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이진숙 체포, '경찰의 수사권 독점' 시대 예고편일 수도

太兄 2025. 10. 9. 20:11

이진숙 체포, '경찰의 수사권 독점' 시대 예고편일 수도

조선일보
입력 2025.10.09. 00:00
공직선거법·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체포적부심사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경찰에 체포된 지 50시간 만에 석방됐다. 법원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이유로 하는 인신 구금은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며 “체포 필요성이 유지되지 않는다”고 했다. 경찰의 체포 영장이 무리했음을 지적한 것이다.

경찰은 이 전 위원장에게 수차례 출석을 요구했는데 불응했다는 이유로 그를 체포했다. 그러나 이 전 위원장 측은 국회 일정으로 불출석 사유서를 냈고 추후 조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도 체포했다고 반박했다. 현행범도 아니고,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볼 만한 사유도 없었다. 통상 선거법 사건에서 체포까지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 때문에 경찰이 과잉 체포를 했다는 말이 많았는데 법원이 뒤늦게 제동을 걸었다.

이번 사태는 경찰이 과도하게 수사권을 휘두를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준 상징적 장면과도 같았다. 정권이 바뀐 뒤 앞 정부 인사를 쫓아내려 검경이 수사에 동원된 경우는 많았지만 이번처럼 큰 논란이 벌어졌던 적은 드물었다. 민주당이 강행한 사법 개혁의 결과 경찰에게 쥐어질 막대한 권한을 감안하면 더욱 우려된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달 말 검찰청 폐지 법안이 통과되면서 경찰이 수사권을 독점하거나 대부분 가져가게 된다. 정권 입맛에 맞는 무리한 수사를 해도 마땅한 견제 방법이 없다. 법원 정도만 유일한 견제 기관으로 남게 된다.

그런데 민주당은 법원이 이 전 위원장을 석방하자 “이러니 국민들이 사법 개혁을 부르짖는 것”이라며 도리어 법원을 비난했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경찰의 과잉이 아닐 수 없다”(박범계 의원)는 등의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을 감싼 것이다. 수사권을 사실상 독점하게 될 경찰이 법적 형평성과 정치 독립성을 잃고 정권 입김에 영향받으면 이 전 위원장 사태와 같은 일이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기우가 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