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55억 '친정' 주는 노동 장관

2010년 7월 서울 중구 정동길 경향신문사 건물. 잘린 돼지 머리와 명태, 떡, 사과 등이 상에 올랐다. 민주노총 사무실은 1995년 출범 당시엔 서울 성북구에 있었고, 1999년 영등포구 대영빌딩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날 정동으로 사무실을 옮기며 고사를 지낸 것이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고사상 앞에서 축문(祝文)을 읽었다. “고통받는 민중이 온갖 시름을 잊도록 평등·평화·통일 세상을 민주노총이 이루게 해주시라.” 그는 “민주노총이 11년 영등포 시대를 마감하고 사대문 안으로 들어오면서 국민과 가까워지고, 청와대와도 더 가까워졌다”고 했다.
그런데 이 사무실은 공짜가 아니다. 법적으로 엄연히 ‘임차’에 해당하는 빌린 것이다. 민주노총 본부가 쓰는 경향신문사 본관 12~15층은 보증금 19억원에 월세 2100만원, 금속노조와 사무금융노조가 쓰는 별관 2~3층은 보증금 11억5000만원에 월세 500만원이다. 이 건물이 아닌 다른 곳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보건의료노조 등 4개 단체도 보증금 4억7400여 만원에 전세살이를 하고 있다. 문제는 전체 보증금 44억596만4000원 중 정확히 29억9860만4000원(68%)이 정부가 대준 국고 보조금이라는 점이다.
노동 분야를 취재하던 몇 년 전 이 사실을 알고 놀란 기억이 있다. 2002~2005년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지원한 돈인데, 말이 국고 보조금이지 그냥 준 돈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관리는 없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 매년 활용 현황 등을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거의 매년 보고를 하지 않았다. 보고를 받아야 할 노동부 역시 이를 챙기지 않았다. 정부는 보조금을 줄 때 빌린 사무실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이 또한 지켜지지 않았다. 말 그대로 주먹구구였다.
상황이 이런데 현 정부는 민주노총의 월세 섞인 반전세를 완전한 전세로 바꿔주기 위해 55억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당초 정부 예산안에 없었는데, 국회 심의 과정에서 여당 의원 주도로 ‘쪽지 예산’ 형태로 들어갔다고 한다. 노동부도 금액에 대한 의견만 약간 달랐을 뿐, ‘지원해 주자’는 입장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한국노총도 서울 여의도 회관 건물 엘리베이터·난방 설비 교체 등을 명목으로 55억원 지원을 약속받았다.
여기서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국고 보조금은 명백한 세금이다. 노조 조합원이 아닌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온다. 그런데 이 돈을 특정 이익 단체에 어떤 합리적 원칙도, 투명한 설명도 없이 퍼주는 행태를 누가 정당화할 수 있단 말인가? 정동으로 사무실 옮기며 고사를 지낸 민주노총 위원장이 15년 후 노동부 장관이 돼 세금 55억원을 ‘친정’에 안겨준 격이다. 국민이 수긍할 수 없는 편법적 특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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