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간부 자녀 뽑으려 없는 자리 만들어… 선관위 前총장 아들은 ‘세자’였다

太兄 2024. 4. 30. 16:10

간부 자녀 뽑으려 없는 자리 만들어… 선관위 前총장 아들은 ‘세자’였다

감사원, 자녀 채용 비리 27명 수사 요청
최근 10년간 모든 경력직 채용서
비리·규정 위반 적발

입력 2024.04.30. 14:03업데이트 2024.04.30. 15:57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5월 31일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고위직 간부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특별 감사 결과와 후속 대책을 발표하며 사과하고 있다. /뉴스1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전국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10년간 291차례 진행한 경력직 공무원 채용 전부에서 비리나 규정 위반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선관위 간부 자녀를 선관위에 채용하기 위해 없는 자리를 만들거나 서류를 조작하고, 선관위의 지도·감독을 받아 선관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지방자치단체에 선관위 자녀 인사 청탁을 한 경우도 적발됐다.

‘선관위 채용 등 인력 관리 실태’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감사원은 30일 이런 내용의 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전직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장관급) 1명과 사무차장(차관급) 1명, 시·도선관위 상임위원(1급) 1명 등 선관위 전·현직 직원 27명에 대해 직권 남용과 공무 집행 방해, 허위 공문서 작성·행사, 증거 인멸, 청탁금지법 위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다른 전·현직 직원 21명에 대해서도 채용 비리에 연루된 정황이 있다고 보고, 검찰에 관련 자료를 보냈다.

외부 인사가 대다수인 선관위원들을 제외하고 선관위 소속으로 상시 근무하는 공무원은 약 3000명이고, 이 가운데 4급 이상 간부가 350명 정도다. 이런 조직에서 전·현직 49명이 인사 비리 혐의를 받은 것이다. 감사원은 “선관위 고위직에서 중간 간부에 이르기까지 자녀 채용을 청탁하는 행위가 빈번했고, 채용 담당자들은 각종 위법·편법적 방법을 동원해 경력 채용을 선관위 직원 자녀들이 손쉽게 국가공무원이 되는 통로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선관위가 2013년부터 10년간 진행한 경력 채용 291차례를 전수 조사한 결과, 각종 규정 위반이 1200여건 발견됐다. 이런 채용에서 선관위 전·현직 직원의 아들딸, 딸과 결혼하기로 예정돼 있는 ‘예비 사위’ 등 22명이 합격했고, 이 가운데 12명은 부정하게 채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고위직 자녀는 없는 자리도 만들어 채용, 다른 지원자는 탈락시켜

김세환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의 아들은 인천 강화군청에서 일하다 2020년 1월 인천선관위에 8급 경력직으로 채용됐다. 당시 김 전 총장은 중앙선관위 사무차장이었다. 중앙선관위는 전년 9월 채용 수요를 조사하면서 인천선관위가 6급 이하 인원이 정원을 초과했다고 보고했는데도 인천선관위에 1명을 채용하도록 했고, 김 전 총장 아들이 원서를 내자 선발 인원을 2명으로 늘렸다. 사실상 김 전 총장 아들을 뽑기 위해 없는 자리를 만든 것이다.

이렇게 선발되는 직원에게는 인천선관위 산하 강화군선관위에서 5년 이상 근무해야 하고, 중간에 다른 선관위로 옮기지 못한다는 조건이 붙어야 했다. 그러나 중앙선관위는 이례적으로 이 채용에서만은 ‘5년간 전보 금지’ 조건을 달지 못하게 했다. 또 서류전형에선 당초 채용 계획에 없던 ‘비공식 기준’을 따로 만들어 김 전 총장 아들이 통과되게 했고, 면접전형 면접관은 전원을 김 전 총장과 과거 인천선관위에서 함께 일했던 직원들로 구성했다. 이들은 김 전 총장 아들에게 최고점에 가까운 점수를 줬다. 김 전 총장 아들은 2명 선발에서 2위로 합격했다.

김 전 총장 아들은 강화군선관위에 일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인천선관위로 옮길 기회를 잡았다. 강화군선관위에 5년간 붙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지 않은 채로 채용된데다가, 인천선관위가 최소 3년간 재직했어야 올 수 있다는 전입 요건을 이때만 ‘1년만 재직했어도 가능’으로 바꿔놨기 때문이다. 인천선관위는 김 전 총장 아들에게 근거 규정도 없이 관사까지 제공해줬다.

