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청년·고령층 고용률 역전'엔 노동 개혁 거부 정치도 책임

太兄 2025. 9. 19. 18:29

'청년·고령층 고용률 역전'엔 노동 개혁 거부 정치도 책임

조선일보
입력 2025.09.19. 00:20업데이트 2025.09.19. 00:22
8월 18일 서울의 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가 일자리 게시판을 보고 있다./뉴스1

청년층(15~29세) 고용률이 고령층보다 낮은 기현상이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도 청년층 고용률이 45%로, 60세 이상 48%보다 낮았다. 인구 대비 취업자 수를 뜻하는 고용률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층이 은퇴 연령인 고령층보다 높은 것이 자연스럽고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미국의 경우 청년층 고용률이 60%가량으로 고령층(30%대)보다 훨씬 높고,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고령화를 겪은 일본도 청년층 고용률이 고령층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저출산으로 청년 인구가 줄어들고 있어 청년 취업자 수가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고용률까지 떨어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청년층 인구 감소보다 일자리가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청년 고용 감소는 경제성장 둔화로 좋은 일자리가 줄어든 결과다. 하지만 주요국 중 가장 경직적이라는 우리 노동 시스템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우리 고용 법제는 취업에 성공한 기존 노조원의 권익 보호에 초점을 맞춘 제도다. 한번 채용하면 사실상 해고가 불가능한 고용법, 업무 성과에 관계없이 임금이 자동 인상되는 호봉제, 과도한 정규직 보호 등이 신규 채용을 줄이는 역설을 낳고 있다. 여기에다 ‘노란봉투법’이나 주 4.5일제 같은 기업 부담을 늘리는 정책이 잇달아 추진되자 기업들은 청년 채용 대신 로봇·인공지능으로 인력을 대체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사람을 더 뽑고 싶지만 경기가 나빠져도 해고할 수 없기 때문에 신규 채용을 꺼리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국내 주요 대기업에서는 신입 사원급인 20대 직원 수가 임원·부장급인 50대보다 적어졌다.

트럼프의 관세 압박으로 청년 고용 사정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삼성과 현대차 등 주요 기업들은 관세 장벽을 돌파하기 위해 미국 현지 투자와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그만큼 국내 투자가 줄어들면 청년들에게 돌아갈 일자리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청년 일자리를 만들려면 무엇보다 노동 규제를 풀어야 한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기득권을 지켜주는 경직적 고용 제도를 청년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노란봉투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는 반기업적 법률도 보완해야 한다. 노동 개혁 없이는 청년 일자리를 늘릴 수 없다. 청년과 고령층 고용률이 역전된 이 한국적 기현상의 책임은 노동 개혁을 거부한 정치권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