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빚 없이 집 사라" 대책 낸 사람들도 그랬나

太兄 2025. 10. 17. 18:00

"빚 없이 집 사라" 대책 낸 사람들도 그랬나

조선일보
입력 2025.10.17. 00:20
김병기(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뉴스1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수억, 수십억 빚내서 집을 사게 하는 게 맞느냐”며 “빚 없이도 집을 사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맞다”고 했다. 전날 발표된 부동산 대책을 둘러싸고 ‘실수요자 피해’ 논란이 커지자 정부를 두둔한 발언이다. 김 대표는 “일각에서는 아무런 근거 없이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를 걷어찼다고 비난한다”며 “투기 수요를 막는 것이지 실수요자에게 문을 닫은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10·15 대책은 서울과 인근 수도권 지역의 대출을 최고 2억원 이하로 제한하고,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금지하는 초강력 수요 억제 정책이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선 “현금이 부족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해질 것”이라거나 “전세 공급원인 갭투자가 막히면 전세 대란이 일어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근거 없는 불안이 아니다. 실제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먼저 지정됐던 서울 강남 3구에선 전세 매물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맞벌이로 대출금을 갚을 능력이 있는 부부도 대출이 막히면 집을 못 사게 된다.

대한민국에서 대출 없이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 현금 부자뿐이다.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빚 없이 집 사야 한다”는 발언은 사실상 ‘서민은 집을 가질 자격이 없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실수요자의 고통을 후벼 파는 발언이다. 정작 김 대표는 지역구(서울 동작갑)에 전세 살면서 본인 소유의 30억원대 송파구 재건축 아파트는 전세 주고 있다. 실거주하지 않는 집을 보유하는 것은 민주당 기준대로라면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 아닌가.

민주당의 부동산 설화(舌禍)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때도 청와대 정책실장이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이유가 없다. 저도 거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했다가 반발을 샀다. “나는 강남 살지만 여러분은 강남 올 생각 말라”는 뜻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중산층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집값이 급등하는 현상은 분명 진정돼야 한다. 하지만 경제는 심리다. 국민이 납득하고 공감해야 정책이 효과를 낸다. 본인 허물엔 관대하고, 내 집 마련이 절실한 실수요자는 투기꾼 취급하는 민주당의 내로남불 언행으로는 집값 안정은커녕 정책에 대한 신뢰만 떨어뜨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