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예약 서버 마비, 200m 대기줄… 대통령 오기전에 '靑 오픈런'

太兄 2025. 6. 7. 17:41

예약 서버 마비, 200m 대기줄… 대통령 오기전에 '靑 오픈런'

"靑관람 막차 타자"
시민들 발길 몰려
예약 서버 마비도

입력 2025.06.07. 01:05업데이트 2025.06.07. 07:49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관람객들이 몰렸다. 복도까지 관람객으로 꽉 찬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에서 청와대로 옮기겠다고 밝힌 후 관람객이 더 늘어났다. 청와대 홈페이지 예약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다. /김지호 기자

“곗돈 털어 친구들과 청와대 구경 왔습니다. 다시는 못 볼까 봐 서둘렀죠.”

김모(66)씨는 6일 오전 울산에서 친구 3명과 첫차를 타고 상경했다. 청와대를 구경하기 위해서다. 청와대 본관 앞에 선 김씨 일행은 기념사진을 찍으며 연신 ‘V 자’를 그려 보였다. 30도에 이르는 더운 날씨에도 영빈관에서 본관 정문까지 약 200m 구간은 입장을 대기하는 시민들로 꽉 찼다. 영빈관 입구에는 ‘본관 진입까지 예상 대기 시간 60분’이라고 적힌 안내판이 세워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을 다시 청와대로 옮기겠다고 밝힌 후, ‘마지막 관람’ 기회를 잡으려는 시민들이 청와대로 몰리고 있다. 평일 기준 1만2000~1만3000명 수준이던 관람객 수가 대선 후 하루 정원 2만2000명을 거의 채우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한 관람객 예약도 한때 접속자가 몰려 서버가 마비됐고, ‘오픈런(개장 전 줄서기)’까지 펼쳐진다. 6월 평일과 주말 예약은 대부분 마감됐다고 한다. /안준현·강지은 기자

◇본관 입장 대기줄 200m… 이달 예약은 거의 다 마감

현충일인 이날 오전 8시 30분 청와대 정문 앞에는 1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입장 시간이 30분 남았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들어가려는 관람객 줄이 이어졌다. 서울 광진구에서 여자 친구와 함께 온 이모(28)씨는 예약을 하지 못해 현장 예약을 하려고 아침 일찍 찾았지만 예약이 마감돼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씨는 “의미 있는 데이트가 될 것 같아 청와대를 찾았는데, 내부는 못 보고 돌아가야 하니 아쉽다”고 말했다. 인천 부평에서 지하철을 타고 1시간 30분을 달려왔다는 정금순(59)씨는 “이 대통령이 청와대로 돌아온다고 해서 한번쯤 직접 와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픽=송윤혜

청와대재단에 따르면, 관람객 수는 지난 4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서 폭증했다.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로 다시 옮겨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비상계엄이 있었던 작년 12월만 해도 청와대 관람객 수는 총 9만명 수준이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지난 4월 26만명으로 훌쩍 뛰었고, 지난달에는 42만명을 기록했다. 6개월 사이 4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대선 후 6일부터 11일까지 예약은 모든 시간대가 마감됐다. 청와대재단 관계자는 “청와대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아쉬움에, 시민들이 전국 각지에서 찾아주는 것 같다”며 “마지막까지 청와대가 좋은 기억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입장을 대기하는 관람객 줄은 오후까지 이어졌다. 줄은 50m가량 이어져 인도를 넘어 인근 도로까지 뻗어 있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민들은 저마다 청와대의 푸른 기와 지붕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대구에서 온 박모(61)씨는 “청와대 주변이 이렇게 경치가 좋은지 몰랐다”면서 “대통령이 있었던 관저가 어떻게 생겼는지 제일 궁금하다”고 했다.

지방에서 가족 단위로 찾는 방문객도 적지 않았다. 대전에서 딸과 아내, 동생 가족까지 대가족 7명이 함께 올라온 이상붕(42)씨는 “대선 전(前) ‘대통령 집무실이 다시 청와대로 간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예약했다”며 “아이들에게 청와대를 보여줄 마지막 기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딸 서현(9)양은 “경복궁처럼 기와집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라서 조금 실망했지만 그래도 재밌다”고 했다.

30도 달하는 땡볕… 줄 선 시민들 -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를 찾은 관람객들이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에 입장하기 위해 줄 서 있다. 관람객이 몰려 줄이 200m까지 이어졌다. 땡볕에 우산을 쓰거나 선풍기를 든 사람도 보인다. 이날 서울의 낮 기온은 30도에 육박해 더웠다. /뉴시스

‘청와대 막차’ 타기에는 해외 관광객들도 동참했다. 미국에서 온 마이클 파오(27)는 이날 청와대 대정원에서 열린 태권도 공연을 카메라로 찍고 있었다. 외교관 출신이라는 그는 “청와대에 다시 갈 수 없다는 소식을 듣고 대선 일주일 전 급히 예약했다”고 했다. 청와대를 네 번째 찾았다는 독일인 관광객 크리스티안 킨들러(38)는 “사람들이 2~3겹 줄을 선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것은 처음 본다”고 했다. 예약이 마감돼 발길을 돌려야 했던 네팔인 라나 버럿(34)은 “네팔도 최근까지 한국과 비슷한 정치 혼란이 있어서 청와대를 꼭 한 번 보고 싶었는데...” 하며 아쉬운 표정이었다.

관람객들 사이에선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김모(21)씨는 “청와대가 다시 집무실이 되면 의미 있는 공간이 살아나는 느낌일 것”이라고 했고, 류성호(55·서울 용산구)씨는 “이미 공개돼 버려서 보안이나 대통령 안전에 문제가 없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청와대 주변 상인들도 기대감에 부푼 모습이었다. 양식당을 운영하는 한보배(34)씨는 “대선과 청와대 복귀 이슈가 터지면서 예전처럼 손님이 늘고 있는데, 그것보다 청와대 상주 근무자들이 돌아오면 매출이 안정적으로 오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고깃집 사장 김광재(63)씨도 “청와대 시절엔 하루 60~70명씩 고정 수요가 있었다. 소상공인들에겐 예측 가능한 장사가 훨씬 안정적”이라고 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청와대가 대통령 집무실로 복귀하더라도 주말이나 공휴일엔 일부 공간을 시민들에게 개방할 필요가 있다”면서 “영빈관이나 상춘재처럼 의미 있는 공간을 관광 자원으로 유지해 나가는 것도 의미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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