김 전 총장의 아들은 선관위로 온 뒤 ‘세자(世子)’로 불리기도 했다. 김 전 총장 아들이 인천선관위에서 다시 중앙선관위로 옮길 대상자에 포함되자, 김 전 총장이 한때 이를 결재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선관위 직원들이 선관위의 ‘왕’과 다름없는 총장을 놓고 “세자와 불화가 있나보다” “사무총장이 7급 인사까지 신경쓰나”라며 수근거린 것으로 조사됐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송봉섭 전 사무차장은 2018년 1월 충남 보령시에서 일하는 딸로부터 ‘충북선관위로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북선관위 인사 담당자와 단양군선관위 과장에게 연락해 딸을 채용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충북선관위와 단양군선관위는 앞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추천받은 후보자를 원천 배제하고, 송 전 차장 딸만을 대상으로 하는 ‘비(非)다수인 경쟁 채용’을 진행했다. 채용 공고를 내지 않고 특정 1인으로부터만 지원을 받은 뒤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채용 방식이다.

 

김세환 전 총장에 이어 사무총장이 된 박찬진 전 총장의 자녀가 2022년 2월 전남선관위에 채용되는 과정에서도 다른 지원자들이 억울하게 탈락했다. 전남선관위 인사 담당자가 면접위원들에게 점수란이 빈 점수표를 제출하게 했고, 여기에 박 전 총장 자녀를 포함해 미리 정해둔 응시자들이 합격할 수 있게 점수를 써넣은 것이다. 이 ‘순위’에 들지 못한 4명은 임의로 불합격 처리됐다.

◇지자체엔 선관위 자녀 인사 청탁

선관위가 직원 자녀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자체 고위 간부를 압박한 사례도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지자체 소속 공무원을 국가공무원으로 채용하려면 원 소속 지자체로부터 전출 동의를 받아야 한다. 충북 청주시상당구선관위 국장(4급)은 2019년 11월 옥천군청에서 일하던 자녀가 충북선관위 채용에 응시하자 충북선관위와 옥천군선관위 직원들에게 ‘옥천군으로부터 전출 동의를 받아달라’고 청탁했다.

이에 옥천군선관위 과장(5급)이 옥천군수를 직접 찾아가 전출 동의를 요구했다. 군수가 ‘인사 원칙에 어긋난다’며 거절하자, 이번에는 옥천군선관위 계장(6급)이 군수를 찾아가 동의를 거듭 요구했고, 결국 동의를 받아냈다. 군수는 감사원 조사에서 “다음 지방선거에 군수로 다시 출마할 의사가 있었는데, 선관위가 계속 압박하니까 동의를 해줄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감사원은 선관위가 선출직 공직자들이 선거 기간에 선관위의 지도·감독을 받는다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봤다.

전 경북선관위 상임위원(1급)은 2018년 5월 자녀가 대구시 공무원으로 임용되자, 자녀가 경북 영천시 내에서 원하는 근무지를 받을 수 있게 대구시선관위 국장을 통해 영천시 국장에게 인사 청탁을 넣게 했다. 이 상임위원은 2021년 6월 대구선관위가 경력 채용을 진행하자 대구선관위 간부들에게 5차례 넘게 자녀 채용을 부탁해 자녀가 합격되도록 했다.

전 서울선관위 상임위원(1급)의 자녀는 2021년 10월 경기 안성시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상태에서 서울선관위 경력 채용에 응시했다. 그런데 안성시는 이 공무원의 선관위 전출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워 놓고 있었다. 그러자 서울선관위 간부들은 이 공무원을 안성시에서 퇴직하게 한 뒤 채용했다. 그래놓고 다른 지원자들은 ‘원 소속 지자체로부터 전출 동의를 못 받았다’며 탈락시켰다.

◇근무 시간에 로스쿨 다니고, 가짜 병가 내고 해외 여행

감사원은 “선관위의 채용 외 조직·인사 분야에서도 심각한 복무 기강 해이, 고위직 늘리기를 위한 방만한 인사 운영과 편법적 조직 운영, 유명무실한 내부 통제 운영 등의 실태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 시 선관위 사무국장은 병원에서 받은 진단서 1건으로 여러 차례 병가를 내는 등의 방법으로 8년간 100일 넘게 병가를 내거나 무단 결근을 했다. 시 선관위 사무국의 수장으로서 자기가 신청한 병가를 스스로 결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무국장은 이렇게 무단 결근하는 동안 70차례 넘게 해외여행을 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한 도 선관위 직원은 재직 중에 법학전문대학원을 다니다가 적발됐다. 로스쿨 재학은 원천적으로 휴직 사유가 될 수 없는데, 도 선관위 사무처장은 이 직원의 휴직을 승인해줬고, 이 직원은 휴직 기간이 끝나 복직한 뒤에는 근무 시간에 로스쿨에 다녔다.

선관위 기관 차원에서 ‘고위직 나눠먹기’를 한 정황도 드러났다. 선관위는 4·5급 공무원이 배치돼야 하는 직위에 3급을 배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고위직을 정원의 40% 넘게 초과해 뒀고, 임기 6년짜리 시·도선관위 상임위원(1급) 자리는 2·3년 단위로 끊어서 직원들이 나눠서 맡게 했다. 이렇게 상임위원을 거친 선관위 직원들은 모두 1급 이상의 직급으로 퇴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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