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대장동 업자 "수백억 풀어달라" 항소 포기가 빚은 불의

太兄 2025. 11. 15. 18:28

대장동 업자 "수백억 풀어달라" 항소 포기가 빚은 불의

조선일보
입력 2025.11.15. 00:20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에 연루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남욱 변호사가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대장동 민간 업자인 남욱씨 측이 검찰에 추징된 그의 수백억 원 상당 재산에 대한 해제를 문의했다고 한다. 남씨는 1심에서 일부 혐의에 무죄가 선고돼 ‘추징액 0원’이 선고됐다. 이후 지난 7일 검찰의 항소 포기로 일부 혐의에 무죄가 확정되면서 사실상 동결된 돈을 풀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항소 포기로 대장동 일당에게 수천억 원의 돈이 흘러 들어가게 될 것이란 우려가 많았는데 실제로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다른 대장동 일당도 비슷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대장동 민간 업자 5명에 대해 7814억원 추징을 구형했지만 1심은 473억원만 추징금으로 인정했다. 반면 검찰이 수사 중에 몰수·추징 보전한 대장동 민간 업자의 재산은 2070억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민간 업자들은 법원이 인정한 추징액을 넘어서는 재산에 대해선 추징 보전 해제를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이들의 범행으로 피해를 입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재산을 가압류하기 전에 민간 업자들이 재산을 처분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진 데는 1심이 추징액을 낮춘 것도 문제이지만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탓이 크다. 피고인들은 다 항소했지만 검찰이 항소를 포기해 항소심에서는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들에 대한 형량·추징금 모두 1심보다 무겁게 선고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남씨에 대한 추징액은 1심대로 ‘0원’으로 확정됐다. 남씨는 대장동 사업 초기 공범들과 나눈 대화에서 대장동 사업을 “4000억원짜리 도둑질”이라고 했던 사람이다. 항소 포기로 그런 사람의 동결 재산까지 풀어줘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불의도 이런 불의가 없다.

검찰은 애초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하려 했으나 법무 장관과 차관의 압박으로 항소를 포기했다. 항소 포기로 사법 특혜를 받은 대장동 일당이 자신들과 별도로 기소된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재판에서 앞으로 불리한 증언을 할 가능성은 사라졌다. 결국 정성호 법무 장관이 이 대통령 사법 리스크를 최소화하려고 대장동 일당에게 복역 후 수천억 원을 챙길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법무 장관, 차관은 그대로 있고, 그 압박에 굴복한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만 사퇴했다. 이 또한 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