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외이사 제도, 정·관계 로비스트로 변질되고 있다
남구준 전 경찰 국가수사본부장이 ‘사교육 카르텔’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입시학원 기업 메가스터디의 사외이사로 선임된 사실이 알려졌다. 수사 대응용이란 의혹이 크지만 남 전 본부장은 어떤 해명도 없이 사외이사 직을 유지하고 있다.
사외이사는 외환 위기 이후 대주주의 경영 독단을 견제하고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에서 상법으로 도입한 제도다. 하지만 경영 전문가 대신 판검사, 고위 관료, 국세청 등 힘 있는 기관 인사를 뽑아 로비스트나 바람막이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 관행처럼 자리 잡고 있다. 지난 3월 주총에서 30대 그룹의 71사가 사외이사 103명을 추천했는데, 이 중 40%가 법조계·관료 출신이었다.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는 삼성그룹은 신규 사외이사 18명 중 13명(72%)을 전직 판검사·관료들로 채웠다.
이렇게 선임된 사외이사들은 경영진 견제와 투명 경영이라는 본연의 의무는 외면하고 100% 찬성하는 ‘거수기’가 됐다. 전문성이 없으니 경영 이슈를 판단할 수도 없다. 그 대가로 고연봉과 각종 혜택을 누린다. 100대 기업의 사외이사 평균 연봉은 8042만원에 이른다.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들이 전세기를 타고 식비로만 1억원을 지출하는 호화 여행을 한 것이 한 사례다.
삼성전자의 경쟁자인 대만 TSMC의 사외이사 6명 중 5명은 브리티시텔레콤 전 회장, 인텔 전 부사장, MIT 전 총장 등 세계 최고의 IT·반도체 전문가들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사외이사 6명 중 IT 전문가는 1명뿐이며, 전직 관료와 금융인 출신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사외이사 구성으로 어떻게 주주 가치를 높이고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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