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미지막 시와 영혼의 여정
톨스토이의 미지막 시와 영혼의 여정
나 이제 가노라,
나의 시간이 다 하였노라.
땅은 나를 돌려보내고 하늘은 나를 불러 이끄노라.
많은 것을 보았고, 더 많은 것을 알지 못했으며,
사랑을 알았고, 진리를 향해 걸었노라.
모든 것을 버리고 이제는 모든 것을 품으러 가노라.
죽음이여, 너는 나의 문이로다.
영원한 생명의 문이로다.
이 짧은 시는 인생의 마지막 문턱에 선 레프 톨스토이의 영혼이 세상과 나누는 마지막 인사처럼 들린다.
부와 명예, 문학적 명성을 한 손에 거머쥐었던 한 인간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랑을 알았고, 진리를 향해 걸었노라”고 말할 수 있는 그 여정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레프 톨스토이는 러시아의 대지주 집안에서 태어나, 부와 교육, 문학적 성공을 일찍이 경험했다.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는 그를 세계적인 문호의 반열에 올려놓았지만, 그는 어느 순간 깊은 허무와 절망에 빠진다.
“나는 왜 사는가? 죽음 이후에는 무엇이 있는가?”라는 물음이 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이 치열한 내적 고뇌는 <참회록:(Confession)>이라는 작품으로 남았고, 그 책에서 그는 신앙 없는 삶의 무의미함을 고백한다.
톨스토이는 교회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이 담긴 성서, 특히 산상수훈에서 삶의 지표를 찾는다. 그리고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진리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는 왜 예수를 찾았는가? 그가 만난 예수는 기적을 일으키는 신이 아니라, “왼뺨을 때리거든 오른뺨도 돌려대라”고 말하며, “악을 악으로 갚지 말라”고 가르치는 한 사람의 따뜻한 인간이었다.
톨스토이는 그런 예수에게서 사랑과 용서, 무저항과 평화의 윤리를 보았다. 그는 말했다.
“나는 예수의 가르침이야말로 인간 존재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진리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귀족의 옷을 벗고, 수공 일을 배우며, 마차 대신 맨발로 걷고, 가난한 자와 함께 밭을 갈았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글로 옮겨,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같은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했다. 행함 없는 신앙은 죽은 것이라는 믿음이 그를 행동하게 했다.
죽음이 가까워졌을 무렵, 그는 결국 가족과도 떨어져 한밤중 몰래 기차를 타고 수도원으로 향하는 길에 나섰다. 세속과 결별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병이 악화되어 기차역에서 쓰러졌고, 한 작은 간이역에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의 유언처럼 전해지는 이 마지막 시는, 고통과 갈등의 세월 끝에 마침내 얻은 평화의 숨결처럼 느껴진다.
“모든 것을 버리고, 이제는 모든 것을 품으러 가노라”는 말은, 단지 죽음을 향한 선언이 아니라 영혼이 지향하던 완성이었다.
톨스토이의 마지막은 끝이 아닌 완성이었다. 그는 위대한 작가로 기억되기보다, 진리를 추구한 한 인간으로 살고자 했다.
그의 삶은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버릴 수 있는가? 당신은 누구를 위해 사랑할 수 있는가?”
우리도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나야 한다. 그날, “나는 진리를 향해 걸었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지금 이 순간부터 걸음을 다시 내디뎌야 하지 않을까?