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李 "졸속 안 되게 하라" 3일 만에 검찰청 폐지 날 잡아

太兄 2025. 8. 22. 19:10

李 "졸속 안 되게 하라" 3일 만에 검찰청 폐지 날 잡아

조선일보
입력 2025.08.22. 00:10업데이트 2025.08.22. 07:08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정청래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신임 지도부와 가진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뉴스1

민주당이 검찰청 폐지 법안을 다음 달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정청래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이재명 대통령이 함께한 만찬에서 이같이 합의했다고 한다. 추석 전에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등 대체 기구 신설을 명시한 정부조직법을 먼저 처리하고, 이른바 ‘검찰 개혁’의 세부 사항은 추후 입법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기소를 분리하는 것은 정 대표 말대로 “형사 사법 체계상 대변혁”이다. 검찰청은 1948년 정부 수립 직후 만들어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검찰총장 임명에 관한 사항은 헌법에 규정돼 있다. 검찰의 존재 자체가 우리 형사 사법 제도의 대전제다. 그런 국가 기본 제도를 완전히 바꾸는데 구체적인 내용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없애고 본다는 것이고, 그 날짜부터 못 박아 놓았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대통령실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검찰 개혁과 관련해 “민감한 쟁점 사안의 경우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속도를 내더라도 졸속이 되지 않도록 챙겨달라”고 했다. 정 대표의 ‘추석 전 검찰 개혁 완수’에 제동을 건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거의 모든 언론이 그런 뜻으로 보도했다.

다음 날 김민석 총리도 “졸속이거나 엉성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꼼꼼히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했고,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신중하고, 꼼꼼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에 이어 총리, 비서실장까지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그다음 날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가 만나 추석 전 검찰청 폐지에 합의한 것이다. 국민은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검찰 제도와 수사 관행은 문제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무리한 수사와 기소로 피해를 본 국민도 적지 않다.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불가피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검찰청 폐지도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중대한 변혁인 만큼 졸속이 되지 않도록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여권에서도 중수청을 어느 기관 산하에 둘지, 검찰의 보완 수사권을 남겨둘지 말지 등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이런 이견을 조율해 큰 그림을 그리면 그 결과로서 검찰청을 폐지하든 존속시키든 할 수 있다. 그런데 대뜸 검찰청부터 없애고 논의를 시작한다고 한다. 그것도 대통령이 “졸속으로 하지 말라”고 지시한 지 사흘 만에 검찰청부터 없애고 본다는 졸속 결정을 발표했다.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대통령실 대변인이 “국민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방송법이 필요하다. 이것이 이 대통령 생각”이라고 한 지 6시간 만에 민주당은 국회 상임위에서 방송법을 일방적으로 처리했다. 6시간 만에 국민 공감대가 생긴 것인가. 일방 처리가 공감 속 처리인가. 그런데 그날 저녁 이 대통령은 민주당 의원들과 만찬을 하면서 “(방송법 처리는) 내 뜻과 같다”고 했다. 국민으로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