표직을 안겨준 대통령 부부를 향해 '개목줄', '걸레짝', '좌파의 트로이목마'라는 표현이 쏟아졌다. 공개적으로는 충성을 맹세하면서 익명의 뒤에서는 저주를 퍼부은 것이다.
물론 한동훈 측은 "가족이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무감사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휴대전화번호 뒷자리, 선거구 정보, 동일 IP 등을 종합 대조한 결과 '한동훈' 명의 계정이 한동훈 전 대표 본인으로 확인되었다. 더욱이 2024년 11월 6일 새벽, 문제가 불거지자 '한동훈' 명의 글 650건 중 646건(99.4%), '진은정' 명의 글 160건 전부가 삭제되었다.
증거인멸의 정황이다. 검사 출신답게 증거를 다루는 법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일까.
은인을 배신하는 것도 모자라, 익명 뒤에 숨어 저급한 언어로 비방하고, 들키면 증거를 인멸하는 인간. 이것이 대한민국 법무부 장관을 지낸 자의 실체다.
"가족이 했다"—한 인간의 밑바닥
이 사태에서 가장 추악한 장면은 따로 있다.
처음에 한동훈은 "당원게시판에 가입한 적이 없다", "73년생이 아니다"라며 발뺌했다. 그러다 정황이 드러나자 "가족이 한 일"이라고 시인했다. 1년이 넘도록 부인하다가,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자 가족을 방패막이로 내세운 것이다.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자.
자신의 부인, 장인, 장모, 딸, 어머니—5명의 가족을 '여론조작범'의 자리에 앉힌 것이다. 검사 출신 정치인이 자기 보호를 위해 가족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그것도 공개적으로,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의 말을 빌리면, "이 정도면 부끄러워서 정계 은퇴를 해야 할 문제"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더 직설적이었다. "찌질, 찌질, 찌질." 그리고 덧붙였다. "허위사실로 남을 공격하는 것에 더해 표현조차 딱 술 한 잔 걸친 교양 없는 사람이 쓸 만한 내용이라 거부감이 든다."
서울대 법대 출신, 대한민국 검사,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인물의 언어 수준이 '술 한 잔 걸친 교양 없는 사람' 수준이라는 것. 이것이 대한민국 엘리트의 민낯이다.
칼잡이의 궤적—그 칼은 누구를 향했나
한동훈의 주요 수사 이력을 돌아보자.
2003년, SK그룹 부당거래·분식회계 사건으로 최태원 회장을 구속시켰다. 2006년,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으로 정몽구 회장을 구속시켰다. 2017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며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기소했다. 박영수 특검팀 부장검사로서 '경제공동체'와 '묵시적 청탁'이라는 법리를 만들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을 이끌어냈다. 2018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서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을 지휘했다. 같은 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시켰다.
화려하다. 두 명의 전직 대통령 구속에 관여하고, 재벌 총수들을 줄줄이 법정에 세웠으며, 대법원장까지 구속했다. '칼잡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떠했는가?
사법농단 수사의 경우, 검찰은 특수부 검사 수십 명을 투입해 법관 14명을 기소했지만, 유죄를 선고받은 이는 단 2명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는 8개월간 '별건털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표류하다 결국 수사심의위에서 불기소 권고를 받았다.
무리한 수사, 무리한 기소, 그리고 무죄 판결의 연속.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이렇게 지적했다. "수사를 부실하게 했든가, 아니면 무리하게 수사했든가 둘 중 하나다."
문제는 이 '무리한 수사'의 대가를 대한민국 전체가 치렀다는 것이다.
잃어버린 20년—검찰 칼날이 베어버린 것들
한동훈이 휘두른 검찰의 칼이 이 나라에 남긴 것은 무엇인가. 냉정하게 따져보자.
재벌 총수들의 능욕, 그리고 글로벌 경쟁력의 추락
최태원, 정몽구, 이재용—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기업들의 수장들이 줄줄이 검찰에 끌려가 포승줄에 묶이는 장면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커녕 '기업인 잡아가는 나라'라는 오명이 붙었다.
그 사이 세계는 어떻게 변했는가. 중국의 화웨이, BYD가 급성장했고, 대만의 TSMC가 반도체 패권을 쥐었다. 한국 기업들이 검찰 수사에 시달리며 경영에 집중하지 못하는 동안, 글로벌 경쟁자들은 거침없이 치고 나갔다.
