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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서원장 “국회의원 후보가 그런 해괴한 말을... 통탄할 일”

太兄 2024. 4. 9. 16:07

도산서원장 “국회의원 후보가 그런 해괴한 말을... 통탄할 일”

입력 2024.04.09. 14:49업데이트 2024.04.09. 15:39
 
 
김병일 도산서원장. /나남출판

“시정잡배가 했더라도 핀잔을 받을 말을, 어떻게 공당의 국회의원 후보라는 사람이 할 수 있는지 통탄스럽습니다.”

9일 전화로 인터뷰한 김병일(79) 도산서원 원장은 기가 막히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경기수원정 국회의원 후보가 자신의 책 ‘변방의 역사’에서 퇴계 이황(1502~1571) 선생에 대해 ‘성관계 방면의 지존이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전승된 설화를 보면 퇴계 이황의 앞마당에 있는 은행나무가 밤마다 흔들렸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주장했다는 뉴스를 듣고 귀를 의심했다고 했다.

김 원장은 “모두 전혀 사실무근인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은행나무 설화’에 대해서는 “(퇴계의 고향인) 안동에서 근무한 지 16년이 됐는데도 그런 ‘전승’은 도무지 처음 들어보는 해괴한 말”이라고 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2005년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낸 김 원장은 2008년부터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을 맡아 왔고 2015년부터는 도산서원장도 겸직하고 있다. 도산서원은 퇴계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서원이다.

김 원장은 8일 ‘도산서원 원장 김병일과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 일동’ 명의의 성명서를 내고 “근거가 있을 수 없는 이 황당한 주장은, 도덕 예의 염치 같은 아름다운 덕목이 깡그리 사라지고 있는 아수라장인 이 시대의 슬픈 초상이라고 하더라도, 민족 정신의 스승이요 도덕의 사표이신 퇴계 이황 선생을 근거 없이 모독하는, 있을 수 없는 언어폭력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고향이 퇴계 선생과 같은 안동시 예안면인 이재명 대표가 퇴계 선생을 향한 이와 같은 악랄한 모독을 수수방관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즉시 이 황당한 주장을 쓴 김준혁 후보를 사퇴시키고 사과성명을 발표하여 거국적 분노를 가라앉혀 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경기 수원정에 출마한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1차아파트에서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퇴계가 높은 학문적 성취와는 별도로 여성과의 관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 실제로 여색을 좋아하지 않았던 성품의 인물이었다는 것이 기록에 밝혀져 있다. ‘퇴계선생언행록’을 보면 퇴계는 42세 때 왕명을 받고 감찰 업무를 위해 의주에 한 달 머물렀으나 전혀 여색을 가까이하지 않았고, 돌아오는 길에 평양에 머물렀을 때 평양감사(평안도 관찰사)가 이름난 기생을 곱게 꾸며 보내줬으나 끝내 돌아보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명기와 만나기 위해 일부러 평양에 가려고 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 다른 기록도 있다. 퇴계가 젊은 관료였던 시절 경복궁 경회루에서 잔치가 열렸는데, 젊은 여성들이 곱게 차려입고 술을 따르자 ‘마음이 흔들려선 안된다, 선비로서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섰구나’라며 스스로를 경계했다는 것이다. 여색 때문에 옳은 일과 그른 일에 대한 판단이 허물어질까 우려했다는 뜻이다.”

퇴계 후손 김준혁 후보 규탄집회./안동시

―퇴계가 단양군수 시절 두향이라는 기생과 가깝게 지냈다는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이것은 이미 김언종 고려대 교수(현 한국고전번역원장)가 논문에서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밝혔다.”

김언종 교수는 2015년 퇴계학보 138호에 쓴 논문 ‘퇴계의 행적과 일화의 여러 양상’에서 퇴계와 두향의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퇴계 사후 100여 년이 지난 숙종(재위 1674~1720) 때 단양에 두양(杜陽)이라는 기생이 있었는데 나중에 두향(杜香)이라는 이름으로 와전됐고, 마치 퇴계와 동시대 인물인 것처럼 각색됐다. 이후 현대에 들어 정비석의 소설을 통해 마치 두 사람의 로맨스가 사실인 것처럼 잘못 알려졌다는 내용이다.

―김준혁 후보는 왜 퇴계에 대해서 그런 말을 한 것일까?

“나로서는 도저히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그 사람의 글과 말에 상처를 입은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아무쪼록 이번 일이, 우리 역사가 배출한 고귀한 지성을 많은 사람들이 본받고 따르는 결과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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