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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각축장이던 중동, 美·中의 ‘AI 격전장’ 됐다

太兄 2024. 4. 19. 16:30

석유 각축장이던 중동, 美·中의 ‘AI 격전장’ 됐다

중동서 AI 산업 쟁탈전

입력 2024.04.19. 03:00업데이트 2024.04.19. 09:40
 

지난 16일 중국은 시안에서 인공지능(AI), 나노 기술 같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동·아프리카 등의 우방국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디지털 실크로드 포럼’을 열었다. 디지털 실크로드 회원국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이집트 등 주요 중동 국가들이 포함됐다. 특히 사우디는 2022년 중국과 AI 분야 전략적 파트너십까지 체결했고, 현재 중국의 AI 과학자들이 사우디의 킹 압둘라 과학기술대학(KAUST)에서 현지 연구원들과 공동으로 AI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우리와 손잡자" UAE 부총리 만난 올트먼 - 지난해 6월 샘 올트먼(왼쪽) 오픈AI 창업자가 셰이크 막툼 빈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UAE 부총리를 만나 인공지능(AI) 개발 협력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올트먼은 지난 2월과 이달 초에도 UAE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AI 개발 등을 논의했다. /두바이 정부 공보실의 X(구 트위터) 계정

하루 전인 지난 15일 마이크로소프트(MS)의 브래드 스미스 부회장은 UAE를 직접 방문해 아부다비 투자청이 설립한 AI 기업 ‘G42′에 15억달러(약 2조원)를 투자하는 계약에 서명했다. 이 계약은 단순한 사업적 목적만 있는 것이 아니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MS와 G42의 협약이 체결되기까지 두 회사 관계자뿐만 아니라 미국과 UAE 정부 관계자들도 1년 동안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G42는 지난해부터 중국 기업에 투자하고, 화웨이 장비를 쓰면서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G42와 UAE에 AI 분야에서 ‘중국과의 관계 단절’ 메시지를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G42는 결국 지난 2월 보유 중이던 틱톡 모회사이자 중국 기업인 바이트댄스의 지분을 전부 매각했고, G42 운영에서 화웨이 등 중국산 장비를 배제하기로 했다.

미국과 중국이 중동의 AI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석유 자원을 둘러싸고 강대국의 대결장이 됐던 중동이 이제는 AI 격전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중동이 ‘포스트 오일(석유 이후)’ 시대를 대비하며 AI를 비롯한 디지털 분야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이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래픽=김현국

◇디지털 실크로드 꿈꾸는 중국

‘포스트 오일’로 정보기술(IT) 산업, 특히 AI를 내세운 중동은 아직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 편을 들지 않고 중립적인 상태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 모두 앞으로 AI 개발을 위해 막대한 금액 투자가 필요한데 사우디아라비아나 UAE 같은 부유한 국가는 투자자로서도 매력적이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창업자 샘 올트먼이 AI 반도체 개발 투자를 받기 위해 가장 먼저 달려간 곳도 UAE였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과 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AI가 새로운 도화선이 됐다”며 “중국이 중동에서 AI 관련 투자를 받거나 중동과 협력 관계가 될 것을 우려한 미국 정부가 이를 견제하기 위해 MS와 G42의 협력을 중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대중(對中) 기술 제재 때문에 미국 빅테크와 협력하거나 서방 기업의 투자를 받아 AI를 개발할 길이 막히자 중동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중동에 먼저 손을 내밀어 AI 동맹을 다지고 있다. 미국의 대중 제재가 시작된 2022년, 중국은 사우디와 AI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내용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체결하고 사우디의 유명 대학에 중국 AI 과학자들을 보냈다. 그 결과물이 사우디가 지난해 내놓은 거대언어모델(LLM) ‘에이스GPT’다. 이후 중국 AI기업 센스타임은 네옴시티의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했고, 중국 AI 기업 포니AI도 네옴 투자 펀드에서 1억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탈중국 압박하는 미국

AI 분야에서 중국과 중동의 관계가 긴밀해지자, 미국은 빅테크의 기술력을 내세워서 본격적인 견제에 나섰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지난 3월 53억달러 이상을 들여 사우디에 데이터 센터를 짓고 2026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IBM도 최근 사우디와 AI 인프라 구축 협약을 맺었다. 미국 정부가 UAE의 국영기업 G42로 하여금 중국과의 관계를 끊게 만들 수 있었던 것도 MS와의 기술 협력을 미끼로 내세운 덕분이었다.

미국이 중국과 중동의 AI 협력 관계를 끊으려는 또 다른 이유는 중동을 통해서 중국으로 기술이나 데이터가 유출되는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미국 정부 관계자가 G42 경영진을 만나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에는 지나 러몬도 미 상무 장관이 UAE를 방문해 G42의 탈(脫)중국 상황을 점검했다. UAE가 중국과 관계를 맺은 상황에서 미국 기업인 MS와도 관계를 맺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오일 머니’를 기반으로 설립된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업 ‘G42′가 중국으로 AI 기술을 빼돌리는 통로가 될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