이재용 삼성 회장이 법정을 오가며 경영 공백이 생긴 그 시간, 삼성은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에 추월당했다. 정몽구 회장이 구속된 후 현대차가 겪은 혼란의 시간,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가 약진했다. 한동훈의 칼날이 기업 총수의 목을 겨누는 동안,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가 하나씩 빼앗겼다.
박근혜 탄핵, 그리고 보수의 몰락
2016년 촛불, 2017년 탄핵. 그 중심에 한동훈이 있었다. 그는 박영수 특검팀 부장검사로서 '경제공동체'와 '묵시적 청탁'이라는 전례 없는 법리를 만들어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과 구속으로 이끌었다.
그 결과는? 문재인 정부 5년이었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실험으로 자영업이 무너졌다. 부동산 정책 26번의 실패로 집값이 폭등했다. 탈원전으로 에너지 안보가 흔들렸다. 친중·친북 외교로 한미동맹에 금이 갔다.
한동훈이 휘두른 검찰의 칼이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리지 않았다면, 이 모든 일이 일어났을까?
우파의 씨가 마르다
더 심각한 것은 정치 지형의 변화다. 박근혜 탄핵 이후 보수 정치는 사실상 궤멸했다. 자유한국당은 '탄핵당'이라는 낙인이 찍혀 총선에서 참패했고, 이후 몇 년간 야당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 공백을 파고든 것이 진보 세력이었다. 사법부, 교육계, 언론, 문화계—사회 전 영역에서 좌편향이 가속화되었다. 검찰 스스로도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다며 좌클릭했다.
한동훈은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보수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앞장섰고, 그 결과 대한민국은 급격히 좌편향되었다.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해야 할까. 그가 베어버린 것은 '적폐'가 아니라 '자유 대한민국의 뿌리'였다.
정치의 퇴행
박근혜 탄핵 이후 한국 정치는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퇴보했다.
정책 경쟁은 사라지고 진영 싸움만 남았다. 대통령을 잡아넣는 것이 정치가 되었다. 이명박 구속, 박근혜 구속—5년마다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가는 나라. 이것을 민주주의의 발전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한동훈은 이 비극적 순환의 중심에 있었다. 그가 휘두른 칼날이 '대통령은 잡아넣어도 되는 존재'라는 전례를 만들었다. 보수 대통령들만 골라서.
검찰 엘리트주의의 어두운 그림자
한동훈 사태의 본질은 개인의 도덕적 타락에만 있지 않다. 이것은 대한민국 검찰 시스템이 어떻게 '괴물'을 양산해왔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검찰은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라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누구를 기소하고 누구를 불기소할지, 어떤 혐의로 얼마나 구형할지를 검사가 결정한다. 이 권력에는 실질적인 견제가 없다.
이러한 시스템에서 검사들은 '정의의 사도'라는 자기 확신에 빠지기 쉽다. 자신이 기소하면 유죄이고, 자신이 수사하면 진실이라는 오만. 법 위에 군림하는 '법의 수호자'라는 역설.
한동훈은 이 시스템이 배출한 전형적인 엘리트다. 서울대 법대, 사시 37회, 대검 중수부, 특검팀—검찰 권력의 핵심을 거쳐왔다. 그 과정에서 그는 '어떤 인물'로 성장했는가?
당원게시판의 글들이 그 답을 보여준다. 익명의 뒤에 숨어 '개목줄', '걸레짝' 같은 표현을 쓰는 사람. 들키면 "가족이 했다"고 책임을 전가하는 사람. 증거가 나오면 새벽에 삭제하는 사람.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의 표현을 빌리면, "정원사가 직접 정원에 인조잔디를 깔아버린 격"이다. 공론장을 관리해야 할 당대표가 그 공론장을 사유화하고 조작했다.
드루킹을 넘어서
이번 사태를 단순한 '당내 논란'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드루킹 사건을 떠올려 보자. 댓글 조작으로 여론을 왜곡한 사건이었다. 그 사건의 핵심은 댓글 자체가 아니라, 그 댓글이 어떻게 언론과 정치를 움직였는지였다.
당원게시판 사태도 마찬가지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1428건의 글이 단 2개의 IP에서 작성되었다. 하루 3회로 제한된 댓글 규정을 5명의 가족 명의를 동원해 무력화했다. 욕설과 막말이 116건, 도배 글이 468회에 달했다. 그리고 이 글들이 외부 언론으로 확대 재생산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당원게시판의 글들을 기자들과 정치 스피커들은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
당원게시판은 원칙적으로 당원만 접근 가능한 폐쇄 공간이다. 외부 언론이 실시간으로 논점과 문구까지 그대로 인용했다면, 그것은 '우연'으로 설명될 수 없다. 이준석 대표의 표현대로 "여의도 문법이 싫다고 일부 친한 기자를 통해 여론을 조작하는 서초동 문법"이 작동한 것은 아닌가.
만약 당게→언론 증폭의 경로가 입증된다면, 이 사건의 성격은 '당내 윤리 문제'가 아니라 '권력형 여론조작 사건'으로 확정된다. 드루킹보다 더 악질적일 수 있다. 드루킹은 외부 세력이었지만, 한동훈은 당대표였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인물이 가능했는가
한동훈이라는 현상을 이해하려면, 대한민국 엘리트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능력 만능주의의 함정
서울대, 사시, 검사—이 스펙은 '능력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능력과 인격은 별개다. 법조문을 잘 외우고, 수사 기법에 능하다고 해서 그 사람이 도덕적으로 성숙한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는 너무 오랫동안 스펙을 인격의 증명서로 착각해왔다.
권력의 부패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검찰권력은 거의 절대에 가깝다.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수사 방향을 정하며, 언론에 정보를 흘릴 수 있다. 이 권력을 오래 행사하면, 자기 자신이 법 위에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내가 하면 정의고, 남이 하면 범죄'라는 이중잣대.
견제 시스템의 부재
한동훈은 '적폐청산'의 선봉에 섰다. 전직 대통령들을 구속하고 재벌 총수들을 기소했다. 그러나 그 자신을 견제할 시스템은 없었다. 검찰 내부의 자정 기능도, 외부의 감시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 결과 우리는 지금, 전직 대통령 구속을 지휘한 검사가 익명 게시판에서 '걸레짝' 운운하는 글을 쓰고, 들키면 가족 탓을 하며, 증거는 삭제하는 광경을 목도하고 있다.
누가 이 괴물을 만들었나
한동훈 개인을 욕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왜 우리 사회는 이런 인물을 20년간 권력의 핵심에 두었는가?
당원게시판에 '걸레짝' 같은 표현을 쓰는 사람이 법무부 장관이 되고 당대표가 되는 나라. 들키면 가족에게 책임을 전가해도 별 탈 없이 넘어가는 나라. 자신을 장관으로, 당대표로 발탁해준 대통령을 익명으로 비방하는 나라.
이것은 한동훈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대한민국 검찰 시스템의 문제이고, 엘리트 충원 시스템의 문제이며, 권력 견제 시스템의 문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인물에게 '적폐청산'이라는 칼을 쥐어주고 박수쳐준 언론과 사회의 문제다.
정의는 어디에
한동훈은 자신이 수사한 피의자들에게 늘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법 앞에 평등합니다."
"누구라도 법을 어기면 처벌받습니다."
이제 그 말이 그 자신에게 돌아왔다.
윤리위원회는 제명을 의결했다.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 확정되면, 한동훈은 당적을 박탈당한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윤리위 결정문이 권고한 대로, 수사 의뢰가 이루어져야 한다.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왜냐하면 정의는 선택적이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을 구속시킬 수 있었던 검찰이라면, 전직 법무부 장관도 수사할 수 있어야 한다. '적폐청산'의 칼날을 휘둘렀던 사람이라면, 그 칼날이 자신을 향할 때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법치이고, 그것이 정의다.
역사의 심판 앞에서
한동훈이 휘두른 칼날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돌아왔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그가 베어버린 것들—무너진 보수 정권, 능욕당한 재벌 총수들, 좌편향된 사회, 퇴보한 정치, 뒤처진 경제—이 모든 것에 대한 역사의 심판은 이제 시작이다.
한동훈 사태는 한 개인의 몰락이 아니다. 이것은 대한민국 검찰 엘리트주의의 민낯이자,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정치 수사의 청산서이며, 잃어버린 20년에 대한 자기 고백이다.
당원게시판의 저급한 글들, 가족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비겁함, 새벽에 증거를 삭제하는 졸렬함—이 모든 것이 보여주는 것은 결국 하나다.
검찰의 칼을 든 자는, 그 칼에 찔릴 준비도 되어 있어야 한다.
한동훈은 준비가 되어 있는가?
역사는 지켜보고 있다.
권경희
메가포커스 발행인 겸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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